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문상철이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늘 초심이다.
KT 위즈 문상철(33)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무려 6타수 4안타 5타점을 자랑하며 펄펄 날았다.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4타점 경기를 세 차례 만들었다. 2021년 5월 9일 수원 NC 다이노스전, 2023년 5월 10일 수원 NC전, 2023년 10월 7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었다.
KT는 문상철의 활약을 앞세워 12-3으로 두산을 완파했다. 4연승을 달리며 두산을 3연패에 빠트렸다. 팀 순위는 여전히 7위지만 7연패 중인 6위 SSG 랜더스를 1게임 차, 5연패에 빠진 5위 NC 다이노스를 3게임 차로 뒤쫓았다.
경기 후 문상철은 "원정 6연전의 첫 경기부터 투수진의 큰 출혈 없이 승리할 수 있게 돼 그 점이 가장 좋다. 그동안 쿠에바스(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너무 잘 던져주고 있었는데 (승운이 안 따라)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고 계속 승수를 쌓으면 되지 않을까. 미안함을 조금은 덜었다"며 입을 열었다.
쿠에바스는 올해 12경기 중 10경기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평균자책점 2.87로 선전했지만 이날 포함 3승5패, 승률 0.375에 그쳤다. 이번 경기에선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KT는 이번 두산전 종료 후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부진해 주전에서 밀려난 뒤 팀에 방출을 요청한 박병호를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거포 1루수 오재일을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그동안 박병호 대신 주전 1루수 겸 4번 타자를 맡았던 문상철은 오재일과 새로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KT 위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된 박병호가 경기 중 타격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문상철은 "(박)병호 형에겐 따로 연락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오재일과의 경쟁에 관해서는 "사실 지금도 내가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경기만 보고 준비하고 있다"며 "한 번도 주전이었던 적 없지 않나. '아, 또 경쟁해야 하나'라는 마음은 전혀 없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돌아봤을 때 '그때 내가 주전이었지'라고만 떠올릴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최근 인터뷰와도 일맥상통한다. 문상철은 지난 24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서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출격해 끝내기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늦게 꽃피웠다. 여전히 2군 퓨처스팀에서 버티며 1군을 꿈꾸는 서른 살의 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문상철은 "먼저 이야기 꺼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내가 여기(1군)서 이렇게 야구할 수 있으면, 그 어떤 선수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어느 날 올지 모르는 그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했으면 한다"며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한 게임, 한 게임 잘할 수 있다. 분명히 모두가 다 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본보기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문상철은 2014년 2차 특별 지명 11순위로 신생팀 KT의 일원이 됐다. 이듬해 1군에 데뷔했으나 백업 생활이 길어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해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누볐다. 112경기서 타율 0.260(304타수 79안타) 9홈런 46타점을 빚었다. 올 시즌엔 주축 타자가 돼 46경기서 타율 0.322(143타수 46안타) 9홈런 26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해당 인터뷰를 돌아본 문상철은 "사실 지금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됐을 때 그런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아직 그렇게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데 (인터뷰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셨다"며 입을 열었다.
KT 위즈 문상철이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문상철은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다 똑같은 선수고, 그래서 누구나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본다"며 "선수들이 한 명씩 유니폼을 벗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웠다. 나도 2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다른 팀이라도 2군에 오래 머물던 선수가 1군에 올라와 경기하는 걸 보면 뿌듯하더라. 그런 마음에서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타격감이 좋아진 비결에 관해 묻자 "지난해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게 가장 크다. 100경기 이상 소화한 시즌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 시즌 경험을 많이 했다"며 "타석 수도 늘었고 여러 상황도 마주하다 보니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경험이 같이 생겼다. 그래서 타석에서 한결 수월해졌다"고 답했다.
타격만큼 1루 수비도 신경 써야 한다. 문상철은 "스프링캠프 때 김호 수비코치님과 준비를 열심히 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외야와 1루를 병행했는데 올해 캠프에선 1루만 계속 연습했다"며 "수비를 많이 하다 보니 조금 편해진 듯하다. 예전엔 망설였다면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최하위권에 머물다 마법 같은 상승세로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올해도 서서히 비상 중이다. 문상철은 "지금 우리는 완전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잘 버티고 있다"며 "(웨스 벤자민, 고영표, 소형준 등) 선발투수들이 하나둘 돌아오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선수들 모두 알고 있다. 순위가 처져 있을 때도 팀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선수들 사이에 그런 믿음이 있는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목표는 단 하나다. 문상철은 "부상 없이 시즌 끝날 때까지, 여기에서 계속 팀과 함께 경기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고 강조했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