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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NO"…고집 부린 김범수, 현빈·유연석 업고 10년만 정규 [엑's 인터뷰①]

기사입력 2024.02.22 08:00



(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가수 김범수가 아홉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새 앨범 '여행'은 지난 2014일 발매된 정규 8집 'HIM (힘)' 이후 김범수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음반이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의 음악적 깊이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라 일찌감치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김범수는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거라 저도 굉장히 설렌다. (음악)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걱정도 되지만 큰 용기를 냈다"며 "어떤 목표나 결과 이런 것들도 중요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작년 한 해 제가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를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한 분이라도 더 들었으면 하는 심경으로 앨범을 준비했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10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로 손꼽히는 김범수에게 정규 앨범을 발매할 인지도, 자본 등은 충분했을 터. 관련해 그는 "저와 비슷한 데뷔 연도에 활동했던 가수들이 모두 정규앨범에 대한 다짐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면서도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정규 앨범에 대한 노력과 이런 부분을 대중들이 알아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발매까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저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가슴에만 품고 지금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비록 1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정규지만 그간의 시간을 '게을렀다'고 표현하기는 무리수다. 그동안 김범수는 장기 음원 프로젝트 '메이크 트웬티(MAKE20)'를 비롯 각종 드라마, 웹툰 OST 가창자로 나서 꾸준히 음원을 발표했다.

34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범수의 세계'애서는 각종 커버 영상과 웹예능 'BSK 대학가요제'로 대중들과 소통해 왔다. 

김범수 역시 오랜 공백기에 "나태하다"는 일각의 시선에는 선을 그으며 "제가 계속 음원 프로젝트도 하고 있었고 뭔가를 하고는 있었는데 예전만큼 알릴 수 있는 수단에도 변화가 많지 않나. 내가 움직이는 만큼 알려지는 느낌도 아니라서 스스로도 굉장히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런 그가 지난해 문득 '이제는 진짜 정규 앨범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이게 됐다고.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김범수는 "25주년인데 아무것도 없는 건 너무 부끄럽더라. 노력해서 만든 결실을 가지고 떳떳하게 25주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1년 동안 준비하면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고 어떻게 보면 신인 때보다 무게가 많이 실린 앨범이다. 저 자신한테도 그렇고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라 팬분들께도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중간중간 미니 음반을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통 크게' 정규 앨범으로 컴백한 결정적인 이유는 김범수의 '고집' 때문이었다. 자신을 '옛날 사람'이라고 칭한 그는 "피지컬 없이 온라인으로만 음악이 나온다고 해도 작품이지만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제 손에 작품이 들리고 리스너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어야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랜 시간 그게(음반) 없이 활동하다 보니까 회의감도 있었다. 미니나 EP 형식도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성에 안 차더라"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여행'은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이다.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김범수는 "저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노래를 찾아야 하는데 요즘 내가 듣는 음악은 어떤 건지 고민했다. 악기 구성이 단출하고 가사가 기반이 된 상당히 미니멀한 음악을 듣고 있더라. 그래서 최유리, 선우정아. 임헌일 등 뮤지션들을 리스트업하게 됐다. 굉장히 바쁘게 활동하고 계신 분들임에도 제가 연락을 드렸을 때 모두가 흔쾌히 작업에 응해주셨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렇게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작사 및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여행'은 최유리의 서정적인 가사가 김범수의 목소리와 만나 감성을 배가시키는 노래로 탄생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과 달리 '힘을 뺀' 김범수의 색다른 보컬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간 '끝사랑', '보고 싶다', '슬픔활용법' 등 감성을 기반한 폭발적인 고음 창법으로 사랑 받아온 김범수가 이번에는 가사가 가진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발성과 창법으로 기존 음악들보다 편안함을 선사한다.



김범수는 "창법이나 음악 색깔이 바뀐 건 아니"라면서 "제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단지 이번에는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니까 기존에 주로 사용했던 테크닉적인 고음들이 방해되더라. 가사를 전달할 때 불필요한 부분을 뺐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사실 고음으로의 보컬을 은퇴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전혀 그런 거 아니고 저는 말 그대로 보컬리스트다. 본인의 곡을 쓰지 않고 좋은 곡을 받아서 노래하는 보컬리스트라 언제든지 변화무쌍하게 (목소리를) 움직일 수 있는 것. 보컬리스트는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가 작곡에 참여한 1번 트랙 '너를 두고'는 나태주 시인의 '너를 두고'라는 따뜻한 작품이 잔잔한 멜로디와 만나 가장 아름다운 장으로 완성됐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코로나 시기에 즐겨 읽었다는 김범수는 "가진 게 많아도 공백이 생기면 그걸 결핍이라 여기고 불안하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 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이렇게 감사할 게 많은데 왜 뚫린 구멍을 보고 슬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들판에 들꽃 하나가 피어 있는데 들꽃 하나만으로도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가 받은 위로를 대중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서 '너를 두고'라는 시를 선택했고 나태주 시인도 가장 해주시길 바라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는 현빈, 유연석 등 배우들이 총출동해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했다. 현빈은 지난달 25일 발매된 선공개곡 '그대의 세계'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김범수의 기존 음악 스타일과 가장 가까운 노래다. 



김범수는 현빈, 손예진 결혼식의 축가를 맡은 이후 그와 친분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사실 가수들은 내가 (OST로) 불렀던 드라마의 남주, 여주를 보면 그분들이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도 애착이 가고 친밀감 같은 것들이 생긴다. 마침 그 찰나에 축가를 부르게 돼 조금씩 (현빈과) 알게 됐다"며 "사실 그것만으로 (뮤직비디오 출연을) 부탁드릴 만큼 친한 관계는 아니었는데 '그대의 세계'를 작업하면서 자꾸 현빈 씨가 떠올랐다. 현빈 씨가 걸어들어오기만 해도 너무 멋있을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연락드렸는데 거짓말 아니고 정말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언석에 대해서는 "제 공연을 종종 보러 오시고 노래도 좋아한다고 하셔서 너무 신기했다"며 "이번에 작업할 때 '여행'이 유연석 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출연을 부탁드렸는데 (현빈 씨와) 마찬가지로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셔서 같이 작업하게 됐다"고 했다. 

김범수가 '여행'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이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 가벼운 의미의 여행보다는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제가 겪은 실패가 떠올랐다. 외로웠던 시간들과 힘들었던 시간들, 좋은 결과가 아니었던 프로젝트들, 컨디션 때문에 무릎 꿇었던 순간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며 "황야 속에 핀 불꽃처럼 가수로서 인생이 빛난 적도 있었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있었고 그래도 다시 짐을 챙겨들고 여행을 떠나봐야지 이런 의미가 담긴 가사라 저에게도 큰 감동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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