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티모 베르너를 향한 현지 평가가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는 1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베르너 임대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구단은 "베르너를 임대 영입했다는 소식 전하게 돼 기쁘다"며 "독일 국가대표 출신 베르너는 이반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임대 계약으로 토트넘에 합류한다. 여름에 영구 계약 옵션이 있다. 등번호는 16번"이라고 했다. 임대 영입의 경우 선수를 내주는 팀과 빌리는 팀이 급여를 나눠 부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달라 토트넘이 6개월간 베르너의 급여를 모두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너는 "토트넘의 일원이 되어 기쁘다. 토트넘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첼시에 합류했을 때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뒤 유럽 정상에 섰다. 토트넘에도 우승하기 위해 왔다. 이 리그에서 내 스피드가 위협적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내 장점들을 보여주겠다"라며 입단 소감을 밝혔다.
베르너는 전천후 공격수를 볼 수 있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팀을 비운 주장 손흥민 공백을 메우고, 손흥민이 돌아오면 그와 공존하거나 그의 백업으로 뛸 전망이다.
토트넘은 해리 케인이 지난여름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뒤부터 줄곧 스트라이커 영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즌 중반까지는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고, 살아난 히샤를리송을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케인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손흥민의 아시안컵 차출 일정을 고려해 겨울에 공격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자연스레 겨울 이적시장을 앞둔 토트넘의 최대 과제는 손흥민 공백 최소화가 됐다. 1월 12일부터 열리는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손흥민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대회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2월 초중순까지 토트넘에서 뛰지 못한다는 건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 이를 위해 토트넘은 일찍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대신해 팀의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초기에 토트넘과 연결됐던 선수는 브렌트퍼드의 이반 토니였다. 토니는 손흥민의 아시안컵 차출에 앞서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을 때부터 토트넘의 타깃으로 언급됐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터트리며 엘링 홀란드와 케인에 이어 프리미어리그(PL) 득점 3위에 올랐던 토니는 뛰어난 공중볼 경합 능력과 준수한 골 결정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격수지만, 최근에는 불법 베팅에 가담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토니가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점, 많은 클럽들이 토니를 노리는 팀이 다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토니의 토트넘 이적설은 점점 힘을 잃었다. 토니는 한동안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인 아스널과 연결됐고, 최근에는 브렌트퍼드의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토니를 매각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토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트넘이 토니를 대신해 영입을 추진한 선수가 바로 베르너다. 베르너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복수의 PL 클럽들과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 토트넘과 강하게 연결되며 토트넘행 급물살을 탔다.
독일 현지에서 먼저 보도가 나왔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 소속이자 독일 축구 소식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가 6개월 임대 계약으로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다. 최종 협상 단계에 있으며,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훈련 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에서 활동하며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는 향후 48시간 이내에 토트넘에 임대로 합류하기 위해 오늘 열리는 라이프치히의 경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협상은 최종 단계에 있으며, 구매 옵션을 두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6월까지 베르너의 임금 100%를 책임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유명한 토트넘의 ITK(In The Known) 폴 오 키프도 베르너가 곧 런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보도했고, 영국 'BBC', '스카이 스포츠' 등 다수의 매체들 역시 베르너의 토트넘행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로마노는 이어 9일 "베르너는 토트넘 임대 이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늘밤 런던으로 향할 예정이다. 베르너의 임대 이적은 지난 토요일 합의됐으며, 여기에는 임금 전체 지불 옵션과 1700만 유로(약 245억원) 구매 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베르너의 메디컬 테스트도 예약된 상태다"라고 했다.
로마노는 자신의 시그니처 문구이자 선수의 이적이 다가왔을 때 사용하는 'Here We Go'를 외치며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로마노의 보도 이후 영국 현지에서 베르너가 런던에 도착해 토트넘으로 이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전하는 '홋스퍼 리포트'는 로마노의 보도가 나오고 몇 시간 뒤 "베르너는 런던에 착륙했고, 토트넘으로 향하는 중이다"라며 베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토트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프치히의 마르코 로제 감독도 베르너의 이적을 인정했다. 로제 감독은 "베르너가 임대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맞다. 그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뛰고 싶어 한다. 우리는 베르너가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그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라고 말했다.
