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한국이 접전 끝에 준우승으로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없을 순 없지만 정말 잘 싸웠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결승 한일전에서 10회 연장 승부치기 끝에 3-4로 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회 대회가 열렸던 2017년 APBC에서 예선 7-8, 결승 0-7 패배로 일본에 두 차례 무릎을 꿇었다. 박세웅, 김하성, 구자욱 등 리그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으나 일본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러 국제대회를 거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체감한 한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젊은 선수들을 대거 대표팀에 호출했고, 이번 대회 역시 그 기조를 유지하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의 벽을 두 번 모두 넘지 못했지만 예선에서 1-2, 결승에서 3-4로 아깝게 패하며 최근 일본전에서 드러냈던 큰 열세를 만회하고 향후 2027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28년 LA 올림픽 등에서 입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예선 승-패-승, 우승의 주인공은 한일전에서
예선을 치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한국은 호주와 예선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호주에 3-2 진땀승을 거뒀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5⅔이닝 동안 2점만 내주면서 실점을 최소화했으나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1-2로 끌려가던 8회말 김주원이 1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승부에서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노시환이 1타점 적시타로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결승 직행 여부가 걸린 17일 한일전에서는 한국이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선발투수 이의리가 6회까지 2점만 내줬고, 오원석과 최준용도 무실점 투구로 일본 타선을 봉쇄했다. 다만 이번에도 타선이 문제였다. 9회초 대타 김휘집의 솔로포가 터지기 전까지 0의 행진을 멈추지 못했다. 포크볼을 포함해 5~6개 구종을 선보인 일본 선말 스미다 지히로 공략법을 찾는 데 실패했고, 불펜투수들을 상대로도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없었다.
1승1패로 맞이한 18일 대만전은 비교적 무난하게 흘러갔다. 타선이 1회말 1점, 2회말 4점으로 초반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선발투수 원태인은 5이닝 1실점 호투로 대만 타선을 꽁꽁 묶었다. 결국 한국은 6-1 5점 차의 리드를 지키며 승리했고, 2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예선 1위' 일본과의 맞대결이 다시 성사됐다. 한국으로선 예선에서 패배했던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은 18일 호주전 10-0 콜드게임 승리로 타격감을 조율한 타자들의 활약을 믿었다.
▲양 팀 라인업 및 선발투수
-한국: 김혜성(2루수)-김도영(3루수)-윤동희(우익수)-노시환(1루수)-김휘집(지명타자)-김주원(유격수)-김형준(포수)-문현빈(좌익수)-최지훈(중견수)
-일본: 후지와라 교타(지명타자)-고즈노 카이토(유격수)-모리시타 쇼타(좌익수)-마키 슈고(1루수)-사카쿠라 쇼고(포수)-만나미 츄세이(우익수)-가도와키 마코토(2루수)-사토 테루아키(3루수)-오카바야시 유키(중견수), 선발투수 이마이 다쓰야
한국의 경우 큰 틀은 바뀌지 않았으나 김주원의 타순이 9번에서 6번으로 조정된 게 눈길을 끈다. 김주원은 전날 대만과 예선 3차전에서 4타수 3안타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냈다. 특히 2루타와 3루타를 각각 1개씩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김주원의 타순 조정과 더불어 박승규 대신 문현빈이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의 선발투수는 곽빈이다. 곽빈은 올 시즌 23경기에 등판, 127⅓이닝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면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이후 안정감을 찾은 곽빈은 시즌 내내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한 축을 지키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했다.
다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어깨 부상으로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했다. 예선 이후 상태가 호전되면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마치긴 했으나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구원 등판할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18일 대만전이 끝나고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곽빈은 "지금 팀 분위기도 좋기 때문에 많이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해 던질 생각이다. 일본으로 넘어온 뒤 투구했을 땐 정말 느낌이 좋았는데, (실전은) 그것과 별개니까 한번 해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일본의 선발투수는 이마이 다쓰야다. 세이부 라이온스 소속의 이마이는 2018년부터 일본프로야구(NPB) 1군에서 활약했고, 올해 19경기 133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예선 2차전에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은 스미다 못지않은 구위를 자랑한다. 경기 초반 타자들의 적응 여부가 관건이었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 코멘트
41,883명. 이날 대회 조직위가 발표한 결승전 관중 수다. KBO리그에서 4마녕 이상의 관중 앞에서 선수들이 뛸 기회가 없기도 하고, 한일전이라는 부담감이 선수들을 압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결과를 떠나서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마음을 전했다.
