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바라만 봐도 배부르다.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과 코치진은 요즘 이 투수를 떠올리기만 하면 웃음이 나온다. 우완투수 조병현이다.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 감독과 송신영 수석코치는 입을 모아 조병현을 칭찬했다.
SSG는 지난 29일 대구 삼성전에서 6-4로 승리하며 3연패를 끊어냈다. 6-4로 점수가 팽팽하던 8회말, 조병현을 구원 등판시켰다. 조병현은 강민호를 1루 땅볼, 오재일을 루킹 삼진, 김동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를 선보였다. 2021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홀드를 챙겼다.
이튿날인 30일 이 감독은 "송신영 수석코치가 조병현을 두 번이나 추천했다. (고)효준이를 쓰려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병현이를 이야기하길래 '지금 내자는 이야기야?'라고 두 번이나 물어봤다"며 "송 코치가 '쓰시죠'라고 하더라. 어차피 타이트한 상황에도 기용해 봐야 하니 과감하게 한번 써봤다. 병현이가 너무 잘 던져줬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난 더그아웃 앞에 있어서 몰랐는데 송 코치가 뒤에서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송 코치는 대범한 스타일인데 기도했다고 해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기도 많이 하게 만들어야겠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어떤 마음으로 조병현의 투구를 지켜봤을까. 이 감독은 "믿었다. 나도 코치 생활을 해봤지만, 코치가 감독에게 그렇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들 효준이를 예상했을 텐데 병현이가 나와 놀랐을 것이다. 송 코치를 믿은 만큼 병현이도 믿었다. 필승조까지 올라가야 하는 선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병현이가 잘해줘 (투수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이제 계산이 서는 것 같다"며 "병현이가 잘하면 (이)로운이나 (한)두솔이도 자극을 받아 더 잘하려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올 시즌을 앞두고 SSG 감독으로 부임한 후 조병현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이 감독은 "주위에서 추천을 많이 해줬다. 김유진 단국대 감독님은 '대표팀에 같이 가보니 좋더라.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며 가장 먼저 조병현을 추천하셨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야구단 박치왕 감독님도 '그 친구 아마 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래서 나도 조병현이 어떤 선수인지 궁금했다. 씩씩하게 자기 공 던지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코치들이 전력분석이나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자기 공을 구사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고 흐뭇해했다.
송신영 코치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송 코치는 "배영수 투수코치와 8회 투입할 투수를 상의하면서 병현이로 가자고 했다. 배 코치가 감독님께 병현이를 추천했다"며 "감독님께서 내게 두 번이나 병현이 투입을 물어보셨다. 예상치 못했던 선수라 확인차 물어보신 듯하다"고 돌아봤다.
송 코치는 "병현이의 구위나 최근 컨디션이 좋아 결정을 내렸다. 우리 불펜에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그래서 조금 더 일찍, 타이트한 상황에 추천했다"며 "병현이를 말씀드린 후 불펜에 연락해 이승호 코치에게 불펜 투구가 괜찮았는지 물어봤다. 만약을 대비해 (문)승원이를 바로 투입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생애 첫 홀드를 챙긴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조병현은 믿음에 응답했다. 송 코치는 "삼진 2개를 잡아내는 투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투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병현이를, 나도 모르게 껴안고 있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조병현의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그는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고 홀드를 기록할 수 있어 긴장됐지만 후회 없이 던지자는 마인드로 임했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안타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대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믿고 자신 있게 던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가 몸을 풀면서 내 공을 보니 느낌이 좋았다. 상대와 승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타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포수 (이)지영 선배님 글러브를 보고 세게 던졌다"고 전했다. 그는 "첫 홀드라 너무 기분 좋았다. 계속 이기는 상황에 나가 홀드나 세이브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병현이 SSG를 웃게 한다.
사진=SSG 랜더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