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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현 "양규 홍보대사…하차 아쉽지 않아"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24.01.09 18:30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지승현이 양규 장군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한 작품 '고려거란전쟁'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승현은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에서 양규 장군 역을 맡아 활약했다. 양규는 작품의 첫 번째 전쟁인 흥화진 전투를 비롯해 곽주성 탈환과 게릴라 전투 등 고려와 거란 2차 전쟁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지승현은 고려의 숨겨진 영웅 양규 장군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일 방송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을 끝으로 하차한 지승현은 "뜻깊은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며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고생한 만큼 그림이 잘 나온 것 같아 감사하다. 영하 10도 내려간 상태에서 고생해서 찍었는데 획을 긋는 장면이 나온 것 같아 뿌듯하고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공을 돌렸다.

그가 양규로 산 시간은 5월부터 12월까지 6, 7개월. 양규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것처럼 않고 제가 훈련된 것처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활을 차와 집에 들고 다니면서 연습했다고도 밝혔다.

양규는 극의 초반 인기를 견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승현은 "흥화진 전투 때 40만 대군을 3000명으로 버텨 냈다. 역사학자들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이라고 이야기한다. 말도 안 되는 업적들이 멋있게 나오지 않나. 전쟁 속에서의 멋진 캐릭터 자체도 많이 사랑해주신 것 같다"며 "양규 장군 홍보대사다. 너무 훌륭한데 왜 몰랐을까하고 스태프들에게 맨날 '꼭 알리겠다'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양규 장군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웅은 아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양규 장군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지승현은 "그게 너무 뿌듯하다. 몰랐던 것 같은데 '원래 알고 있었어' 이런 분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럴 때 되게 뿌듯하다. 숙제를 잘 한 것 같아서 너무 좋다"며 웃었다.

양규 장군의 차분한 말투, 과하지 않은 표현도 진입장벽을 낮췄다. 지승현은 "이제는 (표현 방법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퓨전사극으로 친숙해진 요즘 친구들에겐 과한 건 안 와닿지 않을까 싶었다. 양규 자체가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니까 플랫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사톤을 했다"고 설명했다.

외적으로는 "분장팀의 능력"으로 양규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수염을 가볍에 안 하고 끝까지 연결해 붙였다. 손도 그렇다. 실제로 국궁 연습 해보면 당기는 힘, 장력이 조금만 센 걸 당겨도 손이 찢어지더라. 그걸 생각하고 전쟁이 벌어지는 시간대로 상처가 심해지는 걸 표현하려고 노력을 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냥 사극만 해도 힘든데, 양규는 '고려거란전쟁'을 하는 대부분 전장에서 활약했다. "영화보다 영화같은 현장이었다"고 돌아본 그는 "흥화진 전투는 모든 신이 버추얼 프로젝트로 동영상으로 다 있고 콘티 체크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땄다. CG 작업을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 하니까 적군도 없는 상태에서 저희끼리 연기했다. 액션 같은 것도 합을 짜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모두가 노력했음을 짐작케 했다.


힘들었던 점은 "많이 맞았다"는 것. 그는 "기존(사극)엔 갑옷에 칼을 맞으면 죽는데 갑옷을 찔러서 깨고, 단검으로 찔러 죽이는 게 실제 방식이다. 덕분에 (촬영하며) 정말 많이 맞았다. 그 부분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흥화진 전투 당시 불이 날아오자 "온다"며 담담히 전쟁을 준비하는 장면이나 16회 전사 장면까지. '고려거란전쟁'의 명장면에는 양규 장군의 지분이 상당하다. 작품의 인기에 몇프로의 공을 세웠을까 묻자 지승현은 "양규장군이 하신 게 구십, 지승현이 한 게 십 프로"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촬영과 편집과 CG다. 5부 엔딩에서 '온다' 하고 끝나지 않나. 다음회를 엄청 기대하게 만들고 편집과 음악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한땀한땀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것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가 더 사랑해주셨지 않나 싶다. 배우들은 촬영을 하면 끝인데 이번엔 워낙 톤 보정, CG에 시간을 많이 할애를 하셨다. 그런 좋은 그림들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더 멋지게 봐주신 것 같다"고 재차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32부작의 작품에서 16회를 마치고 퇴장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묻자 지승현은 "애초에 계약을 16부로 시작을 했다. 아쉽지 않다"고 웃으며 "어떤 드라마 끝나든 시원섭섭했는데 이번엔 시원하다. 더 한다고 해서 더 좋은 연기와 그림 보여드릴 수 없다고 생각할 만큼 현장에서 불살랐다. 그만큼 집중하고 현장에서 많이 불태웠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려거란전쟁'의 남은 시청 포인트에 대해서는 "현종의 성장과 고려 내부적인 갈등이 또 등장을 한다. 정치를 알아가는 재미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또 귀주대첩을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고 소문이 났다. 감독님은 탈아시아급이라고 했다. 그만큼 정밀하게 CG 등을 만들고 계신 것 같다. 양규의 전쟁보다 더 화려한 전쟁신을 기대하셔도 좋다"고 귀띔했다.



양규 장군으로 대중에게 완벽하게 각인된 지승현은 어느 덧 연기를 시작한 지 18년 차가 된 배우다. 그는 "2007년에 '히트'라는 드라마에 마동석 형님을 남 형사님 부르는 그 한 신 나왔었다. '바람'이라는 영화 찍고도 많이 안 불러주셨다. 지금은 중년이니까 목소리가 좋은데, (당시엔) 얼굴은 어린데 목소리가 친구가 아니라서 굉장히 단역을 많이 경험했다. 그게 지금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시절들을 거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승현은 "그 당시에도 빨리 잘돼서 일을 많이 하고 싶다 했다. 일을 많이 하고 싶던 욕심이 있다. 일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게 최근 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한 회에 한 신만 나오던 경우도 많았다.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일에 애정과 열정을 보였다.

그런 그는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인기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처음으로 상을 안겨준 '고려거란전쟁'에 이어, 앞으로의 연기 인생은 어떨까 묻자 지승현은 "너무 심각하게 연기를 생각하게 될까 봐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한다. 일이 잘 안 풀리고 할 때 심각하게 생각하니까 더 안 되더라. 진지하게 하지 않고 심각하다 보니 부정적인 걸 가져오고 오히려 연기에 힘이 들어가더라. (상을 받은 게) 좋은 의미,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의미로 알고 지금 해왔던 것처럼 연기를 진지하게 침착하게 잘해나가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사진=빅웨일엔터테인먼트, KBS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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