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하, 권동환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조별리그가 마무리 되면서 한국의 16강 상대는 중동 최강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됐다. 이기면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만날 가능성도 생겼다.
조별리그는 25일에 열린 4경기를 끝으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말레이시아아의 E조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3-3 무승부를 거뒀다.
같은 시간에 열린 바레인과 요르단 간의 E조 3차전은 전반전에 터진 선제골을 잘 지켜낸 요르단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바레인(승점 7)이 되면서 E조 1위를 확정지었다. 한국(승점 5)은 2위 자리를 유지했다. 2차전까지 조 1위였던 요르단(승점 4)은 3차전에서 지면서 3위로 내려갔다. 다행히 조 3위 팀들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상위 4팀 안에 포함돼 16강행 티켓을 받았다.
이어 열린 F조 최종전에선 이탈리아 출신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태국과 0-0으로 비겼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의 16강 토너먼트 첫 상대는 사우디로 정해졌다. 이날 사우디는 태국과 비기기만 해도 조 1위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사우디는 전반 12분 압둘라 라디프가 찬 페널티킥이 선방에 막히는 불운에 승리는 놓쳤다. 한국과 사우디의 16강전은 오는 31일 새벽 1시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태극전사들에게 상당히 낯익은 곳이다. 한국이 16강까지 올랐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다 치른 경기장이어서다.
사우디는 국제축구연맹(FIFA) 56위로 23위인 한국보다 33계단 낮다.
그러나 중동에서 전통적인 강호로 군림해온 만만치 않은 상대다. 현재 중동 국가 중 FIFA 랭킹이 이란(21위) 다음으로 높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최종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에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깜짝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멕시코, 폴란드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해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아르헨티나전 승리는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꼽힌다.
최근엔 대표팀에도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를 지난 2012년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 2021년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지난해 8월부터 사우디를 지휘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사우디와 역대 전적에서 5승 8무 5패로 팽팽하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는 한국이 조규성(미트윌란)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경기는 엉뚱하게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렸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통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뒤 첫 승을 챙겼다. 이제 아시안컵에서 부진 탈출과 함께 8강 티켓에 도전하는 경기가 사우디아라비아전이 됐다.
한국은 이 경기를 포함해 사우디전 5경기(2승 3무) 무패를 기록 중이다.
다만 아시안컵 본선에서의 맞대결 전적은 상당한 열세다. 한국은 1984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 이태호의 골이 터졌으나 1-1로 비겼다. 이어 1988년 12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선 결승에서 격돌했으나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 아시안컵 격돌은 2000년 열린 레바논 아시안컵 준결승이었다. 한국은 당시 이동국이 한 골 넣었으나 2골을 내주면서 1-2로 지고 3~4위전으로 밀렸다. 한국을 이긴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사우디 맞대결이 펼쳐지는 등 이번 대회 16강 티켓이 모두 배분되면서 아시안컵 토너먼트 대진표도 완성됐다. 오는 28일 오후 2시30분 호주-인도네시아 16강전을 시작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토너먼트가 막을 연다.
눈에 띄는 건 대회 우승 후보 한국과 일본이 서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양 팀이 토너먼트에서 상대하는 팀들을 모두 격파해 결승전에 올라간다면 이번 아시안컵 결승전은 한일전이 된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이들이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을 예상했지만 두 팀이 조별리그에서 고전하면서 예상 대진표가 황급히 수정됐다. 특히 일본이 이라크한테 패해 조 1위가 불가능해지자 16강에서 한국과 격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대회 규정상 D조 2위는 E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게 되는데, 이라크가 D조 1위를 차지하면서 일본이 2위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한국이 말레이시아와의 3차전에서 3-2 승리를 목전에 둬 조 1위 확정이 임박해 16강 한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종료를 앞두고 동점골을 내주면서 2위로 추락해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일본을 피했다. 일본은 한국 대신 E조 1위에 오른 바레인을 상대한다.
다만 한국이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라면 먼저 사우디아라이바를 격파해야 한다. 이후엔 호주와 인도네시아 중 승자와 준결승 진출을 두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인도와 함께 B조에 편성된 호주는 2승1무를 거두며 조 1위를 확정했다. 호주 뒤를 이어 우즈베키스탄이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 F조 2위 태국과 8강행을 두고 맞대결을 가질 예정이다.
호주는 16강 상대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를 만난다. 조별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팀들 중 성적이 가장 좋은 4팀에게만 16강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인도네시아가 시리아, 팔레스타인, 요르단과 함께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이라크와 일본에 밀려 D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던 인도네시아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호주를 잡아낸면서 한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이 한국을 적으로 상대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16강에 올라간 3팀은 마찬가지로 조 1위를 16강에서 상대한다. E조 3위 요르단은 D조 1위 이라크를 16강에서 만나고, B조 3위 시리아는 C조 1위 이란과 격돌한다. C조 3위를 차지한 팔레스타인은 개최국이자 A조 1위 카타르와 일전을 가진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아랍에미리트(UAE)는 C조 2위를 차지해 A조 2위 타지키스탄과 싸운다.
긍정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 조 2위를 하면서 강력한 대회 우승 후보 일본과 이란을 모두 피했다. 일본과 이란은 한국의 반대편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16강을 통과하면 8강에서 만난다. 즉, 우승 후보 중 하나가 8강에서 짐을 싸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개최국 카타르도 한국과 만나려면 결승 진출밖에 없기에 일부 한국 팬들은 아시안컵 토너먼트 대진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클린스만호가 조별리그 최근 2경기에서 졸전을 펼쳤기에 결승 진출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팬들도 늘었다. 축구통계매체 '옵타'는 대회 전 한국의 우승 확률을 대회 참가팀들 중 두 번째로 높은 14.3%로 예상했으나, 지금은 5번째로 높은 11%로 조정했다.
흥미로운 대진표가 형성됨에 따라 대회 우승팀을 가리는 토너먼트에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대한민국이 될지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사진=아시안컵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