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사' 손흥민이 털어놓은 속마음…"그만할 것 같았다, 조언과 응원 감사"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아시안컵 당시 국가대표팀 은퇴 시사 발언을 했던 손흥민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손흥민은 대표팀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조언과 응원 덕에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전 태국에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초반에는 태국의 압박과 역습에 흔들리는 듯했으나, 한국은 이내 침착하게 경기에 임했다. 후방에서 수비와 허리를 중심으로 천천히 공을 돌리며 태국의 빈틈을 엿봤다. 몇 차례 날카로운 공격이 있기는 했으나,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런 한국의 해결사로 나선 선수는 '캡틴' 손흥민이었다. 전반 42분이었다. 측면 돌파에 성공한 이재성이 골문 앞으로 컷백 패스를 내줬다. 이를 침투하던 손흥민이 방향만 바꾸는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태국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이 자신의 124번째 A매치에서 터트린 45호골.

손흥민의 선제골에 힘입어 리드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전에 벌어진 일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후반전 교체로 투입된 태국 공격수 수파낫 무에안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실점했다. 이후 한국은 이강인, 조규성 등을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기며 막바지까지 태국 수비를 두드렸으나 결국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태국 골키퍼의 선방쇼, 그리고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운 결과였다.

경기 후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취재진 앞에 섰다. 손흥민은 "결과가 아쉽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짧은 시간 동안 노력해서 얻은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우리가 더 잘 준비해서 만들어내야 한다"라며 아쉬운 무승부 속에서도 긍정적인 수확들이 있었다고 짚었다.



긍정적인 부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묻자 손흥민은 선수들의 단합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했으나 아쉽게, 혹은 운이 나빠서 살리지 못한 찬스들을 만들어낸 것 또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선수들이 단합해서 한 발 더 뛰어주려고 노력했던 부분들, 또 공격하면서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던 부분들은 내가 볼 때 분명히 긍정적이다. 찬스를 만드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태국처럼 수비를 하는 팀을 상대로 찬스를 만드는 건 어렵다. 이건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고, 태국 골키퍼의 선방도 좋았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좋았던 건 선수들이 정말 뭉쳐서 뭔가 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 얻어낼 수 있었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손흥민은 대표팀이 단합됐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특히 결승전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좌절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비교했을 때 더욱 그랬다.

손흥민은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단합은) 오늘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당연히 결과를 생각하고 이번 경기를 보셨겠지만, 우리에게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더 중요한 것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뛰지 않는 선수들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우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강인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워낙 잘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재능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특별하게 할 일은 없다. (이)강인 선수가 교체로 들어와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그 결과 분위기를 전환시켰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에서부터 호흡이 점점 좋아지는 걸 많이 느꼈다. 강인 선수가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매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같이 뛰면 즐겁다. 앞으로도 더 잘해주길 바란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터트린 득점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자신의 124번째 A매치에서 45호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한국 국가대표팀 A매치 역대 최다 출전 공동 5위로 올라섰고, 득점에서도 황선홍 감독의 기록(50골)과의 격차를 다섯 골로 좁혔다.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득점할 때마다 느낀다. 골은 내가 넣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득점을 할 수 있었다. 팀으로서 득점을 한다는 게 정말 기쁘다"라며 기뻐하면서도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손흥민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상당히 좋다. 또 오랜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할 때 득점할 수 있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한 게 아쉬운 것 같다"라며 결과가 아쉽다고 했다.

또 "나는 축구를 하면서 나를 먼저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뭐든지 팀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팀이 잘되면 나도 자연스럽게 잘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라고도 말했다.

다음 경기는 태국 원정이다. 원정은 언제나 까다롭지만, 동남아 원정은 원정 중에서도 꽤나 힘든 편에 속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열린 3차전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태국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 역시 크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이제는 정말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원정도 해봤지만 홈팬들의 야유와 열정적인 응원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라며 약간의 우려를 표했다.

계속해서 "오늘 같은 경기에서도 태국이 어떤 경기를 펼치고 싶어 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태국을 존중하기는 하나,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더 잘 준비해서 한다면 분명히 결과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대표팀의 조직력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3월 A매치 연전을 치르면서 조직력이 완벽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손흥민은 "사실은 그런 와중에도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냈다는 게 아까 말한 긍정적인 요소다. 다같이 모여서 운동한 게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찬스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같이 뛰는 선수들도 아니고,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서로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해 경기력을 만드는 부분들은 분명히 칭찬받아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맞추고 있어서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질문은 아시안컵 때 밝혔던 은퇴 시사에 관한 질문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요르단전에서 패배한 뒤 은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에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앞서 박지성이나 기성용처럼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선수들도 손흥민과 비슷한 나이에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손흥민의 은퇴 가능성도 충분했다.



