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자신의 등번호를 양보한 선수의 아내를 위해 '슈퍼카'를 선물한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일본 초등학생들에게 무려 6만개의 글러브를 전달했다.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26일(한국시간) "오타니가 일본 내 약 2만개의 초등학교에 각각 3개의 글러브를 보냈고, 총 6만개의 글러브를 학생들에게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 'NHK'는 22일 "오슈 시립 아네타이 초등학교에서 2학기 종업식이 끝난 뒤 마츠모토 게이 교장선생님이 오른손잡이용 글러브 2개, 왼손잡이용 글러브 1개를 선보였다"며 "대표 학생 3명이 곧바로 글러브를 끼고 캐치볼을 했다. 한 6학년 학생은 '이 글러브를 사용함으로써 야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오타니는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이달 22일 자신의 모교인 오슈 시립 아네타이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성탄절이었던 25일까지 일본 내 초등학교에 글러브를 전달했다.
오타니는 글러브와 더불어 일본어로 '야구하자!'라는 문구 및 자신의 자신이 담긴 편지를 준비했다. 오타니는 편지를 통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이 글러브가 다음 세대에게 꿈과 격려를 주는 상징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학교는 물론이고 지자체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츠오 다카시 가마쿠라시장은 자신의 SNS에 "오타니가 가마쿠라시의 모든 초등학교에 글러브를 보냈다"며 글러브와 카드가 담긴 사진을 게재하는가 하면, 요시다 노부요시 혼조시장은 "각 초등학교에서 글러브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사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히로시마현에 위치한 아키타카타시는 "오타니 선생님, 아이들에게 꿈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오타니에 보냈다.
앞서 오타니는 자신의 등번호인 17번을 양보해준 팀 동료 조 켈리의 아내 애슐리 켈리에게 고급 스포츠 세단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애슐리 켈리는 24일 SNS에 영상을 게시했는데, 영상 속 애슐리 켈리는 집 앞에 주차된 은색의 고급 스포츠 세단을 본 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 켈리는 아내에게 "당신 차다. 오타니가 당신에게 준 선물이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영상을 공개한 애슐리 켈리는 SNS에 영상과 함께 "문을 연 순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오타니에게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201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조 켈리는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와 다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쳐 올 시즌 도중 다저스로 돌아왔다. 올 시즌 종료 이후에는 다저스와 1년 8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다저스 시절이었던 2019년부터 줄곧 등번호 17번을 사용한 켈리는 오타니의 다저스행과 함께 자신의 등번호도 양보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오타니가 화답한 것이다. 특히 아내 애슐리 켈리는 자신의 SNS로 '오타니에게 다저스의 17번을 달게 하자'는 의미의 해시태그 'Ohtake17'를 활용한 '오타니 영입 캠페인'을 펼치면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켈리는 25일 미국 현지 팟캐스트 'Baseball Isn’t Boring'에 출연해 "오타니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기간을 빅리그에서 뛰었지만, 이번 일은 무척 특별하다. 오타니가 차를 사주지 않았어도 난 등번호를 양보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17번을 양보하지 않았다. 학창 시절부터 사용한 번호라 애정이 있다. 하지만 오타니에게 번호를 줄 수 있게 된 것은 영광이다. 오타니가 지금처럼 잘해 향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면 내 번호(17번)도 영구 결번이 될 것이다. 그게 내가 명예의 전당과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2018년부터 7년간 빅리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오타니는 올 시즌 종료 이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취득했고, 지난 10일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의 초특급 계약을 체결했다. 프로스포츠 역사상 역대 최고 규모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오타니가 7억 달러 중에서 6억 8000만 달러를 계약 기간 이후에 받는 '지급 유예' 형태의 계약을 먼저 구단에 제안하면서 다저스로선 추가적인 전력 보강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오타니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꽃피운 2021년, 오타니는 타자와 투수로서 각각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서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만화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이듬해에도 타자와 투수로 각각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성적을 남기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올해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투·타 겸업과 함께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손가락 경련,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 등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9월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격 훈련을 하던 중에는 옆구리 통증을 느꼈다. 열흘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한 오타니는 결국 9월 17일 시즌 마감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2021년 이후 2년 만의 2번째 만장일치 MVP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만장일치 MVP 2회 수상이라는 이력을 남겼다. 에인절스 구단 역사상 MVP를 2회 수상한 건 오타니가 역대 7번째로, 마이크 트라웃(2014년-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밖에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 지명타자 부문, 행크 애런상 등 각종 상을 휩쓰는가 하면 AP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남자 선수'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오타니는 축구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아르헨티나), 테니스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이상 16표)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첫 우승을 이끈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 12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첫 경기를 치르지도 않은 오타니이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마츠오 다카시 가마쿠라시장·애슐리 켈리 SNS, AFP,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