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반전이었고, 극적이었다. 마감 기한 하루 전 숨 가쁜 시간을 보낸 끝에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가까워졌다. 우완투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2일 저녁: 계약의 서막
고우석의 원소속구단인 LG 트윈스의 차명석 단장은 지난 2일 저녁 소식을 접했다. 차 단장은 3일 엑스포츠뉴스와 통화에서 "2일 밤에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는데, 고우석이 보내달라고 하더라"며 "서로 약속한 금액보다는 적었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초 LG 구단은 고우석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허락하며 전제조건을 붙였다. 2023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1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MLB 사무국으로부터 고우석,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이튿날인 15일 각각 LG, 키움 히어로즈 소속 선수임을 통보했다.
차 단장은 고우석의 에이전트로부터 미국 도전 의사를 전해 듣고 LG 그룹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구단은 논의 끝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하기로 했다. 대신 터무니없는 조건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시 차 단장은 "고우석이 먼저 포스팅을 해보고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안받으면 그때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 기대 이하의 금액이라면 미국에 가고 싶겠나. 어느 정도 규모의 제안을 받으면 논의할 것이다"며 "최종 결정은 구단주께서 하신다"고 설명했다. LG 구단의 허락에 따라 KBO는 11월 28일 MLB 사무국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요청했다.
MLB 사무국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월 4일 고우석의 포스팅을 고지했다. 협상 기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2023년 12월 5일 오전 8시(한국시간 12월 5일 오후 10시)부터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한국시간 1월 4일 오전 7시)까지였다.
한 달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우석 관련 소식은 잠잠했다. 협상 마감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고우석은 극적으로 구단에 샌디에이고의 오퍼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3일 오전: 고개 든 계약
3일 오전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소식이 알려졌다. 미국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한국 우완투수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입단이 임박했다. 마무리로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협상 기간 그나마 고우석과 연결됐던 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일간지 '벨레빌 뉴스 데머크랏'은 지난해 11월 "세인트루이스가 자유계약(FA) 시장에서 고우석과 함께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의 영입을 검토할 것이다"고 짚었다. 이후 마쓰이는 샌디에이고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 둥지를 찾았다.
고우석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었다. 이대로 빅리그 진출에 실패해 LG에 잔류할 것이란 시선도 존재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서 데뷔한 뒤 2019년부터 마무리로 활약해왔다. 지난해 15세이브(3승8패 평균자책점 3.68)에 그쳤지만 2022년 42세이브(4승2패 평균자책점 1.48)로 포효했다. 생애 처음으로 리그 세이브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통산 7시즌 동안 139세이브를 수확했다.
고정 마무리였던 고우석이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추진하자 LG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3일 오후: LG의 결단
협상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LG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3일 오후 2시경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고우석은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LG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 팀에 고우석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고우석은 금일(3일)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 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차 단장은 "있는 그대로 보고를 드렸다. 상황을 모두 전달했는데, '선수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라며 구단주께서 허락해 주라고 하셨다. 통 큰 결정을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장 입장에서는 전력이 빠져나가는 것이라 아쉽긴 하다. 하지만 가겠다는데 어떡하나. 아무 이야기 하지 않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만 했다"고 덧붙였다. 새 마무리를 구해야 한다. 차 단장은 "염경엽 감독님이 골치 아프실 것이다. 마무리가 없으니 고민은 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이르면 오는 3월 20~21일 한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뤄질 수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북미 외 국가에서 치르는 MLB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사상 최초다. MLB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 및 메이저리그 홍보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개막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높은 한국 개최를 택했다.
3월 20일, 21일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가 정규시즌 개막시리즈를 장식한다. 샌디에이고엔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내야수 김하성이 속해있다.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 빅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FA 시장의 대어였던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품었다. 여기에 고우석이 가세하며 한일 대표 야구스타들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개막전에 앞서 각 팀이 2경기씩 총 4번의 특별 경기를 펼치는 형태로 진행되는 스페셜 게임도 추가됐다. 총 6경기가 치러질 예정이다.
'처남'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맞대결도 기대해 볼 만하다.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이정후의 여동생과 결혼했다. 이종범 전 LG 코치의 사위가 됐다. 이정후는 처남, 고우석은 매제로 가족의 연을 맺었다.
이정후는 지난달 15일 샌프란시스코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7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역대 최고 대우를 기록했다. 아시아 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최고치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맞대결은 미국 본토 개막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는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4연전을 펼친다. 샌디에이고의 홈 개막시리즈다. 고우석이 4연전 중 한 경기에라도 등판한다면 이정후와 상대하는 흥미진진한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 개막전 상대 역시 샌디에이고다. 샌프란시스코는 4월 6일부터 8일까지 샌디에이고와 만난다. 이정후와 고우석이 일주일 사이 서로의 홈구장을 오가며 진검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연합뉴스, 클러치포인츠, 쿠팡플레이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