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꼬박 2년이 걸렸다. 군 전역 이후 선발승은 물론이고 구원승조차 거두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투수 최채흥이 시즌 첫 승을 맛봤다.
삼성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11-1로 승리하면서 55승1무75패(0.423)를 마크했다.
선발 중책을 맡은 최채흥은 6이닝 6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비자책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들어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지난달 19일 대구 KIA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최채흥은 늦게나마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군입대 전이었던 2021년 10월 30일 창원 NC전(4⅓이닝 무실점) 이후 698일 만의 승리로, 선발승으로 범위를 좁혔을 땐 그해 9월 21일 부산 롯데전 737일 만이다. 군입대로 자리를 비운 것을 감안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초반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매듭지은 최채흥은 4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타선이 1회 2점, 4회 7점으로 확실하게 부담을 덜어주면서 시즌 첫 승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채흥은 5회말 안익훈의 1타점 적시타로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뒤 6회말 1사 1·3루에서 김기연과 이재원을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워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그동안 최채흥의 거듭되는 부진에 아쉬움을 나타냈던 박진만 삼성 감독도 "드디어 전역 이후 첫 승을 올렸는데 일단 축하한다. 시즌 끝날 때까지 오늘과 같은 솔리드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최채흥은 "진짜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 싶었는데, 몇 번 만에 첫 승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라며 "사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도 동생도 전화를 못하더라. 그렇게 하지 말고 더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좀 많이 힘든 시기이긴 했다"고 밝혔다.
첫 승이 좀처럼 나오지 않자 누구보다 초조했던 건 선수 본인이었다. 최채흥은 "한 3~4번 나올 때도 '다음 경기에선 이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10번이 넘어가니까 미치겠더라. 원하는 만큼 안 되고 했는데, (이제야) 하나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직구의 위력이 떨어졌다는 걸 최채흥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공 자체가 좀 안 좋았다. 직구가 구속이 떨어지더라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고, 볼의 각도도 안 좋고 하다 보니까 중심에 맞아나가는 타구가 많았다"라며 "그러면서 자신감이 좀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고, 이제 좀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역을 앞두고 나름 고민도 많이 하고 연구도 했던 최채흥은 "상무에 있을 때부터 구속을 올리고 싶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 상무에서는 내가 던지는 영상을 볼 수 없어서 느낌만 갖고 하다 보니까 힘을 잘 쓸 수 없었다. '이게 맞는구나'라고 했는데, 그게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최채흥이 해결책을 찾은 건 '중심 이동'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 경기부터 중심 이동을 바꾸려고 하니까 힘도 잘 쓸 수 있었고, 공에 힘이 붙는 느낌이 나더라. 그래서 이게 원인이었구나 해서 지난 경기 던진 이후 준비를 좀 잘했다"라며 "방향이 좀 잡힌 것 같다. 답답해서 원인이 뭔지 모르다 보니까 안 좋은 걸 계속 연구하긴 했는데, 원인이 중심 이동이었던 것 같아서 그래도 잘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감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6회말 1사 1·3루에서 1점도 주지 않고 탈삼진 2개로 위기에서 벗어난 장면은 달라진 최채흥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최채흥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상대 타자들이) 중간에 교체된 선수들이고, 전력분석할 때 전혀 얘길 듣지 못했기 때문에 초구를 잘 치는지, 또 변화구 혹은 직구를 잘 치는지 몰라서 더 어려웠는데, 던지다 보니까 강한 공을 던지는 게 좋은 것 같아서 강하게 공을 던졌다"고 얘기했다.
최채흥은 시즌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 첫 승을 거뒀지만,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남은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는 "좀 많이 힘든 시즌이기도 했고 자신한테도 많이 실망했다. 올겨울부터 잘 준비해서 내년에는 훨씬 더 잘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진 뒤 "이렇게 못하고 있는데 기회를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쓴소리도 많이 해주시는데, 맞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니까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박진만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다.
사진=잠실, 유준상 기자, 삼성 라이온즈,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