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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 공약, 잊지 않았다…'팬 결혼식 사회' 감동의 오지환 "약속 지켜 기쁘다"

기사입력 2023.11.26 19:50 / 기사수정 2023.11.26 21:20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8개월 전 약속을 잊지 않았다. LG 트윈스 오지환이 팬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했다.

오지환은 26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김남현 씨의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아내 김영은 씨와 함께 결혼식 공동 사회를 맡았다.

이야기는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30일 열린 2023 KBO 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김남현 씨는 오지환에게 "오는 12월에 결혼한다. 올해 우승 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면 결혼식 사회를 봐주실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당시 오지환은 "우승과 관계없이 무조건 결혼식 사회를 보겠다"고 답했다.

오지환은 거짓말처럼 모든 것을 이뤄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동시에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김남현 씨와의 약속도 이행했다.

결혼식 후 오지환은 "미디어데이 때 공약한 통합우승을 이루고 MVP까지 받고서 결혼식 사회를 볼 수 있게 됐다. 기분 좋게 한 해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며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정말 기쁘다. 팬분의 결혼을 더욱 행복한 마음으로 축하해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LG는 올해 정규시즌을 1위로 끝마쳤다. 86승2무56패로 승률 0.606를 자랑했다. 2위 KT 위즈를 6.5게임 차로 따돌렸다.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직행했다.

한국시리즈서는 KT와 맞대결을 펼쳤다. KT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서 2패 후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기록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 KT가 3-2 승리로 먼저 웃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 74.4%(39회 중 29회·1982년 1차전 무승부 제외)를 거머쥐었다.

LG는 2차전 5-4 신승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후 3차전서 8-7로 미소 지으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이뤘다. 4차전서는 15-4로 대승을 거뒀다. 5차전서 마침표를 찍었다. 6-2 승리와 함께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오지환의 공이 컸다. 1~5차전서 모두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서 타율 0.316(19타수 6안타) 3홈런 8타점을 뽐냈다. 2~4차전서 빠짐없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역대 단일 한국시리즈 최초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2차전서 1-4로 끌려가던 6회말 상대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빚었다.

3차전서는 승리의 주역으로 포효했다. 5-7로 뒤처진 9회초 2사 1, 2루. 패배가 눈앞인 상황서 상대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냈다. 결승타를 장식하며 3차전 데일리 MVP를 손에 넣었다. 이날 성적은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이었다.

4차전서는 6-1로 앞선 7회초 상대 주권과 맞붙어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생산했다. 9-1을 만들며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기세를 높였다.



한국시리즈 MVP는 자연스레 오지환에게 돌아갔다.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 93표 중 무려 80표를 획득하며 86%의 득표율을 선보였다. 팀 동료인 포수 박동원(7표), 외야수 박해민(4표), 내야수 문보경, 투수 유영찬(이상 각 1표) 등을 제치고 MVP를 품었다.

오지환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 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서 열린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기념행사서 '롤렉스' 시계를 직접 착용하는 시간을 가졌다. 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다음 우승 시 한국시리즈 MVP에게 지급하라며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함께 준비한 선물이었다.

다만 오지환은 우승 후 인터뷰를 통해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은 부담스럽다. 故 구본무 회장님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님께 시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 롤렉스 시계는 LG그룹 홍보실 등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시대에 걸맞은 좋은 시계를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이며 미소 지었다.

오지환은 단순히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팬들을 떠올렸고, 오래된 약속을 지키며 받은 사랑을 베풀었다. 진정 MVP다운 행보다.

사진=LG 트윈스,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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