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유튜브 상황극 콘텐츠에 환장하는 사람들이 미칠 영화가 탄생했다.
최근 젊은 세대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강타했던 유행이 있다. 바로 현실 공감을 자아내면서도 조금은 과장 되고 익살스럽게 풀어내는 상황극 콘텐츠다.
'숏박스', '너덜트', '싱글벙글', '킥서비스', '피식대학' 등 다양한 채널들이 누구나 겪은 상황과 주변 일상을 끌어와 웃음을 안겼다.
이들의 특징은 바로 '빠른 호흡', '급속 전개'다. 구독자들은 이들의 숨 막히는 티키타카와 익살스러운 표정 변화, 고구마를 머금은 듯한 답답함은 찾아볼 수 없는 사이다 흐름에 열광한다.
대체로 이 영상들은 10분을 넘지 않는다. 평균 길이 3분, 길어야 5분이다. 가볍게 휙휙 볼 수 있는 해당 콘텐츠는 1분 이하의 길이로 모아볼 수 있는 '쇼츠(짧은 동영상)'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은 이런 영상들의 느낌을 119분의 길이로 담아냈다.
'30일'은 드디어 D-30,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하게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 분)과 나라(정소민)의 이야기를 담는다.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 정소민은 일찌감치 '30일'을 '로코'(로맨스 코미디)가 아닌 '코맨스'(코미디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30일'은 기존 미디어가 비추던 클리셰를 완전히 깨고 비틀며 예측할 수 없는 웃음을 안긴다. 화를 낼 것 같은 사람이 말랑말랑 따스한 인물이거나 영화인 듯 현실인 듯 모호한 선의 배우들이 날리는 대사가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젊고 유쾌한 웃음'을 내내 담는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빠르고 가벼운 웃음은 휴대폰으로도 접근이 쉬운 유튜브의 전유물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남대중 감독은 각 인물의 뚜렷한 캐릭터성을 119분 동안 꾸준히 쌓아 이를 통해 짧고 강한 웃음을 모은다. 이는 결국 긴 재미로 남는다.
극 초반부터 엔딩까지 서사의 기승전결이 중요한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는 짧고 빠른 전개를 기대하기 어렵다. 서사가 끊기면 기껏 쌓은 몰입이 깨지기 때문. 그러나 '30일'은 짧은 호흡으로 남기는 힘이 있다. 킥킥거리고 웃다보면 어느새 일반적인 영화에게 기대하는 이야기 진전보다는 자신에게 다가 올 웃음만을 고대하게 된다.
강하늘, 정소민 뿐 아니라 조민수, 김선영, 윤경호, 엄지윤, 황세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모두 통통 튀는 대사들을 스피디하게 주고 받는다.
확확 바뀌는 상황과 등장인물도 지루할 수 없는 웃음을 안긴다. 다양한 상황 설명 신, 회상 신 등의 친절한 장면 전환은 유튜브 쇼츠를 두 시간 동안 이어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담긴 장면이 담긴 쇼츠는 '영화 '스물'이 생각나는 이 느낌, 유튜브 같다', ''청년경찰'부터 알아봤다. 강하늘 코믹연기는 믿고 봐야지', '이거 영화 맞아?', '이거 한 번 도전?'이라며 친구를 태그하는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예비 관객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첫 회부터 최종회까지 한 번에 공개되며 정주행이 일반적인 시청형태가 된 요즘이다. 그 점에서 긴 시간, 하루종일 콘텐츠에 빠져드는 게 익숙한 이들에게, 서사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30일'의 빠른 전개는 다소 장난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이런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있다.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영화 '30일'은 쏟아지는 OTT 콘텐츠와 다양한 장르의 영화의 홍수 속 가벼운 잇몸 웃음을 유발한다. 매일 들려오는 무거운 뉴스, 하루 한 번 소리내 웃을 일을 만들기도 힘든 지친 현대인들에게 영화적 몰입에 대한 부담은 뒷전으로 만든다는 점이 영화가 주는 특별함이자 이런 장르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상황극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폭소하며 재미를 공유하는 특별한 경험을 '30일'이 남기길 기대해 본다.
한편 '30일'은 10월 3일에 개봉, 전국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 = ㈜마인드마크, 엑스포츠뉴스 DB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