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아스널의 레전드 수문장 데이비드 시먼이 라이벌 구단인 토트넘 홋스퍼 팬들을 과감히 비판하고 나섰다.
시먼은 20일(한국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인 '시먼 세이즈'에 출연해 "토트넘 팬들은 이기는 것보다 흥미진진한 경기를 연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며 이러한 생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토트넘은 18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울브스)에 1-2로 패했다. 다소 충격적인 홈경기 패배로, 시즌 초반 울브스에 내준 패배를 설욕하는 데에 실패했다. 이로써 울브스는 올 시즌 토트넘을 상대로 리그 더블(두 번의 맞대결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것)을 기록하게 됐다.
최근 토트넘이 리그에서 보인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울브스전 패배는 전진을 위한 후퇴로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토트넘은 지난 12월 말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에 2-4로 패한 뒤 5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따라서 울브스전 패배는 다소 경미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토트넘의 경기력은 지난 몇 달간 하락세였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 또한 이러한 점을 짚은 바 있다. 지난 18일 매체는 토트넘이 울브스에 패한 직후 "토트넘 패배가 가장 좋은 점은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고 싶어하지 않다는 것을 언급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며 "이 팀은 그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매체는 토트넘의 최근 경기를 조명하며 모두 전반에 실점한 뒤 후반 역전승으로 겨우 승리를 거둔 점을 짚으며 "극적인 역전승에 전반전에 보였던 미숙한 경기력이 가려졌다"며 "팬들은 기뻐했고 토트넘은 계속 순위표에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울브스전까지 천운이 따라주진 않았다. 토트넘은 울브스전에도 선제골을 내준 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후반전 재개 직후 토트넘의 윙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득점하며 다시 한 번 역전승을 거두나 싶었지만 울브스는 조직적으로 토트넘을 꽁꽁 묶고 추가골에 성공해 2-1 승리를 챙겨갔다.
시먼 또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팟캐스트서 "토트넘 팬들은 팀이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 좋아한다"며 "그들은 항상 (결과와 상관없이) 재밌는 축구, 흥미로운 경기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 경기 결과는 별 문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시먼은 "팬들은 우승을 하지 못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며 "난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토트넘은 '빅클럽'으로 변모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여름 팀에 부임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과거 팀을 맡았던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달리 공격적인 전술을 채용했다. 그 결과 토트넘은 매 경기 골 잔치를 벌이며 리그 초반 10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올 시즌 토트넘은 리그서 득점하지 못한 경기가 없다는 것이 해당 사실을 방증한다.
몇 시즌 다소 지루한 수비 축구만 보다가 포스테코글루의 공격 축구를 접하니 팬들 또한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은 선제골 실점 후 역전하는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즉 포스테코글루의 전술적인 문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함은 역전승이라는 결과에 가려져 쉽게 파악되지 못할 수 있으며 뒤늦게 깨달아도 시즌 전체의 성적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장기 레이스인 리그 경쟁에서는 특히나 치명적인 문제다.
시먼은 토트넘이 '빅클럽'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우승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토트넘은 트로피가 간절하다. 만약 트로피를 따낸다면 포스테코글루는 10년 장기 계약을 맺게 될 것"이라며 팀의 오랜 숙원인 트로피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지난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을 일궈낸 것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없다. FA컵은 지난 1990-1991시즌 이후 들어올린 적 없고 가장 최근 1부리그 우승은 무려 60년이 넘은 일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도 토트넘은 리그 우승과 다소 거리가 먼 5위에 올라있다. 리그 1위 리버풀과 승점 10점의 격차를 두고 있어 올 시즌도 무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시먼은 "토트넘이 다음 시즌 어떤 영입과 변화를 통해 팀을 발전시킬지 매우 관심이 간다"며 여전히 토트넘이 발전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