(엑스포츠뉴스 울산, 나승우 기자) 이미 마음이 떠난 뒤였다. 홍명보 울산HD 감독은 경기 내내 단 한 번도 벤치에서 나오지 않았다.
울산은 10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맞대결서 후반 22분 이희균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은 11승6무5패, 승점 39를 유지했다. 같은 시간 포항 스틸러스가 강원FC를 제압하면서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패배였다. 팀을 이끌어야 할 감독부터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 평소 터치라인 부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던 홍명보 감독은 이날 한 번도 벤치에서 나오지 않았다.
전반전 광주가 매섭게 공격을 몰아칠 때도, 후반 초반 울산이 반격에 나섰을 때도, 교체 투입된 엄원상이 강한 태클로 쓰러졌을 때도, 이희균에게 선제 실점을 얻어맞았을 때도 홍 감독은 그저 벤치에서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과연 울산을 최선을 다해 이끌고 싶다고 말한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홍 감독은 경기 전 "주말 경기(FC서울전)까지는 하고 싶은데 아직 모르겠다.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진 않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홍 감독 대신 선수들을 독려한 건 이경수 코치였다.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간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과의 작별을 직접 언급하고, 팬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까지 했다.
홍 감독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울산에서의 마지막을 패배로 끝낸 것에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이임생 위원장(정확한 직책은 기술이사)을 만나고 밤새 고민했다. 정말 긴 잠을 못자면서 생각한 건 날 버렸다는 거다. 이제 난 버렸다.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 이게 팬들에게 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바꾼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또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응원해주시던 분들에게 야유가 나오게 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울산 팬, 처용전사 분들에게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팬들의 분노는 거셌다. 경기 전부터 'LIAR', '피노키홍' 등 홍 감독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내걸렸다. 경기가 시작한 후에는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거짓말쟁이 런명보', '축협 위한 명보의 통 큰 수락', '명청한 행보' 등 더욱 많은 걸개가 등장했다. 언제나 큰 응원을 보냈던 울산 팬들은 '홍명보 나가' 콜을 외치기도 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별 말 없이 조용히 빠져나갔다. 팬들의 야유가 거세진 건 당연했다.
한편, 울산은 홍 감독과의 빠른 이별을 고려 중이다. 경기 후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은 11일 홍 감독의 거취 문제를 놓고 내부 회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은 더 이상 붙잡지 않고 보내주는 게 맞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구단 공식 발표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나승우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