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재정 문제로 고민에 빠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올겨울 '몸집 줄이기'에 나선 가운데, 김하성을 트레이드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최근 수년간 샌디에이고는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인 영입으로 관심을 모았던 팀 중 하나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10년 2억 8000만 달러(약 3651억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야진을 보강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샌디에이고는 매니 마차도(11년 3억 5000만 달러), 다르빗슈 유(1억 800만 달러),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 등 거액을 쏟아부으면서 주축 선수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샌디에이고는 2020년대 들어 2020년과 지난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진출했지만, 지구 또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여전히 '지구 라이벌' LA 다저스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 시즌의 경우 82승80패(0.506)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으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밀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더 큰 문제가 드러난 건 그 이후였다. 샌디에이고가 지난 9월 선수단 연봉 지급을 위해 5000만 달러(약 652억원)를 대출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미국 현지에서 주전 내야수 후안 소토까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실제로 샌디에이고가 여러 팀들과 카드를 맞췄다. 결국 지난 7일 뉴욕 양키스와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소토와 함께 또 다른 외야수 트렌트 그리샴을 양키스로 떠나보냈다. 샌디에이고는 그 대가로 우완투수 마이클 킹, 자니 브리토, 유망주인 우완투수 드류 소프와 랜디 바스케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를 받아오며 마운드 보강에 위안을 삼았다. 다만 공격력 약화는 불가피했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 건 바로 샌디에이고의 '이정후 영입전' 참전 여부였다. 주전급 외야수를 두 명이나 보낸 상황에서 내부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존재했고, 이정후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샌디에이고는 이정후의 포스팅 개시 이후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함께 '영입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오타니 쇼헤이와 더 많이 맞붙어야 하는 가운데, 이정후와 현재 어떤 위치에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매체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고, 외야진이 두 자리가 비어있다. 또 여러 장점이 있다.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은 이정후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골드글러브 수상자"라며 "이정후는 키움 시절 스프링캠프를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치렀기 때문에 샌디에이고의 훈련 장소에 익숙하다"며 이정후-샌디에이고 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샌디에이고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좌타자는 제이크 크로넨워스, 맷 카펜터, 브렛 설리번, 투쿠피타 마르카노"라며 "샌디에이고는 1억 달러 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코디 벨린저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입 가능한 외야수들 중에서 이정후가 파드리스에 가장 적합한 선수일 수 있다. 머지않아 샌디에이고가 이정후의 요구 가격을 충족시킬 생각이 있는지 밝히겠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잠재적으로 부수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따져봤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까지 예상한 디애슬레틱은 "오타니의 다저스행으로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이고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이정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말대로 지난 오프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약 1187억원)에 계약한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후의 계약 소식이 들려왔고, 영입전의 최종 승자는 샌프란시스코였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16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를 소개하자 샌디에이고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샌디에이고는 이정후를 노렸으나 금액에서 지구 라이벌 팀에 밀렸다"고 18일 보도했다.
또 디애슬레틱은 "샌디에이고의 제안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제안한 것에 미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머니싸움'에서 샌디에이고가 샌프란시스코에 완패했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페이롤을 낮추려고 한다.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던 마이클 와카와 세스 루고가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떠나는 걸 지켜보기만 했고, 두 선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에 샌디에이고가 추가로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하성이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는 게 디애슬레틱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말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4+1년 최대 3900만 달러(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1년부터 빅리그에서 활약한 김하성은 데뷔 첫해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세를 보이면서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올핸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함께 38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공격, 주루, 수비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시즌 종료 이후에는 무키 베츠(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서 골드글러브를 받게 된 건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다.
김하성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샌디에이고이지만,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속도를 낸다면 내야진 보강을 원하는 팀과 트레이드를 논의할 수 있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2024시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올 시즌에 보여줬던 모습을 이어간다면 어느 팀에 가더라도 주전 내야수로 활용될 수 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동일한 조건으로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면, 또 다른 좌타자를 보내거나 최소 한 명의 선발투수 또는 여러 명의 불펜투수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냈을 것"이라며 "크로넨워스와 김하성이 트레이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팀까지 언급된 건 아니다. 다만 주전급 선수들에 대한 트레이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건 사실이다. 만약 소토에 이어 김하성까지 샌디에이고를 떠나게 된다면 내년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다저스와의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된다. 오타니의 다저스행 등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김하성이 이적한다면 팬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몸집을 줄이고 싶은 샌디에이고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뉴욕 양키스·MLB·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