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유준상 기자) 흠 잡을 데 없는 투구를 선보인 일본의 좌완 영건 스미다 지히로가 팀에 승리를 안겼다.
스미다는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한국과의 예선 2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3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2-1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1999년생' 스미다는 대회 개막 전부터 한국전에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해 보였다. 일본 현지 매체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훈련을 진행한 한국 대표팀 역시 스미다의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분석에 나섰다.
하지만 스미다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스미다는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과 직구 등을 앞세워 1회초부터 3이닝 연속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갔다. 분석을 마치고 나온 한국 타자들은 좀처럼 공략법을 찾지 못한 채 스미다에 끌려다녔고, 그러면서 일본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스미다는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4회초 선두타자 김혜성의 안타 이후 2사 1루에서 노시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문현빈에게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초에 이어 6회초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스미다는 7회초 1사에서 김형준을 2루수 포구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김주원의 직선타를 잡은 3루 사토 데루아키가 점프 캐치 이후 1루로 공을 던져 더블 아웃을 완성했다. 수비의 도움까지 확실하게 받은 스미다는 7회초를 끝으로 자신의 임무를 모두 마무리했다. 투구수는 77개에 불과했다.
3루 더그아웃에서 스미다의 투구를 지켜본 류중일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스미다가 너무 쉽게 공을 던지더라. 스트라이크, 볼을 던진 뒤 결정구로 포크를 던지는데, 훌륭했다"며 "구종이 5~6개로 많았는데, 그 모든 구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을 갖춘 투수다. 공략이 쉽지 않은 투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상보다 더 좋았다. 제구가 잘 이뤄졌다"고 치켜세웠다.
경기 후 스미다는 "첫 국제대회 등판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갔고, 긴장되진 않았다"며 "만난 적이 없는 타자와 맞대결을 벌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는 것이었다. 리듬감 있게 투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자가 출루하면 상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 투구 템포를 의식해 투구하려고 했다. 경기 초반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노력했고, 또 분위기를 내주면 어렵다고 생각해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했다"며 "(포크볼이 많았던 것에 대해) 그게 내 장점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잘 들어가기도 했고 떨어지는 각도 좋았다. 자신감을 갖고 변화구를 던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데뷔해 2년간 프로에서 활약한 스미다이지만, 선수 본인도 만족감을 느낄 정도로 투구 내용이 완벽했다. 자신의 투구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을 받은 스미다는 "큰 무대에서 던진 만큼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미다는 한국 대표팀에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5회초 1사에서 김주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상황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스미다는 "힘이 들어간 것 같고, (김주원이) 고통을 호소해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