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전에서 쓴맛을 본 두산 베어스 투수 김택연. 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창원, 박정현 기자) "오늘(23일)과 내일(24일)까지는 첫 경기이니 편한 상황에서 지켜보려고 한다."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은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7회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김택연이 많은 기대 속에 마운드에 오른 이유가 있었다. 인천고를 졸업한 고졸 루키로 2024년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을 통해 두산에 입단,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개막 엔트리까지 확보하며 지난겨울 스토브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신인임을 입증했따.
그러나 캠프와 실전은 달랐다. 김택연은 많은 기대속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첫 타자부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7회말 지난시즌 타격왕인 선두타자 손아섭을 상대해 좌측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맞았다. 이후에도 제구가 안 되며 맷 데이비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박건우에게 좌전 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김택연은 후속타자 김성욱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1점과 아웃카운트 하나를 바꿔 1-2가 됐다. 이후 서호철을 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 또다시 제구가 흔들려 김형준에게 사구,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2-2 동점을 헌납했다.
김택연은 2사 2, 3루에서 박민우를 상대로 중견수 뜬공을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타격은 컸다. 최종 성적은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3볼넷 2실점.
두산도 9회말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해 여러모로 힘겨운 프로 데뷔전을 보내야 했다.
힘겨운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 엑스포츠뉴스 DB
그런데 김택연이 등판한 타이밍이 이상하다. 선발 등판하던 라울 알칸타라가 6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으로 순항하며 리드를 지켜줬기에 이후 경기 막바지까지 좋은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록, 알칸타라가 갑작스러운 오른쪽 허벅지 앞쪽 근육통으로 교체돼 불펜이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을 수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묘한 김택연의 등판이었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의 등판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오늘(23일)과 내일(24일)까지는 첫 경기이니 편한 상황에서 지켜보려고 한다. 고척에서 메이저리그 스페셜매치를 할 때 많은 관중 앞에 서봤지만, 지금은 국내 리그여서 응원 문화 등 또 다른 점이 있다. 미팅을 거친 뒤 여기에 스며들 수 있도록 결정했다. 결과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중요한 상황에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다. 그만큼 김택연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령탑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편한지 점수 차 및 리드 상황, 추격 상황 등 밝히지 않았지만, 과연 7회말 손아섭을 첫 상대로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김택연이 편한 상황에서 나섰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고 불펜에 쓸만한 투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날 두산은 김명신과 박치국, 이영하 등이 불펜에 남아 있었다. 9회 마무리 투수 정철원이 올라온다는 가정하에 7~8회 두 이닝만 막으면 됐다. 이런 상황에 충분한 경험이 있는 투수들을 먼저 내세울 수 있었지만, 이 감독은 지난해 KBO 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두 명 있는 손아섭(2023년 지명타자 부문 골드글러브/2023시즌 타격왕·최다 안타)-데이비슨-박건우(2023년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로 이뤄지는 상대 3~5번 타선을 상대로 김태연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악수가 돼 팀 패배로 연결됐다.
개막전 결과를 떠나 김택연은 팀과 한국 야구를 책임져야 할 미래다. 그만큼 재능 있는 선수이기에 팀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첫 등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김택연은 이날 아픔을 딛고 한 층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김택연은 첫 경기의 아픔을 딛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두산 베어스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