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6회초 1사 1루 한화 황영묵이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가 황영묵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찾았다. 자신은 과분한 별명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팬들이 '묵이베츠'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황영묵은 2024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안양 충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에 입학한 황영묵은 대학을 중퇴하고 2019년부터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에서 활약했다. 성남 블루팬더스와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연천 미라클 등을 거쳤고,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한화 2024 신인 야수 중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황영묵이 유일했다. 최원호 감독은 수비력을 갖춘 황영묵을 즉시전력 내야 백업 요원으로 기대했고, 황영묵은 1차 호주 멜버른과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완주,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개막 직후 빠져 있던 선발투수들이 엔트리에 들어오면서 황영묵은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지만, 4월 9일 곧바로 다시 부름을 받았다. 잠실 두산전이었던 이날 황영묵은 8회말 대수비로 들어가며 1군 무대에 데뷔한 황영묵은 11일 대주자로 들어가 홈을 밟으며 데뷔 첫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 6회말 2사 KT 청성호의 내야 땅볼 때 한화 유격수 황영묵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하루하루,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자신의 새로운 기록들을 쌓았다. 12일 대전 KIA전에서 8회초 채은성이 수비를 하다 다치면서 투입된 황영묵은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박준표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2루타를 기록했다. 이후 안치홍이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가며 만들어진 무사 1・2루에서 김태연의 적시타에 들어와 득점을 추가했다.
데뷔 첫 안타가 연속 안타 기록의 시작이기도 했다. 황영묵은 이날부터 1일 대전 SSG전까지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15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작성했다. 2일 SSG전 4타수 무안타로 기록이 깨지기는 했지만, 한화가 주춤한 이 기간 황영묵의 안타는 한화팬들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황영묵의 안타 기록의 비밀이 하나 있다면, 데뷔 첫 타석부터 이어진 안타를 모두 '대선배' 김강민이 선물한 배트로 쳤다는 것. 황영묵은 "연습용 배트도 주시고, 시합 때 치라고 시합용 배트도 두 자루 주셨다"고 얘기했다. 김강민은 "나보다 내 글러브와 배트가 더 많이 뛰고 있다"고 농담했다.
지난달 16일 창원 NC전에서 2루수로 데뷔 첫 선발 출전한 황영묵은 이후 꾸준히 선발 유격수를 맡으며 하주석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현재까지 20경기 63타수 21안타(1홈런) 8타점 10득점 타율 0.333. 프로 무대를 처음 밟은 신인임을 감안하면 더욱 훌륭한 공수다.
황영묵이 기대를 받는 건 스스로도 자신하고, 여러 차례 호수비로 증명했듯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 여기에 기대 이상의 방망이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첫 캠프, 첫 안타와 첫 선발, 첫 홈런까지. 남들보다 조금은 오래 걸렸을지 몰라도 황영묵은 늘 이런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오자, 꿈꿔왔던 장면을 직접 현실로 만들며 그 기회를 단숨에 움켜쥐었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2회초 2사 1,3루 SSG 최지훈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한화 황영묵에게 태그아웃을 당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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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