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25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인터뷰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멋진 승부를 꿈꾼다.
구미가 당긴다. 올해 흥미진진한 맞대결을 펼칠 수도 있어서다. 한화 이글스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도 실력을 겨뤄볼 가능성이 높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선발투수 원태인은 "영광이다. 열심히 승부해 보고 싶다"며 두 눈을 반짝였다.
경북고 출신인 원태인은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을 거머쥐었다. 데뷔 시즌 바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해 금세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2021년엔 개인 최다승인 14승(7패 평균자책점 3.06)을 올렸고, 2022년에도 10승(8패 평균자책점 3.92)을 빚었다. 지난 시즌엔 26경기 150이닝서 7승7패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올해 또 하나의 동기부여 요인이 생겼다. 류현진의 복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빅리그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올 시즌 KBO리그로 금의환향했다.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와의 경기서 로테이션이 맞으면 류현진과 선발 매치업을 이룰 수 있다. 원태인은 "맞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야구를 진지하게 시작할 때 딱 류현진 선배님께서 미국에 진출하셨다(원태인 2000년생·류현진 1987년생). 큰 무대에서 평균자책점 1위도 하시고, 올스타로도 뽑히시더라"며 "정말 우러러봤다. 너무나 존경했던 선배다"고 힘줘 말했다.
류현진은 2019년 평균자책점 2.32로 빅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선정돼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한국인 최초 기록들을 썼다.
원태인은 "물론 (류)현진 선배님과 맞대결이라고 해도 선배님과 직접 승부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 타자들과 붙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경기에서 선발투수로서 대결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며 "꼭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던져보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좌완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23일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캐치볼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올해 한화로 복귀했다. 8년 총액 17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키나와(일본), 고아라 기자
직접 빅리그 타자들과 상대해 볼 기회도 있다. 2024시즌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 2연전인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이하 서울시리즈)' 무대가 다가오는 중이다. 오는 3월 20일, 21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다저스가 격돌한다.
개막전에 앞서 3월 17일, 18일에는 고척돔에서 스페셜 게임 4경기가 열린다. 17일 오후 12시 다저스와 키움 히어로즈, 오후 7시 팀 코리아와 샌디에이고, 18일 오후 12시 샌디에이고와 LG 트윈스, 오후 7시 팀 코리아와 다저스의 경기가 진행된다. 팀 코리아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 2일 예비 엔트리 35명이 발표됐다. 원태인의 이름도 당연히 포함됐다. 최종 엔트리에도 무난히 승선할 전망이다.
원태인은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지난해엔 태극마크만 세 차례 달았다. 개막 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왔고, 시즌 도중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즌을 마친 뒤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 출격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해 서울시리즈서도 실력을 뽐내고자 한다.
태극마크는 언제나 소중하다. 원태인은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다. 국가대표에 대해서는 언제나 욕심을 갖고 있다"며 "불러만 주신다면 나가야 한다. 올해도 대표팀에 갈 수 있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첫 번째 목표다"고 밝혔다.
서울시리즈에 관해서는 "슈퍼스타, 대선수들과 승부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기대감도 크다"며 "만약 내가 등판하게 된다면 중간에 강판당하지 않는 게 최우선일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상대해 보고 싶은 타자가 있다. 오타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A 에인절스의 '투타 겸업' 에이스로 맹활약한 오타니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27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역대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오타니는 1년가량 재활이 필요해 올해 타자로만 나설 예정이다.
원태인은 "WBC 때 오타니와 만났는데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이번에 또 맞붙게 된다면 한번 승부해 보려 한다"며 "삼진을 잡는다면 평생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3월 10일 WBC 1라운드 B조 일본과의 경기. 원태인은 3회말 무사 2, 3루에 구원 등판해 오타니에게 고의사구를 줬다. 제대로 된 승부를 노리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20일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서 라이브 배팅에 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태극마크의 무게감은 언제나 크다. 원태인은 "대표팀에서 1경기는 정규시즌 4~5경기의 체력 소모와 비슷하다. 야수들은 1경기를 치르고 나면 10경기를 소화한 것 같다고 표현한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나도 이해하게 됐다"며 "경기에 들어가면 긴장되고 부담감도 크다. 그래서 안간힘을 쓰며 던진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는 포수, 야수들이 '리그에서도 못 보는 공을 여기서 던지냐'고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024시즌 준비는 순조롭다. 원태인은 "지난해 너무 바쁘게 지내 올 시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페이스가 정말 좋다. 몸 상태도 마찬가지다"며 "지난 5년간 스프링캠프 때보다 올해 컨디션이 더 좋은 것 같다. 가장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누적 이닝이 많아 부상 염려가 뒤따르기도 했다. 원태인은 5시즌 간 1군에서 132경기에 출전해 726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전체 투수 중 4위이자 국내선수 1위다. 여기에 국제대회 이닝까지 합치면 만만치 않다.
원태인은 "진짜 아픈 곳 없이 몸을 잘 만들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올해 특히, 유독 더 신경 써주신다. 숙소에서도 또 불러 치료해 주신다"며 "나 또한 부상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며 조심하는 중이다. 팀에서 잘 관리해 주시는 만큼 이번 시즌도 부상 없이 잘 치를 수 있을 듯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도 있을까. 원태인은 "우선 연봉이 달라졌다"며 웃은 뒤 "책임감이 더 많이 생겼다. 그 외엔 매년 비슷하다"고 답했다. 원태인은 올해 기존 3억5000만원에서 22.9% 인상된 4억3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마쳤다.
그만큼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선발진 내 상수가 원태인뿐이다. 외인 원투펀치인 코너 시볼드와 데니 레예스는 KBO리그가 처음이다. 4선발 백정현은 지난해 8월 말 전력에서 이탈한 뒤 부상 복귀전을 준비 중이다. 5선발은 좌완 이승현, 이호성 등이 경쟁하고 있다.
원태인은 "부담감도 책임감도 크다. 나라도 감독님께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등판하는 경기에선 꼭 이길 수 있도록 잘해야 한다는 다짐을 계속 하고 있다. 그래서 캠프 내내 더 열심히, 더 부상을 조심하며 훈련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원태인이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진=오키나와(일본), 최원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AP/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