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과거 이승우(수원FC)를 지도한 경험이 있던 파비오 그로소 감독이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리옹을 맡은지 불과 3개월도 안 돼서 경질 직전에 몰렸다.
유럽축구 소식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30일(한국시간) SNS을 통해 "올랭피크 리옹은 파비오 그로소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그로소 감독은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준결승 독일전에서 연장전에 골을 넣어 조국 이탈리아를 결승에 올려놓았던 A급 수비수였다. 이탈리아는 결국 해당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엔 이탈리아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에서 이승우를 지도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3월부터는 이탈리아 세리에B에 있던 프로시노네 칼초를 이끌었다. 부임 후 3년차인 2022/23시즌 그로소 감독의 지도력에 힘입어 프로시노네는 세리에B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4년 만에 1부리그인 세리에A 승격에 성공했다.
프로시노네를 승격시킨 그로소 감독은 계약 기간을 더 연장하기 보다 팀을 떠나기로 택했다. 2부리그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킨 지도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그는 프랑스 명문 구단 리옹의 지휘봉을 잡았다.
PSG(파리 생제르맹),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등과 함께 프랑스 리그1을 대표하는 구단인 리옹은 지난 시즌을 리그 7위로 마무리한 뒤 지난 9월 그로소 감독한테 지휘봉을 맡겼다. 계약 기간은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1년 계약으로, 그로소 감독의 성적에 따라 계약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로소 감독이 부임하기 전 리옹은 개막 후 4경기에서 1무 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그들은 프로시노네 시절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거둔 그로소 감독이 팀을 반등시킬 수 있기를 기도했지만, 그로소 감독은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로소 감독이 부임한 후에도 리옹은 부진이 계속되면서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 13일 11라운드 스타드 렌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올렸지만, 곧바로 다음 경기인 LOSC릴과의 홈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이로써 리옹은 리그 12경기에서 승점을 불과 7점(1승4무7패)만 챙기면서 리그 최하위인 18위에 위치해 강등을 걱정하게 됐다. 리옹은 1989년 1부리그로 올라온 후 단 한차례도 2부리그로 내려간 적이 없다.
구단이 35년 만에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인내심이 바닥난 리옹은 칼을 빼들었다.
로마노는 "리옹은 그로소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몇 시간 안으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훈련 센터 책임자인 피에르 세이지가 임시 감독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질이 발표된다면 그로소 감독은 리옹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3개월도 안 돼서 쓸쓸하게 클럽을 떠나게 된다. 후임자는 지난 20일 렌에서 경질된 브루노 제네시오, 9월까지 브라질 플라멩구를 이끌었던 호르헤 삼파올리, 지난 시즌 마르세유 사령탑이던 이고르 투도르 감독이 거론됐다.
그로소 감독은 최근 마르세유 원정을 가던 중 마르세유 팬들이 던진 돌에 맞아 피까지 흘린 적이 있다.
지난달 30일 리옹은 마르세유와 리그 10라운드 맞대결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일부 마르세유 팬들이 리옹 팀 버스에 돌을 던지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마르세유 팬들이 던진 돌로 인해 버스 유리창이 깨졌고, 그로소 감독도 머리에 돌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이 심각해지자 리그1은 '리옹-마르세유' 경기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레퀴프'에 따르면, 이날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지른 마르세유 팬 9명이 체포됐다. 또 CCTV를 통해 리옹 팀 버스에 돌을 던진 게 확인된 한 한 남성이 최근 재판에서 징역 4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레퀴프, 로마노 SNS,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