경거 전 류중일 감독은 "이 대회가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목적이었는데, 성적에 대한 욕심을 좀 덜었으면 좋겠다. 늘 성적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APBC는 우승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대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력 차가 나면 지는 것이지 않나. 아무래도 한일전이기 때문에 국내 팬들은 이기는 걸 보고 싶은데, 경기라는 게 꼭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 이번 대회에만 일본과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데,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어떤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삼진을 유도하는지를 봤으면 좋겠다. 직접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런 대회에 많이 참가함으로써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한국 야구의 수준이 올라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류중일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연달아 두 차례나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류 감독은 "다들 어리기도 하고 선수 구성이 바뀌었다. 처음엔 어색함이 있었는데, 대회를 치르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주장 (김)혜성이가 잘 이끌어주면서 먼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다가가더라.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다면 대회가 아니더라도 자주 모여서 훈련이나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기에서 이기면 귀국길에 오르는 마음이 더 가벼워질 수 있었다. 이미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위기를 극복한 기억이 있는 선수들은 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육성을 강조한 류중일 감독도 곽빈이 최대한 잘 던져주길 바랐다. 곽빈의 투구 이닝을 보고 불펜의 운영 방향을 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스미다와 김주원이 다시 만난 이유는
한편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훈련이 한창이었던 오후 4시께 일본 좌완 영건 스미다와 한국 내야수 김주원이 짧게나마 만남을 가졌다. 이틀 전 맞대결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스미다는 17일 APBC 2023 예선 2차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2-1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대회 전부터 스미다의 등판 여부에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거웠고, 타자들은 여러 번 영상을 돌려보며 분석에 나섰다. 대표팀의 철저한 분석에도 스미다는 예상대로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를 선보이며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를 선보였고, 7회까지 77구만 던지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특히 스미다는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해 무려 5~6가지 구종을 선보이며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고, 교체 전까지 선발투수로서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직접 스미다의 공을 본 류중일 감독과 한국 타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상대 투수(스미다 지히로)가 너무 쉽게 공을 던지더라. 스트라이크, 볼을 던진 뒤 결정구로 포크를 던지러더라. 훌륭했다"며 "구종이 5~6개로 많았는데, 그 모든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을 갖춘 투수다. 공략이 쉽지 않은 투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상보다 더 좋았다. 제구가 잘 이뤄졌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스미다는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됐음에도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일본이 2-0으로 앞서가던 5회초 1사에서 김주원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는데, 허리 쪽에 공을 맞은 김주원이 고통을 호소하자 스미다의 얼굴도 굳어졌다. 한동안 김주원의 상태를 지켜보던 스미다는 모자까지 직접 벗어 미안함을 전했다.
스미다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힘이 들어간 것 같고, (김주원이) 고통을 호소해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를 통해 한번 더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KBO 관계자는 "19일 결승에서 다시 한번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본인이 직접 김주원을 찾아 사과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주원은 큰 부상을 피했지만, 스미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스미다의 바람대로 한국이 2위로 예선을 마치면서 두 팀의 결승전이 성사됐고, 19일 경기에 앞서 두 사람이 짧게나마 만남을 가졌다. 홈팀 일본의 타격 훈련과 원정팀 한국의 워밍업이 한창이던 오후 4시께 김주원과 스미다가 얘기를 나눴다.
긴 이야기가 오간 것도 아니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스미다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었다.
타격 훈련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김주원은 "몸에 맞는 공은 경기 중에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닌가. 언어가 통하진 않았지만, 스미다가 직접 미안하다고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미소를 지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스미다는 승패보다 더 중요한 걸 보여줬다.
▲1회부터 156km/h, 강력한 직구 꽂아넣은 이마이
이마이의 공은 역시나 강력했다. 1회초부터 150km/h 이상의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위력을 발휘했다. 구속은 점점 올라갔고, 전광판에는 156km/h가 찍히기도 했다.
첫 타자 김혜성이 친 땅볼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2번타자 김도영은 삼진. 3번타자 윤동희가 우익수 앞에 타구를 떨구며 첫 안타를 생산하긴 했지만, 노시환이 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장타 막은 최지훈의 수비, 1회 무실점으로 넘긴 곽빈
이마이가 삼자범퇴로 1회초를 끝냈지만, 곽빈도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1회말 후지와라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2번타자 고즈노의 2루수 뜬공으로 빠르게 2사를 만들었다.