로제 감독의 말처럼 베르너는 출전 시간을 위해 이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내년 여름에 베르너의 모국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에 출전하려면 경기를 꾸준히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고, 8경기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했다. 베르너가 이번 시즌 소화한 시간은 204분이 전부다.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할 경우 출전 시간에 대한 고민은 해소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당장 히샤를리송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질 선수가 필요하다. 또한 베르너가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만큼,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영국 '스포츠 렌즈'는 8일 "베르너가 토트넘으로 깜짝 이적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역할이 컸다. 베르너는 맨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토트넘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떠올랐고 현재 임대 이적이 임박했다"라고 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팀이 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베르너를 강력한 타깃으로 설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가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토트넘의 스카우트 스태프들도 베르너의 데이터가 토트넘이 공격진에 포함시키려는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확신했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은 1월 이적시장이 열린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됐던 베르너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이번 영입을 통해 토트넘은 이번 달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며, 베르너가 남은 시즌을 순조롭게 보낸다면 저렴한 가격의 완전 영입 옵션은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라며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베르너는 자신을 향한 의심의 시선을 지우는 게 우선이다. 골드는 "물론 베르너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첼시에서 뛰며 프리미어리그(PL)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첼시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득점 기록이 실망스러웠다. 베르너는 첼시에서 뛴 두 시즌 동안 PL에서 단 10골을 넣는 데 그쳤다"라며 베르너가 첼시 시절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골드의 설명처럼 베르너는 두 시즌 동안 PL에서 60경기에 가까운 기회를 받았지만, 초라한 득점 기록을 남긴 채 독일로 떠났다. 첼시는 베르너를 신뢰하며 베르너에게 상당히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했는데, 베르너는 첼시의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장점이 확실한 선수였지만, 그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시절부터 정확한 타이밍에 침투를 시도해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 능력과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는 연계 능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첼시에서는 이런 장점들도 살리지 못했고, 단점이었던 부족한 골 결정력만 눈에 띄었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뒤 치른 첫 번째 시즌 27경기(선발 23경기)에 출전해 9골 3도움을 기록,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개막한 뒤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베르너를 대신해 로이스 오펜다, 유수프 폴센, 사비 시몬스, 베냐민 세슈코 등 어리고 유망한 자원들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베르너는 이미 한 차례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고, 최근 경기력까지 좋지 않다. 또한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하려는 목적도 다른 게 아닌 내년 열리는 유로 2024를 바라보고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이 완전 이적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기는 했으나, 베르너와 동행하는 6개월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올 만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의 기대처럼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베르너와 달리 손흥민은 이번 시즌 PL에서만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현재 리그 득점 3위, 공격 포인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록 외에 당장 최근 경기력만 보더라도 베르너에 비하면 손흥민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현지에서도 베르너를 향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사미 목벨은 "토트넘은 왜 베르너와 계약을 맺었나? 그는 첼시 시절 성숙하지 못했고 냉담했다. 토트넘이 첼시의 실패작인 베르너를 영입한 건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뛴 14경기에서 2골을 터트린 건 토트넘 팬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 또한 베르너가 런던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2년을 보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토트넘의 베르너 영입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목벨은 베르너가 첼시에서 뛰었던 20대 중반 시절 성숙하지 못한 선수였다는 점을 짚었다. 목벨은 "첼시에서 베르너가 활약한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베르너는 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였다. 베르너는 첼시와 계약을 맺을 때 24세였지만, 구단 사람들은 베르너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베르너는 동료들에게 호감을 샀지만 동료들과 섞이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목벨은 이런 베르너가 토트넘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목벨은 베르너가 빠른 속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격진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는 능력도 갖고 있어 활용 가치가 높다는 장점을 꼽았다. 이런 베르너의 장점을 살리는 건 전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목벨은 "누군가는 베르너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를 해방시킬 감독일 수 있다. 베르너는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다. 토트넘은 이번 영입이 양 측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베르너는 손흥민이 아시안컵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꾸준히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서는 베르너 영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텔레그래프'는 "베르너는 손흥민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 토마스 투헬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의 전술을 구사하는 토트넘에서 베르너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만하다. 베르너는 분데스리가에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에 적합하다고 생각할 이유가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텔레그래프'는 베르너가 손흥민과 유사점과 차이점을 모두 갖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베르너가 중앙 공격수와 왼쪽 측면 공격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는 점에는 걱정이 없다. 이 두 포지션은 손흥민이 없을 시 다른 선수들일 커버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베르너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왼쪽에서 뛰더라도 상대 뒷공간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터치맵과 지난 시즌 베르너의 터치맵은 상당히 비슷하다. 손흥민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기는 하다"라며 베르너와 손흥민이 비슷한 유형의 공격수라고 했다.
손흥민과 베르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골 결정력이었다. '텔레그래프'는 "하지만 두 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골문 앞에서의 효율이다. 베르너는 기대득점에 비해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이와 대조적으로 손흥민은 PL에서 단 한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기대득점을 모두 능가하는 골을 기록했다. 지난 4시즌 중 3시즌 동안 손흥민의 슈팅 전환율은 20%가 넘었고, 빅 찬스 전환율도 40%를 넘겼다. 베르너는 손흥민의 위치를 커버할 수 있지만, 그의 마무리 능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르너의 아쉬운 골 결정력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래프'가 베르너 영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토트넘의 전술이었다. '텔레그래프'는 빠른 템포로 경기를 운영하는 토트넘의 전술 스타일이 베르너에게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데에 능한 베르너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것.
매체는 "투헬 감독 시절 다른 팀들은 첼시를 상대로 깊숙히 자리를 잡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베르너가 활동하기 좋아하는 뒷공간의 크기를 줄였다. 토트넘도 공을 많이 갖고 있기는 하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는 더 직선적이다"라며 현재 토트넘이 사용하고 있는 전술이 베르너에게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