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맨유!…'가르나초 멀티골+회이룬 데뷔골 폭발' 빌라전 0-2→3-2 대역전승 [PL 리뷰]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2023년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맨유는 27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홈 맞대결서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2실점을 내주고 끌려간 맨유는 후반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멀티골과 라스무스 회이룬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맨유는 10승1무8패, 승점 31로 6위에 올랐다. 반면 승리했다면 선두 리버풀과 승점 동률을 이룰 수 있었던 빌라는 12승3무4패, 승점 39로 3위를 유지했다.

맨유는 빌라와의 경기 전까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최악의 부진에 빠진 상태였다. 에릭 턴하흐 맨유 감독이 최근 경질 압박을 받고 있었을 정도로 민심이 최악이었던 만큼, 승리가 절실한 맨유였다. 빌라는 3승2무로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을 앞세워 우승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홈팀 맨유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안드레 오나나가 골문을 지켰다. 백4는 애런 완비사카, 라파엘 바란, 조니 에반스, 디오구 달롯이 구성했다. 코비 마이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중원을 형성했으며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브루누 페르난데스, 마커스 래시퍼드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 원톱은 라스무스 회이룬이 맡았다.

원정팀 빌라도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뤼카 디뉴, 클레망 랑글레, 디에구 카를로스, 에즈리 콘사가 백4로 나섰다. 더글라스 루이스, 레안데르 덴동커가 3선에 위치했으며 제이콥 램지, 존 맥긴, 레온 베일리가 2선에서 호흡을 맞췄다. 올리 왓킨스가 원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맨유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전반전이었다. 전반 26분 만에 2골을 내줘 끌려갔다. 포문은 맨유가 먼저 열었다. 전반 10분 왼족 측면에서 가르나초의 패스를 받은 에릭센이 과감하게 슈팅으로 이어갔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4분에는 가르나초가 빠르게 돌파한 뒤 에릭센에게 내줬다. 에릭센을 지나친 공은 래시퍼드에게 흘렀고,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브루누가 절묘한 로빙패스를 시도했으나 마르티네스 골키퍼에게 차단됐다.

전반 21분 빌라의 선제골이 터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맥긴이 키커로 나섰다. 왼발로 크게 감아찼고, 공은 터치 없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맨유 선수들 그 누구도 맥긴의 킥를 제어하지 못했고, 오나나도 그저 주저앉아 골이 들어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빌라의 추가골이 나왔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였다. 전반 26분 맥긴이 올려준 코너킥을 랑글레가 머리로 돌려놨고, 수비 틈 사이에 서있던 덴동커가 가볍게 밀어넣어 2-0으로 점수를 벌렸다. 먼 포스트 쪽으로 길게 올려주고 랑글레가 수비 뒤로 돌아 뒤어들어가는 동안 맨유 수비진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랑글레를 자유롭게 놔준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다급해진 맨유는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전반 30분 에릭센이 찔러준 패스를 받아 브루누가 슈팅을 때려봤지만 골대 왼쪽으로 벗어났다. 1분 뒤에는 브루누의 패스를 받은 래시퍼드가 박스 안에서 슈팅까지 이어갔으나 마르티네스 골키퍼에게 막혔다.

전반 34분 회이룬이 크로스를 받아 래시퍼드에게 넘겨줬고, 이어진 래시퍼드의 슈팅도 마르티네스를 뚫지 못했다. 전반 막판에도 래시퍼드가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왼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0-2로 뒤진 채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맨유가 추격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래시퍼드의 패스를 받은 가르나초가 마르티네스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래시퍼드가 패스할 때 가르나초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득점이 취소됐다.

2번의 실수는 없었다. 가르나초는 완벽하게 골망을 흔들며 2-1을 만들었다. 후반 13분 브루누의 침투 패스를 받은 래시퍼드가 낮고 빠르게 반대편으로 연결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가르나초가 골키퍼가 나오는 움직임을 보고 반대편으로 침착하게 밀어 차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골로 맨유는 지난 5월 제이든 산초 이후 7개월 간 이어져 온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공격진 무득점 징크스를 깨뜨렸다.





