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FA(자유계약) 시장에서 끊임없이 언급됐던 투수 중 한 명인 좌완 션 마네아가 뉴욕 메츠와 손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선택지가 하나 줄어들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7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가 마네아와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2년 총액 2800만 달러(약 368억원)로, 2024시즌 이후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지명을 받은 마네아는 201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 그해 25경기(선발 24경기) 144⅔이닝 7승 9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19년 5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친 마네아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즌이 단축된 2020년 11경기 54이닝 4승 3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고, 2021년 32경기 179⅓이닝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91로 반등을 알렸다.
이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2022시즌을 보낸 마네아는 30경기(선발 28경기) 158이닝 8승 9패 평균자책점 4.96의 성적을 남겼고,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37경기(선발 10경기) 117⅔이닝 7승 6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4로 제 몫을 다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96경기(선발 166경기) 1002⅔이닝 65승 56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10.
MLB.com은 "마네아는 2022시즌 샌디에이고에서 커리어 최악의 한 해를 견뎌냈다. 지난 시즌 중반에는 투구 조합에 스위퍼(변형 슬라이더)를 추가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고, 중간계투에 있다가 선발진에 합류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9이닝당 탈삼진 개수(9.8개)로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또 매체는 "지난해 메츠가 맥스 슈어저와 저스틴 벌렌더를 트레이드로 보낸 뒤 센가 코다이, 호세 퀸타나가 팀 내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타일러 메길, 호세 부토, 조이 루체시가 선발로 뛰었다"며 "지난 몇 달간 로테이션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마네아는 로테이션의 뒷부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마네아는 4선발 또는 5선발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네아는 그동안 선발진 강화에 적합한 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혔다. MLB.com은 2일 기준으로 FA(자유계약)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선발진 강화에 도움이 될 '중간 로테이션 옵션'으로 마네아의 이름을 언급했다. 마이클 로렌젠, 마이크 클레빈저, 알렉스 우드, 제임스 팩스턴, 그리고 류현진도 거론됐다.
또한 미국 매체 '볼티모어 베이스볼'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여전히 선발투수를 계속 찾는 중으로, 관심을 가질 법했던 루카스 지올리토와 프랭키 몬타스는 새로운 팀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여전히 FA 시장에는 마커스 스트로먼, 로렌젠, 마네아, 류현진 등이 있다. 이들은 구단 예산에 있어서도 적합한 투수들"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마네아는 메츠와 자주 연결됐던 투수다. 미국 매체 'SNY'는 지난달 31일 메츠가 고려해야 할 4명의 선발투수'라는 기사를 통해 이마나가, 로렌젠, 류현진과 함께 마네아를 영입 후보로 꼽았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6일 "메츠는 좌완 FA(자유계약) 션 마네아와 류현진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메츠는 마네아의 영입으로 한숨을 돌리게 된 가운데, 이제 그와 함께 언급됐던 류현진이 행선지를 정해야 한다.
류현진은 지난해 12월부터 선발 보강을 원하는 팀들의 영입 대상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마네아에 관심을 보였던 메츠와 볼티모어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도 후보로 떠올랐다.
특히 '어썸킴' 김하성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가 류현진과 연결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이스트빌리지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가 영입을 고려할 만한 선발투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마이클 코펙, 야콥 주니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매체는 "파드리스 팬들은 36세의 류현진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FA(자유계약) 신분이 된 그는 빅리그 커리어의 첫 6시즌을 LA 다저스에서 보냈으며 토론토에서 4시즌을 소화했다"며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로 인해 2023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복귀 이후 안정적이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효율적인 투수로, 샌디에이고 선발진에서 활용될 수 있는 선수다. 6.3%에 불과한 그의 볼넷 비율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수치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7.5마일로, 상위 75위 이내에 포함됐다. 또 그의 땅볼 유도 성공률은 46.2%, 강한 타구 허용 비율은 36.8%로 류현진이 투수 친화적인 펫코파크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펫코파크와 류현진의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류현진의 통산 펫코파크 성적은 4경기 26이닝 3승 평균자책점 1.38로 준수한 편이었다. 피OPS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각각 0.465, 0.69에 불과했다. 다른 팀이 아닌 샌디에이고 한 팀만 상대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펫코파크에서 경기를 치렀을 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 건 사실이다.