손흥민은 잠시 침묵하더니 어렵게 입을 뗐다.

손흥민은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그때도 얘기했던 것처럼 나에게 대표팀이라는 자리는 단 한 번도 당연시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러주셔서 매번 감사했고, 매번 영광스러웠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내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정말 (대표팀을) 그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심경 코 앞까지 갔었다. 은퇴한 선수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그런 것들이 아직 어린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라며 은퇴를 고려하면서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표팀을 사랑하는 마음에 은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흥민은 "한 명의 선수로서, 또 사람으로서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동료들이 그런 것들을 다 떠안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나도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많은 팬들과 가족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아서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 "어디까지나 나와 팬분들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고, 앞으로 이런 약한 생각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이 되는 한, 또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가리 박고' 하겠다"라고 했다.

손흥민이 조언을 구한 대상은 대표팀 선배이 박지성과 기성용, 그리고 아시안컵 기간 동안 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관계를 쌓았던 차두리 전 국가대표팀 코치였다. 축구 외적으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털어놓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조언을 구한 사람들 중에는) (박)지성이 형도 계시고, (기)성용이 형도 계시고, (차)두리 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또 축구 외적으로 인생 선배분들께도 많은 질문을 드렸던 것 같다. 아버지께도 여쭤봤고, 항상 도움이 되는 분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 자리를 통해 조언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 인터뷰 일문일답.

-경기 소감은.

결과가 아쉽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짧은 시간 동안 노력해서 얻은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우리가 더 잘 준비해서 만들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운도 따르지 않았고, 태국 골키퍼의 선방도 좋았다. 그래도 이런 부분들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가장 좋았던 건 선수들이 정말 뭉쳐서 뭔가 한 번이라도 더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오늘 경기에서 얻어낼 수 있었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대표팀이 얼마나 단합됐다고 느끼는가.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단합은) 오늘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당연히 결과를 생각하고 이번 경기를 보셨겠지만, 우리에게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더 중요한 것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과 뛰지 않는 선수들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우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선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이강인과의 호흡은.

워낙 잘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재능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특별하게 할 일은 없다. (이)강인 선수가 교체로 들어와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도 많이 했고, 그 결과 분위기를 전환시켰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에서부터 호흡이 점점 좋아지는 걸 많이 느꼈다. 강인 선수가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매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같이 뛰면 즐겁다. 앞으로도 더 잘해주길 바란다.



-득점 소감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을 득점할 때마다 느낀다. 골은 내가 넣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득점을 할 수 있었다. 팀으로서 득점을 한다는 게 정말 기쁘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상당히 좋다. 또 오랜만에 한국에서 경기를 할 때 득점할 수 있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한 게 아쉬운 것 같다.

나는 축구를 하면서 나를 먼저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뭐든지 팀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 팀이 잘되면 나도 자연스럽게 잘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태국 원정을 말한다면.

이제는 정말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원정도 해봤지만 홈팬들의 야유와 열정적인 응원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도 태국이 어떤 경기를 펼치고 싶어 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 태국을 존중하기는 하나,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더 잘 준비해서 한다면 분명히 결과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대표팀의 조직력은.

사실은 그런 와중에도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냈다는 게 아까 말한 긍정적인 요소다. 다같이 모여서 운동한 게 하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찬스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같이 뛰는 선수들도 아니고,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서로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해 경기력을 만드는 부분들은 분명히 칭찬받아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대화를 통해 맞추고 있어서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아시안컵 당시 은퇴 시사 발언을 했는데.

되게 어려운 질문이다. 그때도 얘기했던 것처럼 나에게 대표팀이라는 자리는 단 한 번도 당연시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러주셔서 매번 감사했고, 매번 영광스러웠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정말 (대표팀을) 그만 할 것 같았다. 그런 심경 코 앞까지 갔었다. 은퇴한 선수들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조언도 많이 구했다. 정말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셨다. 그런 것들이 아직 어린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한 명의 선수로서, 또 사람으로서 이렇게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동료들이 그런 것들을 다 떠안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나도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많은 팬들과 가족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아서 큰 힘이 됐다.

어디까지나 나와 팬분들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고, 앞으로 이런 약한 생각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이 되는 한, 또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가리 박고' 하겠다.

-조언을 구한 사람이 있다면.

(조언을 구한 사람들 중에는) (박)지성이 형도 계시고, (기)성용이 형도 계시고, (차)두리 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또 축구 외적으로 인생 선배분들께도 많은 질문을 드렸던 것 같다. 아버지께도 여쭤봤고, 항상 도움이 되는 분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 자리를 통해 조언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고아라 기자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