빌라도 반격에 나섰다.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알렉스 모레노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베일리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오나나가 선방했다.

오히려 맨유가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25분 가르나초의 패스를 받은 브루누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가 수비 발에 걸려 가르나초 발 앞에 흘렀고, 가르나초는 왼발로 골문 구석을 향해 슈팅했다.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방향을 완벽하게 읽었지만 슈팅이 수비 몸에 맞고 굴절돼 방향이 바뀌면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맨유는 역전까지 성공했다.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브루누의 킥이 맥긴 몸에 맞고 흘렀고, 회이룬이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회이룬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역전 결승골로 만든 회이룬은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려가 포효하며 동료들과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추가시간 11분이 주어졌다. 승부가 뒤집힌 빌라는 득점에 나섰고, 맨유는 점수를 지켰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간 맨유가 끝까지 버티면서 3-2 대역전승으로 경기 종료됐다.





맨유의 엄청난 역전승에 영국 언론도 깜짝 놀랐다. 영국 토크스포츠는 0-2로 뒤진 채 하프타임에 돌입한 후 "맨유가 26분 만에 2골을 내주면서 맨유 팬들은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악몽을 겪고 있다. 충격적인 스타트로 빌라 팬들은 '턴하흐는 아침에 경질될 거야'를 외치기 시작했다"라면서 현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는 "빌라 팬들의 경질 구호 조롱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웃은 건 맨유였다. 엄청난 역전승이었다"라고 놀라워했다.

맨유는 이번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지휘봉을 잡은 에릭 턴하흐 감독 지휘 아래 리그컵 정상을 차지하며 2016/17시즌 이후 6년간 이어져 온 무관에서 탈출했고, 리그 3위까지 차지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따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맨유의 흐름은 그다지 좋지 않다. 시즌 초부터 부진이 이어졌다. 최근 리그 5경기에서도 2승1무2패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심각했다.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비교적 쉬운 조에 편성돼 무난하게 16강 진출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지만 객관적으로도 전력이 약한 코펜하겐(덴마크),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에 밀려 꼴찌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조 3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 티켓도 따내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직전 라운드에서는 웨스트햄에게 패해 시즌 13번째 패배를 당했다. 크리스마스 이전에 13패를 당한 건 1930년 이후 무려 93년 만이었다. 1930/31시즌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크리스마스 전까지 20경기 2승2무16패를 기록했고, 그 시즌 맨유는 리그 꼴지를 기록해 2부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처음으로 리그 4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특히 공격진들의 부진이 심각했다. 홈 경기에서 맨유 공격수가 골을 넣은 건 지난 5월 제이든 산초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7개월 동안 공격수들은 침묵을 지켰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빌라전을 통해 씻어내는 데 성공했다. 홈 경기 공격진 무득점 징크스도 가르나초의 멀티골과 회이룬의 데뷔골로 완벽하게 털어냈다. 동시에 연속 무득점 기록을 5경기까지 늘리지 않고 4경기에서 멈췄다.

또한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리면서 후반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상위권과는 격차가 조금 남아있지만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했다.

경기 직후 회이룬은 "오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난 사람들이 날 축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린 끝까지 믿었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몇 번 득점한 적은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처음이다. 골을 넣어서 기쁘고 이게 기회가 돼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멀티골 주인공 가르나초도 웃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맨유 공격수들을 얘기하며 우리가 득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오늘은 래시퍼드가 어시스트를 하고, 라스무스(회이룬)이 골을 넣었기 때문에 우린 행복하다. 내 인생 최고의 날 중 하나"라고 전했다.

경기 후 턴하흐 감독은 "우리는 오늘 개성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줬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전반전에 세트피스로 2실점한 건 아쉽지만 선수들에게 계속 믿고 플레이 하라고 했다. 후반전에 압박 전술을 바꿨다"라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아스널, 리버풀과 충분히 경쟁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팀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라면서 "선수들은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맨유, 빌라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