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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ML 샌디에이고 진출 뒷얘기…LG "안 된다고 했는데 구단주님 통 큰 결정"

기사입력 2024.01.03 17:25 / 기사수정 2024.01.03 21:43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그래도 보내달라고 하니까…구단주님께서 통 큰 결정 하신 거죠." LG 트윈스가 '클로저' 고우석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을 허락했다.

LG 구단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LG 트윈스 고우석 선수는 포스팅 절차에 따라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오퍼를 받았으며, LG 트윈스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오퍼를 보내온 메이저리그팀으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고우석 선수는 금일(3일) 메디컬테스트를 포함한 계약진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가 자신의 SNS에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 소식을 전한 뒤 약 두 시간 후다. 헤이먼 기자는 "한국의 우완투수 고우석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계약이 임박했다. 마무리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한국시리즈 종료 직후, MLB 신분조회 요청 

고우석의 미국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 밖으로 진행됐다. LG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가 LG의 29년 만의 통합우승으로 끝나고 그 이틀 뒤인 2023년 11월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4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LG 고우석, 키움 이정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오늘(15일) '해당 선수는 각각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 구단 소속 선수임'을 통보하였다"고 밝혔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할 경우 3개국 사무국이 맺은 협약에 따라 신분조회 요청을 거쳐야만 해외 구단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을 진행하거나 FA(자유계약)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정후는 이미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의사를 공언한 상태였지만, 고우석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고우석 역시 빅리그에 대한 꿈을 품고는 있었지만, 세간의 예상보다 그 시점이 빨랐다. 고우석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신분조회 요청에 본인도 의아할 것이라거나, 단순히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오는 정도로 만족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어쨌든 LG 구단으로서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팀의 대표 투수와 이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의 에이전트에게 선수의 미국 도전 의지가 있다는 의사를 듣고 그룹에게 보고를 했고, 논의 끝에 고우석의 포스팅을 허락했다.


다만 '헐값에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이 먼저 포스팅을 해보고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안받으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를 하기로 했다. 고우석 본인도 터무니 없는 금액이라면 미국에 가고 싶겠나. 어느 정도 제안을 받으면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은 이어 "우리도 고우석을 보내면 포스팅 금액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금액도 확인해 봐야 한다. 최종 결정은 구단주께서 하신다. 나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만 도와주는 식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 LG 구단의 포스팅 허락,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구단의 허락이 떨어진 뒤, KBO는 11월 28일 "LG 구단의 요청에 따라 고우석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에 포스팅해줄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MLB 30개 구단은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다음날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대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고우석 선수와 계약 협상이 가능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LG 트윈스에 지급해야 한다. 만약 협상 만료일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 포스팅은 종료되며, 고우석 선수는 다음 연도 11월 1일까지 포스팅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12월 5일 포스팅 공시를 통보받았다. KBO는 "MLB 사무국으로부터 이정후(키움)와 고우석(LG) 선수에 대한 포스팅 의사를 MLB 30개 구단에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월 4일자로 공시했음을 통보 받았다"고 전했다.

계약 마감일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024년 1월 3일 오후 5시, 한국시간 기준 1월 4일 오전 7시. 이정후가 먼저 잭폿을 터트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 계약 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73억원) 규모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역대 최고 대우를 기록했다. 아시아 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최고치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정후는 올해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2050만 달러를 받는다. 계약금 500만 달러는 별도로 수령한다. 구단과 자선 기부 계획도 세웠다. 올해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10만2500달러를 기부한다.

