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 잉글랜드 명문 아스널에서 뛰는 풀백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국가의 부름에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했다.
국가대표팀 소집에 응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국 BBC는 지난 5일(한국시간) 진첸코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진첸코는 전쟁에 나서라는 소집에 응할 것인지 묻자 "이것은 명확하다. 나는 싸우러 갈 것이다"고 했다. 그는 "같이 학교를 다녔고 축구를 같이 했던 친구들이 이제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진첸코는 이어 "나라의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이 전쟁이 곧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지난 2022년 2월24일 시작됐다. 이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몇 차례 공격을 시도한 적은 있으나 전면전을 시작한 것은 2년 2개월 전이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가 종전을 원하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물량 공세로 우크라이나를 조금씩 제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0만 명의 군인이 더 필요하다며, 최근 군대 동원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법안에 서명했다.
진첸코는 전쟁이 일어나고 우크라이나에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 BBC는 "27세의 이 선수는 2022년 러시아 전면 침공 이후 고국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약 100만 파운드(약 17억원)를 기부했다"고 했다.
진첸코는 아스널의 레프트백으로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에서 런던 연고의 현재 팀으로 이적했다. 맨시티에서 원래 자신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왼쪽 풀백으로 변신했다. 아스널에서 기량을 꽃 피웠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의 전술 핵심이 진첸코다. 아르테타 감독은 진첸코를 왼쪽 수비수 주전으로 낙점하고 그를 인버티드 풀백으로 사용했다. 인버티드 풀백이란 측면에 있어야 할 풀백이 중앙으로 와서 빌드업에 가담하고 공격까지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포지션이 미드필더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진첸코는 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지난 시즌 본인 커리어 최다 경기인 33경기에 나섰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에 비해 기량이 조금 떨어진 모습이지만 30경기에 나서며 아스널의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의 활약은 우크라이나 대표팀에서 도드라진다. 2015년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처음으로 뽑힌 뒤 60경기에 나서 9골과 5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최근 3월 A매치 두 경기에서도 나서며 우크라이나의 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본선 출전권 확보에 힘을 보탰다. 본선에서 벨기에,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진첸코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마음은 상상 그 이상이다.
그는 "내 의무가 무엇인지 내가 조국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며 "내가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사실이 이보다 자랑스러울 수 없다. 이 전쟁이 곧 끝나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우크라이나를 재건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