곽빈은 2사에서 모리시타에게 첫 안타를 맞긴 했지만, 재빠르게 뛰어간 중견수 최지훈이 추가 진루를 저지했다. 곽빈은 마키와의 승부에서는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날 경기 곽빈의 첫 번째 탈삼진이었다.
▲2회 대형 위기 넘긴 곽빈, 여전히 깨지지 않은 0의 균형
타선이 2회초 2사에서 김형준의 볼넷과 문현빈의 좌전 안타로 첫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으나 최지훈의 좌익수 뜬공으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곽빈의 2회말은 다소 험난했다. 곽빈은 선두타자 사카쿠라의 삼진 이후 후속타자 만나미에게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첫 장타 허용으로 흔들린 곽빈은 가도와키의 1루수 뜬공 이후 사토와 오카바야시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실점은 없었다. 곽빈은 후지와라에게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이닝이었지만, 1점도 주지 않은 곽빈은 2회말 종료와 함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노시환이 해냈다! 먼저 기선제압 성공한 대한민국!
곽빈의 호투에 타선도 응답했다. 3회초 선두타자 김혜성의 볼넷 이후 김도영의 희생번트 시도 때 1루수 마키의 포구 실책으로 대표팀에게 득점권 기회가 찾아왔다. 윤동희의 삼진 이후 1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노시환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곽빈에게 힘을 실어줬다.
곽빈은 3회말 선두타자 고즈노의 안타 이후 모리시타의 3루수 땅볼과 마키의 유격수 뜬공으로 2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사카쿠라에게 볼넷을 내준 뒤에는 만나미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최지훈의 안타와 공격적인 주루플레이, 득점은 실패
4회초 김형준의 유격수 땅볼과 문현빈의 삼진으로 2사가 됐지만, 한국의 공격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최지훈이 안타로 출루한 뒤 김혜성이 우전 안타를 때렸다. 그 사이 1루주자 최지훈은 3루까지 내달렸다. 우익수 만나미의 정확한 송구를 지켜본 일본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2사 1·3루에서 김도영이 친 타구도 외야로 뻗어나갔으나 우익수 만나미가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은 추가점을 획득하지 못한 채 4회말로 넘어가야 했다.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곽빈은 4회말에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선두타자 가도와키와 사토의 연속 삼진 이후 오카바야시를 안타로 내보냈지만, 후지와라의 삼진으로 순항했다. 여전히 2-0 한국의 리드.
▲빠르게 교체 타이밍 가져간 일본, 그리고 곽빈의 첫 실점
일본은 5회초에 앞서 좌완 네모토 하루카를 호출했다. 선발 이마이에게 4이닝만 맡기기로 한 것이다. 투구수가 77개로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일본 벤치는 좀 더 기다리기보다 불펜 투입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일본의 계획은 성공했다. 윤동희와 노시환이 나란히 유격수 땅볼을 쳤고, 5번타자 김휘집이 삼진을 당했다. 타격감이 나쁘지 않은 중심타선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선발투수 곽빈은 5회말 선두타자 고조노의 유격수 직선타와 모리시타의 삼진 이후 마키에게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사카쿠라의 2루수 뜬공으로 추가 실점은 없었다.
▲6회부터 필승조 가동한 대표팀, 동점 허용으로 점수 차는 '제로'
한국 타선은 5회초에 이어 6회초에도 네모토 공략에 실패했다. 선두타자 김주원과 김형준이 차례로 삼진으로 물러났고, 문현빈 대신 타석에 들어선 박승규도 유격수 땅볼을 치면서 6회초가 마무리됐다.
한국은 6회말을 앞두고 투수를 교체했다. 5이닝을 던진 곽빈이 마운드를 떠났다. 곽빈의 최종 성적은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 곽빈의 팀 동료이자 이번 대회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좌완 최승용이 구원 등판했다.
최승용은 선두타자 만나미의 2루타와 가도와키의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사토의 중견수 뜬공 때 3루주자 만나미가 태그업을 시도, 최지훈의 송구보다 먼저 홈에 도착했다. 두 팀의 격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오카바야시의 2루수 땅볼로 6회말이 끝났다.
▲팽팽했던 7회와 8회, 최준용과 최지민의 호투
한국은 7회초 선두타자 최지훈의 기습번트 성공과 김혜성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이어갔으나 김도영과 윤동희가 각각 삼진, 유격수 땅볼로 밥상을 걷어차고 말았다.
