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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던 '동갑내기' 김강민과의 작별…추신수 "마음 아프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

기사입력 2024.01.04 00:16 / 기사수정 2024.01.04 00:16



(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조차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누구도 '원클럽맨' 김강민(한화 이글스)이 SSG 랜더스를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1월 22일 KBO 2차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이 SSG에서 한화로 이적하게 되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2001년 SK(현 SSG) 입단 이후 23년간 한 팀에서만 뛰었던 김강민은 1군 통산 1919경기에 출전, 5364타수 1470안타 타율 0.274 138홈런 674타점을 기록했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기회를 받기 시작했고, 10년 넘게 외야진의 한 축을 책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보다 젊은 선수들이 하나둘 등장하는 가운데서도 베테랑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특히 김강민은 SK 시절이었던 2007, 2008, 2010, 2018년에 이어 2022년까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경험했던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최원태(현 LG 트윈스)를 상대로 결정적인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고, 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지난해 1군에서 70경기에 출전한 김강민은 137타수 31타수 타율 0.226 2홈런 7타점에 그쳤다. 성적 면에서 하락세가 나타난 건 사실이지만, 김강민은 현역 연장과 은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은퇴 여부 등 거취가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SSG가 김강민을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했고, 베테랑 선수가 필요했던 한화가 김강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4라운드 양도금 1억원을 지불하고 김강민을 품게 된 손혁 한화 단장은 "대수비, 대타 자원으로 충분히 기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소통을 하면서 선수들의 수비력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지명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SSG 팬들은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구단이 지난해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원형 감독을 경질하더니 이어 코치진 개편을 예고했다. 11월 초부터 2주 동안 새 사령탑을 찾는 과정도 다소 소란스러웠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강민까지 팀을 떠나면서 불씨가 더 커졌다. 김광현, 한유섬 등 김강민과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구단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낸 데 이어 SSG 팬들은 11월 말 SSG랜더스필드가 위치한 인천문학경기장 주차장 입구에 근조화환을 보냈다.



결국 SSG는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단장의 보직을 R&D센터(육성팀) 센터장으로 변경했고, 이후 김 전 단장은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강민의 이적 소식에 충격을 받은 건 '동갑내기' 추신수도 마찬가지였다.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을 만난 추신수는 "마음이 아프다. 팀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와서 많이 아쉽기도 하다"며 "올 시즌 김강민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고, 한화가 (김)강민이를 데리고 간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결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김강민의 선전을 기원했다.

또 추신수는 "항상 팀이 우승할 때면 그 구상에 강민이가 있었는데, 올해 (김강민이) 없으니까 아쉽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상태로 정체될 수는 없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경기를 해야 하고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쉬운 건 뒤로하고 우리만 생각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2021년부터 3년간 SS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활약한 추신수가 현역 연장을 택하는 과정에서도 김강민의 한화행이 큰 영향을 끼쳤다. 추신수는 "올겨울 (은퇴와 현역 연장에 대한) 생각은 항상 50:50이었는데, 강민이가 그렇게 한화로 가면서 나까지 없으면 기둥을 두 개나 잃은 팀이 뭔가 좀 흔들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내가 없어도 알아서 다들 잘하겠지만, (팀 내에서) 이걸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역 연장을 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데, 연봉 같은 부분에 있어서 1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최저연봉(3000만원) 계약 및 연봉 전액을 기부한다고 결정한 것도 희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강팀이 되기 위한 결정이었고, 내가 굳이 희생해서 이렇게 팀을 만들어가겠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추신수는 올 시즌 이숭용 감독의 신뢰 속에서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됐다. 책임감도, 부담감도 크다.

추신수는 "(후배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편안해야 하고 코치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야 운동장에 나가서 멋진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다가왔으면 한다"며 "건강이 보장돼야 성직이 따라오는 만큼 몸 관리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우승했던 모습을 재현하고 싶다. 마지막이 그런 모습이라면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큰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내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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