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통역으로부터 금전 피해를 입은 오타니 쇼헤이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게임에 앞서 야구 외적인 문제로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버츠 감독은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 메이저리그 경기에 앞서 "죄송하지만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그 이슈(오타니 통역의 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나는 아무런 코멘트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전날 샌디에이고를 5-2로 꺾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의 승자가 됐다. 1-2로 끌려가던 8회초 공격에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4득점에 성공,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오타니는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해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로 맹타를 휘둘렀다. 다저스가 4-2로 역전한 8회초 1사 1·2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기세를 올렸다.
오타니는 지난 15일 입국 후 한국에서 방망이가 호쾌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17일 키움 히어로즈전 2타수 무안타 2삼진, 18일 팀 코리아와의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오타니는 개막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다저스 이적 후 처음으로 치른 공식경기에서 마수걸이 안타를 신고한 것은 물론 타점까지 보태면서 기분 좋게 2024 시즌을 출발하게 됐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하지만 오타니는 샌디에이고전을 마친 뒤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즈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로부터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 등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 베팅 사실이 드러난 것은 물론 오타니의 개인 자금까지 손을 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와 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큰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게 확인됐다. 미즈하라가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인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 선수는 물론 프런트 등 구성원들이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 불법 베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저스의 연고지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 도박이 불법이다.
오타니의 변호인 측은 미즈하라를 고발했다. 다저스 구단도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했다. 구단에서 일하는 대리인(통역사)의 도박에 관한 처벌이 규정에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슈퍼스타에게 부도덕한 일로 피해를 입힌 미즈하라와 함께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문제없이 21일 샌디에이고전에도 2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한다고 밝혔다. 오타니가 게임 준비를 잘 마쳤고 몸 상태에도 전혀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저스는 전날 게임을 앞두고 오타니를 겨냥한 고척스카이돔 폭탄 테러 예고 신고가 접수돼 잠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 경기장 내를 수색했고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연합뉴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는 경기를 뛸 채비를 마쳤다. 현재 타자조 미팅에 참여하고 있다"며 "(통역 논란과 관련해) 영향은 없다. 오타니의 경기 출전은 전혀 우려하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야구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전날에도 (폭탄 테러 신고) 문제가 있었지만 게임에만 집중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며 "나는 서울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왔고 한국에서 경험도 좋았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타니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웨스트 할리우드의 버크 브레틀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의 피해자라는 걸 발견한 뒤 사법당국에 사건을 넘겼다"고 알렸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보도에 따르면 미즈하라 사건은 오타니가 도박업자인 매슈 보여 측에게 송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오타니 측은 오타니가 잇페이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송금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날 입장을 바꿨다. 오타니 측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내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잇페이가 불법 도박을 저지르고 오타니의 돈에 부적절하게 손을 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즈하라는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일하며 오타니와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닛폰햄에서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오타니는 2017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었다. 많은 구단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투타 겸업을 보장한 에인절스가 오타니의 마음을 얻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LA 에인절스로 이적할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전담 통역이 필요했던 오타니가 미즈하라를 고용했고 동고동락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슈퍼스타로 도약한 이후에도 미즈하라와 동행을 이어왔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LA다저스와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93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하고 둥지를 옮길 때도 여전히 미즈하라를 통역사로 고용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LA 다저스 공식 입단식은 물론 각종 공식 행사에서 그림자처럼 오타니의 곁을 지켰다. LA 다저스의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에도 함께 동행했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오타니의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통역을 담당하면서 한국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오타니도 미즈하라를 단순한 통역이 아닌 가족 같은 존재로 여겼다. 오타니는 지난 15일 미국에서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하기 전에는 최근 결혼을 발표한 자신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미즈하라, 팀 동료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적인 관계 이상으로 미즈하라를 아끼고 존중했다.
미즈하라의 아내는 지난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을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지켜봤다.
미즈하라는 불법도박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까지 오타니 통역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20일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도 고척스카이돔 더그아웃에서 오타니 곁에 있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그러나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인연은 이제 마침표가 찍혔다. 미국 취재진은 지난 20일 샌디에이고전 종료 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 미즈하라가 오타니 곁에 보이지 않아 의아해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몇 시간 뒤에는 미즈하라가 비위 문제로 오타니, 다저스를 떠나게 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오타니는 21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부터 당분간 담당 통역 없다. 다행히 다저스에는 일본인 동료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있다. 야마모토의 담당 통역사가 오타니가 새 통역을 구하기 전까지 서울시리즈 기간은 물론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오타니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는 오타니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 야마모토의 통역사가 게임 중 오타니의 통역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인연에 마침표가 찍힌 것은 물론 프로 스포츠에서 통역사로 일할 수 있는 커리어도 완전히 끝장났다. 불법 도박에 빠져 고용주의 돈까지 손댄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에서도 불법도박 베팅에 선수의 돈까지 유용한 통역사를 고용할 구단은 없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1984년 12월 31일 홋카이도 도마코마이시 출생이다. 여섯 살 때 그의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면서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보냈다. 대학 교육도 미국에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201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본인 좌완 타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사로 프로 구단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일본으로 귀국해 일본프로야구 닛폰햄에 입사해 오타니와 인연을 맺었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 불법 도박에 자신의 개인 자금을 유용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게임부터 미즈하라 없이 경기를 치른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 통역을 맡은 뒤에는 차량 운전, 자금 관리 등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한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지난 2021년 오프시즌에는 에인절스가 수여하는 '최우수 통역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끌었던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의 통역으로 동행했다. 도쿄, 미국 플로리다에서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국가대표팀의 별명'의 WBC 우승 행보를 현장에서 함께했다.
미즈하라가 2023 일본 WBC 대표팀에서 일할 수 있었던 데는 오타니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오타니 덕분에 통역 커리어에 빛나는 순간 하나를 더 추가했지만 이제는 모두 흑역사로 남게 됐다.
미즈하라는 오타니 통역으로 일하면서 고액의 급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칸 스포츠'는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잇페이의 연봉이 30만 달러(약 4억 원)에서 50만 달러(약 6억 6000만 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