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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에 3번 '출입 정지' 먹은 기자 이야기…"헤어드라이어만 10분, 날 찢어놨어"

기사입력 2023.12.08 17:00

이태승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이끈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7년간 이끈 알렉스 퍼거슨 경이 선수단 보호를 위해 직접 기자를 만나 엄중 경고를 내린 뒤 다시 받아주는 '통 큰' 위기대처법을 보였다는 일화가 전해졌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의 축구 전문 기자 이안 레이디맨은 8일(한국시간) "난 퍼거슨에게 세 번이나 출입금지를 당했다. 퍼거슨에게 선을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며 세계 최고 명장과의 옛 이야기를 전했다.

레이디맨에 따르면 퍼거슨은 다른 감독들과 생각 자체가 달랐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구단이 기자회견 여는 것을 의무라고 규정한 반면 퍼거슨은 기자회견을 기자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그 특권은 앗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레이디맨은 "퍼거슨 생각에 기자가 선을 넘으면 그 특권은 빼앗기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레이디맨 또한 '선'을 넘은 적이 있다. 지난 2010년 6월 웨인 루니에 대해 쓴 기사 때문이었다. 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과 루니가 부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쓴 기사가 문제가 됐다"며 "난 기자로서 자랑스럽게 글을 썼다. 전혀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맨유와 퍼거슨은 그 기사를 문제 삼았다. 월드컵이 끝나고 2010/11시즌 개막한 뒤 맨유 기자회견을 가려고 하자 출입 거부당한 것이다. 결국 크리스마스까지 약 6개월간 구단 출입 금지를 당했다. 다만 경기에 대한 취재는 가능했기 때문에 경기장에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박싱데이(연말에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치열한 경기를 갖는 기간으로 12월26일) 주간이 되고 레이디맨은 경기장을 나가다가 우연히 퍼거슨과 마주쳤다. 레이디맨은 퍼거슨에게 출입 금지를 해제시켜달라고 요구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퍼거슨은 악수를 건네며 "이언,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떠났다.

그래서 레이디맨은 퍼거슨과의 갈등이 끝났다고 생각해 퍼거슨에게 직접 '다음 기자회견부터 출입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편지를 적어 보냈다. 그러나 퍼거슨의 답장을 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디맨은 "편지를 보내고 호주에 가서 여동생과 휴일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이메일이 와 내게 '퍼거슨의 답장을 봐야할 것 같다'고 급하게 연락했다"고 전했다. 편지를 읽은 레이디맨은 "그런 편지는 난생 처음 받아봤다"며 "그 편지를 읽은 후인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밝혔다.

퍼거슨이 편지에 5~6개 짧은 단락으로 레이디맨을 완전히 '두들겨 팬' 것이다. 레이디맨은 "그 편지를 한동안 쳐다도 볼 수 없었다"며 "내 인격을 말살하는 편지였다. 퍼거슨은 날 완전히 부쉈다"고 회상했다.

편지라는 매개체 특성상 퍼거슨과 레이디맨 개인 간의 내용이 적혀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밝힌 레이디맨은 "내용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존중이 충분히 담겨있었다고 보일 수 있으나 나에 대한 분노는 여전하다는 사실은 분명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레이디맨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위해 퍼거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서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맨유 훈련장인 캐링턴에서 만난 두 사람은 30분간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레이디맨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퍼거슨이 10분은 족히 레이디맨에게 독설을 쏟아낸 것이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들에게 한다는 퍼거슨 특유의 '헤어 드라이어'였다. 그는 "퍼거슨은 완전히 날 찢어놨다"고 전했다.




게다가 만나는 자리도 법정에서 심판을 받듯, 퍼거슨이 더 높은 자리에 앉고 레이디맨은 낮은 자리에 앉아 퍼거슨이 레이디맨을 내려다보는 구조로 형성돼 있었다. 레이디맨은 "퍼거슨은 매우 영리한 판단을 내렸다"며 "나는 미팅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람을 조련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퍼거슨의 모습이다.

또한 루니에 대한 기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도 전했다. 레이디맨은 "퍼거슨은 루니 기사를 작성한 것과 더불어 기자회견에서의 내 모습에도 비판을 전했다. 그는 내가 던지는 질문들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표현하는 방식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퍼거슨은 자신을 직접 만나러 '호랑이 굴'에 들어온 레이디맨의 배짱을 인정했다. 30분간의 독대가 끝난 후 퍼거슨은 "나를 보러 올 용기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며 "오는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보겠다"고 전했다. 레이디맨의 구단 출입 금지를 해제했다.

레이디맨은 "편지는 여전히 소장하고 있다"며 퍼거슨과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 이어 "물론 그 사건이 있고 4주 뒤에 또 금지를 먹긴 했다"며 웃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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