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일본 야구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레전드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성공을 확신했다.
마쓰자카는 26일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에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까지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다저스는 젊고 남아도는 재능을 가진 야마모토를 손에 넣었다"며 "일본이 자랑하는 두 사람은 동료가 됐다. 개인적으로 오타니와 야마마토가 대결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같은 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다"고 밝혔다.
LA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최대 승자다. 최대어로 꼽혔던 오타니를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121억 원)를 투자해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오타니는 전 소속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 LA 에인절스와 맺은 계약기간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 원), 미국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의 북미 프로스포츠 최고 몸값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940억 원)를 뛰어넘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FC 바르셀로나와 맺었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 원)의 계약도 제쳤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선수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오타니는 여기에 계약기간 동안 받을 연봉 7억 달러 중 6억 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종료 후 받는 '지급 유예' 형태, '디퍼'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유일한 목표인 다저스가 경쟁 균형세 부담을 덜고 스토브리그 기간 추가적인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저스는 오타니 덕분에 스토브리그에서 마음껏 지갑을 열 수 있었다. 야마모토를 계약기간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232억 8000만 원)에 붙잡았다. 이른 시일 내로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타 모두에서 빅리그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가치를 인정받은 오타니와는 다르게 야마모토는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다. 대선배 다나카 마사히로가 2014년 1월 라쿠덴 골든이글스를 떠나 뉴욕 양키스와 계약할 당시 7년 1억 5500만 달러(약 2017억 7900만 원)를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최고 계약 금액을 2억 달러 가까이 경신했다.
야마모토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투수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뉴욕 양키스의 게릿 콜이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맺은 3억 2400만 달러(약 4192억 원)보다 100만 달러를 더 받는다.
1998년생 우완 야마모토는 2017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일본프로야구에 데뷔한 뒤 올해까지 통산 172경기 897이닝 70승 29패 평균자책점 1.82의 성적을 올렸다. 오릭스 타선이 약했던 탓에 더 많은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무적'의 투수였다.
오릭스를 2022년 재팬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것은 물론 최근 3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 상'까지 수상했다. 150km 중반대 강속구와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 날카로운 변화구를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던지는 것도 강점이다.
마쓰자카는 "야마모토의 공을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보게 되면 놀랄 것이다. 1m78cm라는 체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을 던진다"며 "야마모토는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제구할 수 있다. 타석에서 처음 상대했을 때 대단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오타니는 내년이 빅리거 7년차다. 오랜 경험에 근거한 귀중한 조언을 야마모토는 직접 들을 수 있다"며 "타자에 대한 접근법, 긴 시즌 관리법 등 오타니의 경험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게 더 설명할 필요 없는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쓰자카는 그러면서 야마모토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꼭 200이닝을 목표로 하길 바란다는 조언을 건넸다. 마쓰자카 자신도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던 2007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04⅔이닝을 던졌다.
마쓰자카는 "200이닝은 1년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숫자다. 야마모토는 컨트롤이 좋기 때문에 투구수가 늘어나지 않고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가능하다"며 "오타니, 다르빗슈 등 일본 투수들의 능력은 이미 증명됐다. 일본 투수들끼리 사이영사 다툼을 벌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오타니에 대해서는 "내년 시즌 (팔꿈치 수술 후 재활로) 타자에만 전념하지만 투수로서 던지는 부담이 없다. 어떤 타격 성적을 보여줄지 기대밖에 되지 않는다"며 "나도 내년 3월 한국 서울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쓰자카는 1980년생으로 1998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요코하마 고교 재학 중 출전한 고시엔에서 152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헤이세이의 괴물'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마쓰자카는 프로 무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06년까지 통산 8시즌 동안 204경기(190선발) 108승 60패 평균자책점 2.95, 완투 72회, 완봉 18회의 기록을 남기고 2007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마쓰자카의 2007년 보스턴 이적은 최근 오타니, 야마모토의 계약 못지않게 화제를 뿌렸다. 보스턴은 보스팅 비용만 5111만 1111달러(약 662억 원)를 베팅했다. 마쓰자카는 계약기간 6년, 총액 5200만 달러(약 673억 원)를 받고 빅리거가 됐다.
마쓰자카는 2007 시즌 15승을 거두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008년에도 29경기 18승 3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09년 3월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이끌고 대회 MVP를 차지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2009 시즌 4승 6패 평균자책점 5.76, 2010 시즌 9승 6패 평규자책점 4.69, 2011 시즌에는 3승 3패 평균자책점 5.30에 그쳤다. 2012 시즌까지 1승 7패 평균자책점 8.28의 처참한 성적을 남긴 뒤 보스턴을 떠났다.
마쓰자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본선 조별예선 풀리그,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했다.
마쓰자카는 이후 2013, 2014년 뉴욕 메츠를 거쳐 2015년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했지만 전성기 시절의 위용을 되찾지 못했다. 2021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현재는 '스포니치 아넥스'의 객원 평론가 등으로 활동 중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한국이 자랑하는 '국민 타자' 이승엽에게 눈물을 흘렸다. 0-0으로 맞선 8회말 1사 2·3루에서 이승엽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일본을 3-1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일본과 마쓰자카는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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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