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규형이 도전의 의미를 남긴 '노량: 죽음의 바다'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규형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 영화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규형은 왜군 선봉장 고니시(이무생 분)의 충직한 심복이자 언변에 능한 왜군 장수 아리마를 연기했다.
아리마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시마즈(백윤식) 군에게 향해 필사의 지원을 요청하고자 한다.
이날 이규형은 "모든 배우 분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했었다. 저 역시 특히 이순신 장군님 3부작의 마지막 10년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보니 더욱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중간중간 울컥하는 부분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영웅 중에서도 정말 손에 꼽히는 성웅이시지 않나. 그런 장군님이 돌아가신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보니 정말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것을 알고 봐도 장엄하고 묵직한 느낌이 계속 들었었다"고 덧붙였다.
이규형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왜군 진영을 오가며 책사로서의 기질을 발휘하는 아리마 캐릭터를 통해 최후의 전투에 깃든 긴장감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캐릭터를 위해 변발 분장 등 외적인 변신과 일본어 공부까지 다양한 도전에 나섰던 과정을 떠올린 이규형은 "(변발 분장을 하고 나니) 누가 봐도 토종 한국사람처럼 생기긴 했는데, 생각보다 왜군 같다 싶었다"고 넉살을 부렸다.
이어 "일본식 변발인 존마게(이마에서 정수리까지의 머리를 밀고 옆머리와 뒷머리를 길러서 상투를 튼 에도 시대에 유행한 일본 상투) 분장을 했었다. 특수분장을 너무 잘해주셔서 감독님도 놀라시더라. 머리카락을 5대5 가르마로 만들고, 특수 본드를 눌러서 바른 다음에 볼드캡을 씌운 뒤 옆머리를 붙인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또 "처음에 테스트 작업을 할 때는 3~4시간 걸리던 것이 숙련이 되니까 2시간까지 줄게 되더라. 머리카락이 빠진다거나 하는 것은 없었는데, 대신 특수 본드를 바른 것이다 보니 머리 감는 데만 1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고 떠올리며 절박한 아리마의 심경이 얼굴에 드러날 수 있도록, 첫 촬영 전까지 체중을 7~8kg 감량하며 캐릭터에 개성을 덧입힌 사연도 전했다.
이순신 장군과 대립하는 일명 빌런인 왜군 역할이었지만, 출연 제안을 받고서는 오히려 기쁜 마음이 더 크게 들었던 시간이었다.
이규형은 "'노량'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는 '한산' 촬영 전이었다. 이전에 '명량'을 보면서 이런 대작에 언제 출연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오던 중에 '노량' 제안을 받아서 정말 영광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반대편 한 축에서 이 작품이 시작될 수 있는 지점을 이끌어갈 수 있으니, 열심히 목숨 걸고 해야겠다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또 "메인으로 시마즈 역의 백윤식 선생님이 무게감 있게 계시고, 저는 그 왜군의 한 축에서 노량해전이 일어나게끔 발로 뛰어다니며 모두를 현혹시키는 인물이다. 조선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때려죽일 놈이지만, 왜군의 입장에서 보면 아리마는 정말 절박한 상황 아닌가. 빌런도 잘 그려지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김윤석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며 벅찼던 마음을 느꼈던 사연도 털어놓았다.
이규형은 "'명량'의 최민식 선배님, '한산'의 박해일 선배님 모두 너무 훌륭하게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지 않으셨나. 다 너무 훌륭해서, 당연히 어떤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노량'은 특히 노량해전을 다루는 것이어서 더 그런지 김윤석 선배님의 이순신을 봤을 때는 어떤 총체적인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장군님이 돌아가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 장엄하게 느껴졌었다. 김윤석 선배님이 저음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감정을 싣지 않은 듯 건조하게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더 먹먹하고 폐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보는 내내 울컥울컥했다"고 얘기했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삼청동을 언급하며 삼청동 가까이에 위치한 광화문에 들러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가야겠다면서 벅찬 마음을 드러낸 이규형은 "저도 전투에 자신 있는데, 아리마 역으로는 전투를 하지 못했다. 제 결투신을 보고 싶으시다면 (지금 공연 중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봐달라. 그 곳에서는 맨몸 싸움, 칼싸움을 다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규형은 2001년 영화 '신라의 달밤'으로 데뷔한 뒤 연극, 뮤지컬 등 무대는 물론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하이바이, 마마!'(2020), '보이스4'(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카지노'(2022)와 영화 '증인'(2019), '디바'(2020),'스텔라'(2022), '서울대작전'(2022)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 왔다.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에 앞서 지난 달 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과 방송 중인 tvN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2'까지, 누구보다 바쁜 겨울의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규형은 "제가 워커홀릭이어서, 쉬어도 3~4주가 지나면 몸이 근질거리더라. 대본을 보고 연습실에 가는 것이 훨씬 더 즐겁다. 동료들과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더라.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도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특별한 날 공연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일 개봉한다.
사진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