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울산, 나승우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배신감을 느꼈을 팬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주말 FC서울전까지는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은 11승6무4패, 승점 39로 선두 김천상무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1점 차 2위로 바짝 추격 중이다. 8위 광주(6승1무12패·승점 25)를 잡아야 3위 포항 스틸러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선두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구단 분위기는 혼돈 그 자체다. 울산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홍명보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을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했다고 알렸다. 이 이사는 "대표팀 감독에 홍명보 감독님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다"라며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울산HD 구단에 감사함을 전한다. 동시에 K리그와 울산 팬들에게는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모셔 클럽을 떠나게 된 점에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그 동안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을 때마다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내비쳤던 홍 감독이 왜 단 3일 만에 울산을 등지고 대표팀으로 떠났는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경기 전 약 50여명의 취재진과 마주한 홍 감독은 "경기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취재진이 많이 오실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라고 입을 연 홍 감독은 언제까지 울산을 지휘할 예정인지에 대한 질문에 "주말 경기(FC서울전)까지는 하고 싶은데 아직 모르겠다. 구단에서 어떤 애기를 할지 모르겠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대한축구협회에서) 언제까지 오라는 얘기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전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는지 묻자 홍 감독은 "어제 훈련 시간에 비가 많이 와서 어려움이 있었다.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준비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선수들도 경기력 우려가 있을 거다. 평상시보다 열심히하자고 했다는데 경기를 치러봐야 알 것 같다"라며 "특별히 선수들에게 주문한 건 없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분노하는 팬들의 목소리에는 "(팬분들)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분들의 감정이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복잡한 표정으로 답했다.
최근 영입한 정우영을 교체 명단에 포함시킨 홍 감독은 "발목이 좀 안 좋았는데 치료했다. 다만 경기를 뛸 체력적인 부분이 없었다. 90분을 뛰는 건 무리겠지만 후반 20~30분 정도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 한 구석에는 'LIAR', '피노키홍' 등 홍 감독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내걸렸다.
사진=울산, 나승우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