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역대 최소경기이자 KBO리그 통산 4번째로 160승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대구, 최원영 기자) 김광현은 더 높은 곳을 본다.
SSG 랜더스 좌완투수 김광현은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6-4 승리 및 3연패 탈출에 공을 세웠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작성하며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의미가 큰 승리였다. KBO리그 역대 4번째로 개인 통산 160승을 달성했다. 송진우(210승·은퇴), 양현종(168승·KIA 타이거즈), 정민철(161승·은퇴)에 이어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역대 최소경기인 358경기 만에 160승 고지에 올라 더욱 뜻깊었다. 종전 정민철이 2008년 6월 10일 시민 삼성전에서 기록한 373경기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날 김광현의 투구 수는 102개(스트라이크 61개)였다. 패스트볼(48개)과 슬라이더(29개), 커브(13개), 포크볼(12개)을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km/h였다.
경기 후 김광현이 중계방송사와의 수훈 인터뷰를 마치자 후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김광현에게 물을 뿌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축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좌완 선발투수 후배인 오원석은 다음엔 더 큰 물통을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김광현은 미소를 머금은 채 "나 감기 걸리겠다!"고 외치며 후배들에게 투정을 부렸다.
김광현은 "3연패 탈출만 생각했다. 160승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며 "3연패로 인해 팀 분위기가 조금 좋지 않아 걱정했다. 경기 초반부터 타자들이 잘 쳐줘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SSG 타선은 이날 4홈런 포함 11안타를 터트렸다.
SSG 랜더스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역대 최소경기이자 KBO리그 통산 4번째로 160승을 달성한 뒤 후배들에게 물 세례를 받고 웃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역대 최소경기라는 말에 김광현은 "그것도 큰 의미 없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목표로 한 200승에 가까워질 때까지, 200승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달리려 한다. 지금은 그 과정이기 때문에 좋아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한 시즌, 한 시즌이 중요하기 때문에 200승을 위해 몸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겠다. 오늘(29일)은 연패 탈출에만 의미를 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회 1실점 했지만 2사 만루 위기를 잘 넘겼다. 김광현은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회엔 삼진 3개를 잡으면서 경기 분위기가 우리 팀으로 넘어오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며 "슬라이더가 잘 돼 좋았다. 볼넷이 많았다는 게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다. 지난 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출격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김광현은 "이번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적응을 더 빨리 해보려 했다. 1회는 기세 싸움이라 생각해 힘을 많이 들였다. 2회부터 어디에 던져야 스트라이크를 잡아주고, 안 잡아주는지 파악하려 했다"며 "내 느낌이겠지만 (홈구장인) 문학과 대구의 ABS가 다를 수 있어 더 신경 썼다. 대구에선 삼성과 우리 팀 모두 같은 마운드, 같은 ABS에서 투구했기 때문에 누가 더 불리하다고 표현할 순 없는 듯하다. 선수들이 빨리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 세례와 함께 격하게 축하해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광현은 "3연패 기간 후배 투수들이 (안타 등을) 많이 맞았다. 무척 속상할 텐데 이렇게 축하해줘 고맙다"며 "이 선수들이 내가 은퇴하기 전까지 팀의 에이스, 필승조로 성장했으면 한다. 실력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이게 200승 외에 나의 개인적인 소망이자 목표다"고 힘줘 말했다.
SSG 랜더스 선발투수 김광현이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같은 좌완 선발인 오원석은 더욱 남다를 수 있다. 김광현은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칭찬도 많이 한다. 후배들 중에 선발로 가장 많이 등판했고, 미래의 선발투수로서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선수다"며 "조금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늘 '왕관의 무게 무겁다. 이제 네가 받아달라'고 장난으로 이야기하는데 (오)원석이가 차츰 성장해줬으면 한다. 보고 배우는 게 분명 있을테니 나도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개막 전부터 SSG의 4, 5선발이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에이스인 김광현이 느끼는 '왕관의 무게'는 더 무거웠을 터. 김광현은 "매년 그래 왔다. 항상 중요한 경기를 맡다 보니 이제는 당연하다고 여긴다"며 "내가 많이 이겨줘야 4, 5선발 등 후배들도 편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내가 최대한 승리를 쌓아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품격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이숭용 SSG 감독도 김광현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 감독은 "투수 쪽에서는 단연 (김)광현이의 호투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팀이 연패 중인 힘든 상황 속에서 역시 김광현답게, 에이스답게 멋진 피칭을 보여줬다. 160승 대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광현의 승리 행진은 계속된다.
SSG 랜더스 좌완 선발투수 김광현이 2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역대 최소경기이자 KBO리그 통산 4번째로 160승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 최원영 기자
사진=대구,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SSG 랜더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