또 이 매체는 "류현진이 4시즌 동안 활약했던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센터의 파크펙터는 평균 수치인 100으로 리그 전체 15위에 해당된다. 펫코파크의 수치는 95로,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 중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류현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더구나 올겨울 재정난 극복에 힘을 쏟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FA 자격을 취득한 세스 루고와 마이클 와카 두 명의 선발 자원을 모두 캔자스시티로 보냈다. 조시 헤이더와 닉 마르티네스, 루이스 가르시아 등도 팀을 떠났다. 선발, 불펜 모두 고민이 깊어진 상황이다.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선발진 보강을 원한다면 실제로 류현진 영입에 나설 수도 있는 샌디에이고다. 실제로 불펜의 경우 마쓰이 유키(5년 총액 2800만 달러), 고우석(2년 총액 450만 달러) 두 명의 아시아 출신 투수를 영입하며 한숨을 돌렸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류현진이 빅리그 구단과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기간 1~2년, 연평균 1000만 달러 정도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샌디에이고로선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다. 김하성, 고우석과 함께 뛸 수 있는 만큼 한국인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류현진이 샌디에이고 이외의 팀을 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의 스카우트인 스캇 보라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진행된 단장 회의에 참석해 "빅리그 팀들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류현진의 빅리그 잔류를 확신했다.
2013년 빅리그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통산 186경기(선발 185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의 성적은 1055⅓이닝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수술 및 재활 이후 1년 2개월 만에 복귀한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 성적(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또한 준수한 편이었다.
다만 아직 변수가 있긴 하다. 시장에 남은 좌완투수들의 계약 여부다. 여러 선수가 있지만, 일본인 좌완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행선지가 류현진은 물론이고 다른 선발투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이마나가의 원소속구단인 일본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지난해 11월 10일 이마나가와 면담을 진행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최종 승인하기로 했고, 이튿날인 11일에는 이마나가가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도전하는 걸 공식적으로 허락했다. 하기하라 류다이 요코하마 총괄본부장이 직접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마나가는 데뷔 첫해였던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165경기 1002⅔이닝 64승 50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22경기 148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2.80.
이마나가는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투수 중 한 명으로, 올해 WBC 1라운드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 당시 이마나가는 3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는가 하면, 150km/h대 중반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과의 WBC 결승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라온 이마나가는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이마나가의 호투로 탄력을 받은 일본은 3-2로 미국을 꺾고 1점 차로 승리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자국리그는 물론이고 국제대회에서도 검증을 끝낸 이마나가는 이제 더 큰 무대를 바라봤다. 포스팅 개시 당시 이마나가를 소개했던 MLB.com은 "2024시즌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일본인 투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한 명이 아니다. WBC에서 세드릭 멀린스와 폴 골드슈미트에게 삼진을 솎아냈고, 특히 내셔널리그 MVP 출신 골드슈미트를 공 3개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고 주목했다.
또 매체는 "이마나가는 2022년(2.26)과 2023년(2.80) 모두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남겼고, 올해 그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10.6개였다. 이마나가는 174탈삼진과 함께 24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탈삼진/볼넷 비율이 7.25개였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 탈삼진/볼넷 비율 모두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며 "또 다른 일본의 스타 투수 사사키 로키와 마찬가지로 일본프로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을 경험한 투수로, 시속 90마일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도 구사한다"며 "메이저리그 왼손투수들과 달리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게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마나가 영입전에서 한 발 물러난 메츠가 마네아를 품은 가운데,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6일 영입전에 남은 팀으로 보스턴,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를 지목했다. 이마나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팀은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포스팅 마감 시한은 한국시간 기준 12일 오전 7시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또 다른 좌완투수인 조던 몽고메리도 여전히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결국 이마나가와 몽고메리까지 팀을 정하게 되면 시장에 남은 좌완투수가 몇 없는데, 그렇게 된다면 류현진에게도 손을 내밀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보라스와 류현진은 이때를 노릴 수도 있다.
류현진으로선 스프링 트레이닝 합류 등 순조롭게 시즌을 준비하려면 이달 내로 행선지를 결정해야 한다. 빅리그 잔류와 KBO리그 친정팀 '한화 이글스' 복귀를 놓고 세 달 가까이 고민한 류현진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류현진 2013~2023년 연도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성적
-2013년: 30경기 192이닝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2014년: 26경기 152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
-2016년: 1경기 4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11.57
-2017년: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
-2018년: 15경기 82⅓이닝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
-2019년: 29경기 182⅔이닝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2020년: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
-2021년: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
-2022년: 6경기 27이닝 2승 평균자책점 5.67
-2023년: 11경기 52이닝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