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문태유가 '눈물의 여왕'으로 만난 김수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슬의생' 당시에도 감초 역할을 맡았던 만큼 김양기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듯 했으나, 문태유는 "자신이 없었다. 저는 성격이 전혀 재미가 없어가지고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 말을 제일 많이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가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자평하는데, '슬의생'이나 '기상청 사람들'도 그렇지만 많이 어필되고 인기있던 작품에선 감초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그러다보니 '저 배우는 나오면 재밌고 감초같은 걸 잘 하네' 해주시는 거 같다. 물론 연기자는 자기 성격대로 연기하는 게 아니기에 제가 갖고 있는 모습 중에서 가져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어떤 작품을 하든 (제가 맡은) 이 역할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희극적인 친구인지, 혹은 딥한 친구인지 선만 맞춰지면 확신이 있어서 좀 더 까불 수 있다. 그런데 서로 확신이 없을 땐 (연기를 했을 때) 민망하다"고 밝힌 문태유는 "제 장면의 90%가 김수현하고만 있다. 다른 배우들과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톤을 맞추기 힘들었다. 저 혼자 확 튀면 너무 오글거리지 않나. 그 부분을 조율할 때 제일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촬영 전 걱정이 괜한 우려였을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한 문태유는 "제 상대역이 김수현 씨라고 할 수 있지 않나. 너무 상대를 잘 만났다는 생각이다. 모두들 칭찬을 하시던데, 역시나 현장에서 전혀 힘든 내색, 어두운 내색, 예민한 내색을 안 했다"고 김수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나중에 방송을 보고 더 느꼈다. 작품이 정말 힘든 씬들의 연속이고, 그냥 다 백현우, 홍해인(김지원)의 서사 아닌가. 백현우의 서사 중에 양기는 일부분인데, 거의 1년을 찍는 동안 한 번은 힘들어하거나 예민해하거나 할 수 있는데 한 번을 안 그러더라.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탄했다.
서로 낯을 많이 가리는 탓에 김수현과 말만 놓은 사이라고 고백한 문태유는 "제가 어떤 파트너였을진 모르겠지만, 1년 동안 여러 힘든 장면을 소화하면서도 '양기와 만나는 촬영은 맘 편하게 올 수 있었어. 편해'라고 느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수현과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소화한 만큼,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다른 배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문태유는 "사실은 용두리에 가고 싶었다. 제가 시골 출신인데, 용두리가 나오면 너무 좋더라. 노을이 지는 언덕에 가족들이 가서 안아주고 짜장면 시켜먹자 하는 장면이 제 최애 시퀀스다. 저는 1년 내내 정장 입고 한강 둔치에 가서 일을 하는데, 제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보지 못했던 자연의 풍광이 나오니까 용두리에 가보고 싶었다. 로케 현장에 한 번도 못가봤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이들의 호불호가 갈렸던 결말과 관련해서 문태유는 "대본으로 읽었을 때부터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시각적 이미지로 비석이 나와서 백홍 커플을 응원하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니까 속상하셨을 거다. 그런데 저는 늙은 현우를 대변하는 캐릭터와 해인이 그동안 살아온 세월에 대한 비석을 보는 순간 1화부터 16화까지의 현우, 해인이 싸우고 지지고 볶고 아팠다가 하는 서사가 쫙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안 보여줘도 그렇게 상상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이야기가 행복하게 시작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나. 오히려 쫙 지나갔는데 거기에 라벤더 꽃을 놓는 현우의 모습이 강동적이었고, 감동의 길이가 길어진 느낌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하나씩 시퀀스가 바뀌지 않나. 둘이 갔다가 애기가 생겼다가 늙은 현우가 나오는 장면도 너무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아하는 엔딩"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게 골인 지점이 결혼이 아니지 않나. 결혼한 상태로 이야기가 시작됐는데,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설렘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 이게 맞는 결말이 아닌가 싶다. 둘 중 누구 한 명이 떠났더라도 서로가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는 것 이상의 엔딩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엑's 인터뷰③]에 계속)
사진= 굿맨스토리, '눈물의 여왕' 방송 캡처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