7회말 모습을 드러낸 투수는 최준용이었다. 최준용은 선두타자 후지와라의 좌익수 뜬공 이후 고즈노, 모리시타 두 타자를 모두 땅볼 처리해 깔끔하게 이닝을 삭제했다.
키리시키 타쿠마가 등판한 8회초, 한국은 이번에도 점수를 올리지 못했다. 선두타자 노시환이 때린 타구는 3루수 땅볼이 됐고, 김휘집의 결과 역시 3루수 땅볼이었다. 김주원은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지만, 김형준이 삼진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에게 남아있는 정규이닝 공격 기회는 이제 단 한 번뿐이었다.
한국은 투수교체 없이 8회말을 시작했다. 최준용의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선두타자 마키의 2루수 땅볼로 상승세를 유지한 최준용은 사카쿠라의 볼넷과 만나미의 안타로 득점권 위기에 몰리자 한국은 곧바로 최지민을 투입했다. 최지민은 가도와키의 삼진과 사토의 2루수 땅볼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일본은 9회초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9회말 기회를 살려야 했다.
▲9회초도 무득점, 최지민도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일본은 9회초 다구치 카즈토가 등판했다. 선두타자 박승규가 친 타구도, 후속타자 최지훈이 친 타구도 우익수 만나미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최지훈의 타구는 담장 근처까지 비행하며 장타로 이어지는 듯했는데, 집중력을 잃지 않은 만나미가 공을 잡았다. 김혜성은 2루수 뜬공. 그렇게 한국의 정규이닝 공격이 모두 끝났다.
한국은 9회말에도 최지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타자 오카바야시와의 승부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자신있게 공을 뿌린 최지민은 후지와라와 고조노의 유격수 땅볼로 9회말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규이닝으로 승패를 가릴 수 없었던 두 팀은 연장에 돌입했다. 예선과 마찬가지로 방식은 무사 1·2루에서 시작되는 승부치기였다.
▲승부치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엇갈렸다
10회초 시작을 앞둔 일본은 다구치 대신 요시무라 코지로가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김도영은 두 차례의 번트 실패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3구째를 건드린 김도영의 타구는 유격수 쪽으로 굴러갔고, 공은 2루수를 거쳐 1루수에게 전달됐다. 병살타였다. 비디오 판독 요청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2사 3루에서 요시무라를 상대한 윤동희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한가운데로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중전 안타를 쳐 3루주자의 득점을 도왔다. 스코어는 3-2. 노시환까지 안타를 생산하며 2사 1·3루가 됐으나 김휘집이 볼카운트 0-2에서 삼진으로 주자들을 불러들이지 못했다.
한국의 10회말, 마운드 위로 힘차게 뛰어간 투수는 마무리투수 정해영이었다. 일본은 대타 코가 유토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고, 코가가 이를 수행했다. 정해영은 1사 2·3루에서 마키를 자동고의4구로 거른 뒤 사카쿠라와의 승부를 택했다. 결과는 사카쿠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스코어는 3-3이 됐다.
자동고의4구로 만나미를 피한 정해영은 가도와키와 마주했고, 3유간을 가르는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준우승으로 끝난 한국의 여정, 성과와 과제 동시에 발견한 2023년
WBC와 아시안게임, APBC까지 올해 예정돼 있던 굵직한 국제대회가 모두 막을 내렸다. 한국은 WBC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쓴맛을 맛본 뒤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이번 대회 역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고, 여러 국가들과의 맞대결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성적을 떠나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이제 대표팀의 시선은 2024년 11월에 열릴 프리미어12로 향한다. 2015년 초대 우승 팀이었던 한국은 2019년 일본에 져 준우승에 만족했다. 3회 대회에선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예선 날짜별 일정 및 결과
▲대회 1일 차(16일)
-오후 12시, 호주-한국(한국 3-2 승리)
-오후 7시, 일본-대만(일본 4-0 승리)
▲대회 2일 차(17일)
-오후 12시, 대만-호주(대만 6-0 승리)
-오후 7시, 한국-일본(일본 2-1 승리)
▲대회 3일 차(18일)
-오후 12시, 일본-호주(일본 10-0 승리 *8회 콜드게임)
-오후 7시, 대만-한국(한국 6-1 승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회 마지막날 일정
▲대회 4일 차(19일)
-오전 11시, 3위 결정전 예선 4위 호주 vs 예선 3위 대만(대만 4-3 승리)
-오후 6시, 결승전 예선 2위 한국 vs 예선 1위 일본(일본 4-3 승리)
사진=연합뉴스/도쿄, 유준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