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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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켈리 '그거' 중이래"→"쉿 조용히 해"…잠실 예수의 '퍼펙트' 도전, 동료들도 떨었다 [잠실 현장]

기사입력 2024.06.26 12:36 / 기사수정 2024.06.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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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과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 켈리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하자 경기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왼쪽부터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과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 켈리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하자 경기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경기 빨리 끝나겠다' 했는데 '그거' 중인 거예요. 손이 덜덜 떨렸어요."

팀 동료의 사상 최초 '퍼펙트 게임' 도전을 옆에서 지켜본 내야수 문보경의 생생한 증언이다. 상기된 목소리였다.

LG 트윈스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하며 삼성의 6연승을 저지했다.

이날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가 위대한 도전을 펼쳤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아무도 이루지 못한 '퍼펙트 게임'에 바짝 다가섰다. 8이닝 퍼펙트로 순항하다 9회초 선두타자였던 윤정빈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켈리는 무사 1루서 강민호에게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안주형의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경기를 끝냈다.

퍼펙트 게임 대신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했다. 최종 성적은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102개다. 포심 패스트볼(37개)과 커브(25개), 체인지업(19개), 슬라이더(16개), 포크볼(3개), 투심 패스트볼(2개)을 구사했고 포심 최고 구속은 149km/h였다. 시즌 4승째(7패)를 챙겼다.

켈리의 완봉승은 시즌 2호이자 개인 2호다. 켈리는 2020년 10월 9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서 완봉승을 선보인 바 있다. 무사사구 완봉승은 시즌 2호이자 리그 통산 140호, 개인 1호다. 무척 값진 하루를 보냈다.

승리에 닿기 위해서는 타선의 득점 지원이 필요했다. 문보경이 해결사로 나서 결승타를 책임졌다.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한 문보경은 3타수 1안타(1홈런) 3타점을 뽐냈다. 0-0으로 맞선 2회말 무사 1, 2루서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을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뽑아냈다. 시즌 10호포로 흐름을 가져왔다. LG는 해당 이닝서 4득점을 올려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이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LG 트윈스 내야수 문보경이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경기 후 문보경은 "솔직히 (퍼펙트 중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7회쯤 '오늘 경기 빨리 끝나겠다' 하며 전광판을 봤는데 (상대의 득점, 안타, 볼넷이) 0-0-0으로 돼 있더라"며 "그때부터 발이 안 움직였다. 진짜 손이 떨렸다"고 돌아봤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어땠을까. 문보경은 "아마 다 몰랐을 것이다. (신)민재 형이 '야 켈리 지금 '그거' 중이야'라고 말했다"며 "다들 '쉿' 했다. 7회쯤부터 안 것 같다.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행여 설레발을 펼치다 켈리의 퍼펙트가 깨질까 봐 모든 선수가 조심스러워했다.


문보경은 "포스트시즌 때보다 더 떨렸다. '타구야 내게 오지 마라'라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 시작할 때와 느낌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퍼펙트가 깨지던 순간, 문보경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좀 그렇더라. 그래도 깨진 건 깨진 것이고 최소한 완봉승이라도 할 수 있게 이 악물고 수비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문보경은 병살타를 완성해냈다.

경기 초반 나온 문보경의 홈런 덕에 켈리도 한결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문보경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켈리가 너무 잘 던져 그게 진짜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3루수라 공이 날아가는 것까진 잘 못 본다. 그래도 구속이나 공의 위치 등을 봤을 때 이번엔 (켈리의 투구가)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 구속도 149km/h까지 나왔다"며 미소 지었다.

켈리는 "(유격수) 구본혁과 문보경이 가장 긴장돼 보였다"며 폭소했다. 그는 "야수들이 최고의 수비력으로 전력을 다해 수비해 주고 있다. 무척 든든하다"며 "어떤 상황에도 열심히 해줄 야수들이 있어 마음 놓고 투구할 수 있다. 강민호의 병살타와 (4회초) 구자욱의 파울플라이를 만들어 준 문보경 등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며 기분 좋았다.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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