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8.10 09:29 / 기사수정 2011.08.10 09:29
[E매거진] 올 여름 극장가, 미국과 한국 블록버스터 경합의 차기주자였던 7광구가 지난 주말 개봉했다.
150만이라는 주목할 만한 흥행성적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지만 약 800개의 개봉관과 '해운대' 윤제균 감독과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의 만남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적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장기전을 치룰 체력은 부족해 보인다.
영화는 제주도 남단 7광구 석유시추선, 철수 명령과 함께 남아 있던 9명이 괴물과 벌이는 사투를 그리고 있다. 간단한 한 줄의 줄거리는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괴물과 싸운다는 명확한 설정이 있기에 관객은 영화 속에서 괴물과의 힘겨운 추격전에서 스릴, 공포, 쾌감을 찾는다. 그러나 스크린 위에 풀어놓은 110분간의 이야기는 한 줄의 줄거리, 그 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7광구'의 많은 것들은 연작 영화,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한 극적구조, 에일리언의 쓰임새와 이용가치에 대한 문제, 에일리언의 이동경로와 공간, 고립된 공간에 갇힌 소수의 인물들,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 그리고 여배우의 단독주연. ‘7광구’는 에일리언 연작과 비교될 유사한 점들이 많다. 그러나 '에일리언'이 남겼던 것들은 크다
탄탄한 스토리, 이를 뒷받침하는 완벽한 이미지, 우주괴물 에일리언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묘사, 연출을 통해 SF와 공포의 완벽한 조화를 이뤘고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당시 주류를 거스르는 주인공 여전사(시고니 위버)의 등장은 현대 여성의 강인함을 드러냈고 남성우월주의에 비판을 가했다.
한국 영화 대작의 주류 역시 남성이었다. 여배우의 단독 주연은 찾기 어려웠다.
'7광구'의 화려한 조연들을 시종일관 이끌고 가는 것은 하지원이다. 그러나 영화를 홀로 이끄는 그녀의 모습은 힘들어 보인다. 그녀가 지금까지 쌓아온 그녀의 이미지는 ‘에일리언’에서 보여주었던 시고니 위버의 것과 구분된다. 전투적인 강인한 전사가 아닌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겠다는 악바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7광구’의 아쉬움이 더 크다. 그녀의 차별된 이미지를 통해 차별된 새로운 한국 현대 여성의 정형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미국과 한국의 영화를 구분할 순 없다. 제작 환경과 자본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30년 전의 영화에서 차이를 느낀다는 것은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다른 것들에서 일 것이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힘겨운 선전이 이어가고 있지만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 올 여름 마지막 한국 대작 영화 '최종병기 활'이 기다리고 있다. 힘찬 활시위로 근심의 빗줄기를 끊어주길 기대한다.
[글] 황하민 (엑스포츠뉴스 칼럼니스트 · 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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