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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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그 악마의 유혹

기사입력 2011.07.22 09:44 / 기사수정 2011.07.22 09:44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LG 이대형은 지난 5월 26일 잠실 두산전서 1회말 2루 땅볼을 때린 후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왼 어깨에 1루 베이스를 찧어 부상을 입었다. 경미한 부상인 줄 알았지만 예상 외로 상태는 심각했다. 6월 초 복사 뼈 통증까지 겹쳐 결국 1군서 제외됐다. 그리고 1달을 훌쩍 넘겨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서야 겨우 복귀할 수 있었다.

삼성이 자랑하는 톱타자 배영섭도 21일 대구 SK전서 3회 1사 상황서 내야안타로 1루에 나간 뒤 2루 도루를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시도한 끝에 세이프 선언을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몸의 탄력을 이기지 못해 왼손 새끼손가락이 베이스를 지나치며 접질리고 말았다. 배영섭은 결국 5회 이영욱과 교체됐다. 경기 후 검진 결과는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 배영섭은 이로써 한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고 도루왕과 신인왕 도전도 안개 속에 빠졌다. 톱타자를 잃은 삼성도 후반기 전력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 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인가

전문가들은 대부분 야구를 배우는 선수들에게 어지간하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못하게 한다. 특히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더더욱 하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1루가 유일하게 오버런 및 오버슬라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지만, 발로 정상적으로 뛰어들어가는 것보다 상체가 엎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형, 이종욱(두산), 오재원(두산) 등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은 하나같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리를 들고 베이스에 들어가는 벤트 레그 슬라이딩이나 수비수의 움직임을 피해 베이스를 파고드는 훅 슬라이딩보다 베이스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리가 먼저 나가는 슬라이딩은 몸의 무게 중심이 자연스럽게 뒤로 향하게 돼 최후에는 스피드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몸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기 때문에 베이스에 닿을 때까지 스피드가 줄어들지 않는다.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갈수록 기민해지는 시대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다. 반드시 1점이 필요할 때는 자연스럽게 발 빠른 선수들의 상체가 먼저 그라운드에 엎어지기 마련이다.



▲ 악마의 유혹 

하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그러한 장점은 '악마의 유혹'이나 마찬가지다. 상체가 그라운드에 엎어지면서 가속도가 붙는 만큼 부상 위험도 커지는 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다. 반면 다리가 먼저 베이스에 들어가는 벤트 레그 슬라이딩은 발목 외에는 그다지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없다. 또한, 슬라이딩 후 자연스럽게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추가 진루를 재빨리 노리거나 경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1일 대구 SK전 배영섭 부상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면 당시 배영섭은 스타트 동작이 빨랐다. 특유의 스피드가 더해져 가속도가 붙었다. 때문에 순간적으로 상체가 베이스에 엎어지는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평상시보다 1~1.5보 정도 더 나가서 상체가 엎어지면서 2루 베이스를 찍는 배영섭의 왼손이 순간적으로 베이스를 지나치고 말았다. 한 번 붙은 가속도를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이 완전히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이 베이스를 지나쳤다. 손가락을 베이스 위로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측면 부위에 강하게 부딪치며 부상을 입고 말았다. 빠른 가속도가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때 자신을 태그하러 오는 수비수와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코, 목 등에 중상을 입을 수 있고 만약 수비수의 스파이크에 손이 찍히기라도 할 경우 엄청난 출혈과 함께 손가락이나 손목의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경기 상황이 연결되는 주루 플레이가 아니라 추후 상황을 굳이 살펴볼 필요 없이 자신의 세이프에만 집중하면 되는 도루에서는 아무래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구사 빈도가 높기 때문에 발 빠른 선수들의 부상 위험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한 달 넘게 고생한 이대형이나 배영섭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그리고 적어도 도루 상황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옳은 일일지 모른다. 세이프도 좋고, 이기는 것도 좋지만 선수의 생명은 '건강'이다. 삼성은 당장 유능한 신인왕 후보가 중도 낙마할 위기에 빠진 걸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이대형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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