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다이어가 나가니 새로운 다이어가 왔다. 토트넘 선발 데뷔전을 치른 라두 드라구신이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5위 토트넘은 승점 53(16승5무7패)을 유지해 4위 도약에 실패했다.
앞서 지난 라운드에서 4위 애스턴 빌라를 4-0으로 완파하며 흐름을 탔던 토트넘은 풀럼전 패배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2013년 이후로 패배가 없었고, 최근 풀럼 원정에서 7전 전승을 거두던 상황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토트넘은 전반 42분 로드리고 무니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잡아 먼 포스트를 향한 오른발 슈팅으로 토트넘의 골문을 열었다.
후반 초반에는 2번째 골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후반 4분 티모시 카스타뉴의 크로스를 사샤 루키치가 박스 안 왼발 슛으로 점수를 벌렸다. 이어 후반 15분 무니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토트넘은 3골 차 완패를 당했다.
패배 원인을 꼽자면 크리스티안 로메로, 드라구신으로 이뤄진 후방 수비의 불안함이었다. 이날 부상 당한 미키 판더펜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드라구신은 지속적으로 뒷공간을 노출하며 풀럼에게 기회를 내줬다.
판더펜의 빠른 스피드가 그리운 경기였다. 판더펜은 지난해 여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이적해 토트넘에 합류한 뒤 에릭 다이어를 밀어내고 주전 센터백 자리를 꿰찼다. 로메로와 함께 출전하면서 좋은 호흡을 보였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라인을 높게 끌어올릴 수 있던 것도 판더펜이 광활한 뒷공간을 스피드로 커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판더펜은 직전 빌라와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 자리를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드라구신이 메웠으나 판더펜 만큼의 스피드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토트넘은 공간 수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과거 다이어가 선발로 나섰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영국 언론의 혹평이 이어졌다. 이브닝스탠더드는 "정확하고 침착했지만 결정적 순간에 무니스를 놓쳤다. 판더펜이었다면 골로 이어진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라며 평점 5점을 줬다.
풋볼런던도 "토트넘은 부상 당한 판더펜을 대신해 드라구신을 투입했다. 이는 단 하나의 변화였다"라며 드라구신을 풀럼전 패배 원흉으로 지목했다.
이어 "드라구신은 힘든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전반 종료 직전 무니스를 완전히 놓쳤고, 3번째 골 장면에서도 캘빈 배시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왔을 때 무니스가 드라구신을 제치고 빈 골문에 넣었다. 풀럼이 힘든 시간을 선사했고, 드라구신에게는 정말 힘든 저녁이었다"라며 무니스와의 경합에서 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트넘은 풀럼에게 쉽게 기회를 허용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골키퍼는 풀럼이 수비 라인이 쉽게 뚫리는 것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했고, 동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라며 비카리오도 드라구신의 수비력에 화를 냈다고 조명했다.
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팬들은 "드라구신에게 이보다 나쁜 하루는 없을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을 것", "드라구신은 오늘 경기 토트넘의 광대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다", "끔찍했다. 다이어 같았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마니아 출신 드라구신은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토트넘으로 이적해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구신 에이전트에 따르면 뮌헨이 막판 하이재킹에 나섰으나 드라구신은 이미 토트넘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고, 합의를 마친 토트넘을 존중하고자 뮌헨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단 때부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풀럼전 경기력은 제2의 다이어가 될 수 있다는 의심이 싹트게 만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전술적으로 다른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 한 지금 체제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