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을 사주세요."
토트넘을 경영하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큰 키의 한 남성을 만났다. 해당 사진에 토트넘 팬들이 조금씩 몰려와 "토트넘을 사달라"며 간청하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경영자로 알려진 레비 회장을 훌쩍 내려다보는 서아시아인은 바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움 알 쿠와인의 부통치자 셰이크 압둘라 빈 라시드 알 무알라다. 1971년에 태어나 영국 육군사관학교인 샌드허스트를 졸업한 그는 33살인 2004년부터 움 알 쿠와인의 부통치자로 20년간 재임하며 실질적인 권력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의 재산은 알려진 바 없지만 UAE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인 연방최고위원회 위원인 만큼 그 위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방최고위 위원은 7개 토후국에 한 명씩 배정된다. 최고위 부통령이 그 유명한 맨체스터 시티의 오너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다.
알 무알라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레비와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구단 방문 사실을 알렸다.
이 사진 한 장에 토트넘 팬들이 들끓고 있는 셈이다. 2001년 토트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레비는 지난 2019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새 구장을 지어 축구는 물론 영국 수도 런던에서 각종 엔터테인먼트의 요람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또 2010년대 중반부터는 해리 케인(현 바이에른 뮌헨),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델레 알리(현 에버턴), 키어런 트리피어(현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젊은 선수들로 팀을 재편하면서 토트넘의 새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구단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는 토트넘이 60년 넘게 지속된 프리미어리그 무관 신세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토트넘 팬들이 보다 돈 많은 구단주를 갖고 싶어하는 이유다. 지난해 맨유 인수에 실패한 카타르 자본이 토트넘으로 방향타를 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소문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8위에 그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파리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티켓도 따내지 못했을 땐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 '레비 아웃'이란 현수막도 적지 않게 걸렸다.
토트넘 팬들은 알 무알라의 사진에 댓글로 희망놀이를 하고 있다. "우릴 사달라", "형제여, 우릴 구해달라", "토트넘에 온 것을 환영한다"부터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특정 딜이 다 됐을 때 쓰는 표현인 '히어 위 고(Here we go)'까지 붙이고 나섰다.
다만 알 무알라의 토트넘 구단 방문이 여름에 빈 구장에서 하게 될 이벤트와 연관됐다는 견해도 있어 정말 알 무알라가 토트넘 구단 인수 및 투자 등에 관심이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알 무알라 SNS,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