◆ 한 달 동안 유일하게 연결된 팀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정후가 거액의 계약을 맺는 동안, 고우석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달을 보냈다. 그나마 연결이 됐던 팀은 샌디에이고가 아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일간지 '벨레빌 뉴스 데머크랏'은 11월 "세인트루이스 구단이 FA 시장에서 고우석과 함께 일본인 좌완투수 마쓰이 유키 영입을 검토할 것"이라며 "불펜 보강에 나선 세인트루이스가 두 선수를 불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지 알아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세인트루인스는 71승91패(0.435)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지구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투수 보강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세인트루이스는 카일 깁슨과 랜스 린, 소니 그레이를 영입했고, 여기에 불펜을 보강할 수 있는 강력한 구위의 투수 고우석이 세인트루이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고우석과 함께 언급된 마쓰이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총액 28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행선지를 찾았고, 세인트루이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타일러 오닐을 보내고 우완투수 닉 로버트슨, 빅터 산토스를 영입하면서 마운드를 보강했다.

샌프란시스코 공식 입단을 마치고 귀국한 이정후에게 "가족인 고우석 선수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 중인데, 계약 소식을 접한 뒤 어떤 얘기를 들었고 또 고우석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묻자 이정후는 "우석이가 축하한다고 연락했고, 사실 계약에 대한 건 얘기하지 않았다. 그냥 조카 잘 있냐고 물어봤다"면서 일상적인 소식만 전했다.



◆ "선수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LG 트윈스의 과감한 결단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낸 이번 겨울은 고우석의 미국 진출 적기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계약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고우석은 예상치도 못한 샌디에이고행 소식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연락이 닿은 차명석 단장은 고우석의 계약 소식에 대해 "어제(2일) 밤에 들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는데, 고우석이 보내달라고 했고 구단주님께서 허락을 해주셨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던 건 계약 규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 의지가 강했던 선수에게, 구단은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차명석 단장은 "서로 약속한 금액보다는 적었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그래도 (선수가) 보내달라고 하니까 구단주님께서 통 큰 결정을 해주셨다"고 얘기했다.

차 단장은 "있는 그대로 보고를 드렸다. 상황을 모두 전달했는데, '선수가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 하시면서 구단주님이 허락해주라고 하셔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LG는 더 큰 무대로 향하는 선수를 박수를 치며 떠나 보내지만, 당장 세 달 앞으로 다가온 2024시즌을 놓고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마무리 고우석의 공백은 비상이 걸릴 만한 일이다.

차명석 단장은 "단장 입장에서는 전력이 빠져 나가는 건데, 안 가는 게 좋지 않겠나. 선수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나도 성적의 노예다. 나도 중요하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차 단장은 이내 "그런데 가겠다는데 어떡하나. 아무 얘기 하지 않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정도만 얘기했다"고 전했다.

LG는 2023시즌 초반 이미 고우석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 마무리가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경험을 했다. 다행히 함덕주와 이정용, 박명근, 유영찬 등이 활약하며 빈 자리를 메웠지만, 당시는 정규시즌 우승을 이룬 LG의 가장 큰 위기가 되는 시기였음은 분명하다.

또 그때 고우석의 공백을 메웠던 이정용은 상무야구단으로 입대하면서 LG는 순식간에 필승조 두 명이 사라졌다. 차명석 단장은 "염경엽 감독님이 골치 아프실 거다. 어찌됐거 마무리 투수가 없으니 고민은 된다"고 털어놨다.



헤이먼 기자의 트윗 이후 고우석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현지 매체들에게서 헤이먼 기자의 트윗을 인용한 기사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클러치포인츠'는 이미 고우석의 얼굴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합성해 사진을 올렸다.

이 매체는 "샌디에이고는 FA 조시 헤이더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불펜을 정조준하고 있다"면서 "후안 소토를 이적시킨 샌디에이고는 조시 헤이더까지 떠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샌디에이고에게는 대체자가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우석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고우석 2017~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성적

-2017년: 25경기 26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4.50
-2018년: 56경기 67이닝 3승5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
-2019년: 65경기 71이닝 8승2패 1홀드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
-2020년: 40경기 41⅔이닝 4패 1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10
-2021년: 63경기 58이닝 1승5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17
-2022년: 61경기 60⅔이닝 4승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
-2023년: 44경기 44이닝 3승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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