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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이닝 출루 허용+3피홈런…류현진 특유의 '정교한 제구'가 실종됐다

기사입력 2023.09.24 11:46 / 기사수정 2023.09.24 11:46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5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결과보다도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4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으로 패전을 면했지만,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면서 난타를 당한 만큼 만족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62에서 3.31로 상승했다. 한 경기에 홈런을 3개 이상 허용한 건 2021년 8월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758일 만이다.

류현진은 부상 복귀 이후 빠른 공보다는 체인지업, 커브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면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기에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컷 패스트볼, 싱커까지 구사하는 등 구종의 다양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류현진이 자랑하던 정교한 제구가 전혀 돋보이지 않았다. 출발부터 흐름이 꼬였다. 1회말 리드오프 얀디 디아즈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지만, 1-2에서 던진 6구째 직구가 홈런으로 이어졌다. 몸쪽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긴 디아즈가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로 류현진에게 피홈런을 안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후속타자 해롤드 라미레즈와의 승부에서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 정도로 연속으로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한 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무사 1루에서 커티스 미드의 좌익수 뜬공과 아이작 파레데스의 삼진으로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주니어 카미네로의 볼넷에 이어 조시 로우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헌납했다. 로우는 직구가 가운데로 형성된 것을 놓치지 않았고, 류현진은 탬파베이의 빅이닝 완성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2회말에도 득점권 위기를 자초하는가 하면, 3회말에도 안타를 맞는 등 깔끔하게 넘어간 이닝이 없었다. 결국 4회말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에게 좌월 솔로포를 헌납했다. 로우와 마찬가지로 베탄코트도 류현진의 직구를 공략해 홈런을 쏘아 올렸다.



류현진은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토론토 입장에서는 시리즈 마지막 경기까지 어느 정도 생각하면서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고 했다. 불펜에 있던 투수들도 4회말이 돼서야 뒤늦게 워밍업을 시작했다.

팀의 신뢰 속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얻은 류현진은 선두타자 파레데스의 볼넷과 카미네로의 뜬공, 로우의 안타로 1사 1·2루의 위기에 몰리자 결국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이 움직였다. 류현진은 트레버 리차드에게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는 89개로, 구종별로 보면 체인지업(24개)이 가장 많았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이상 16개)·커브(14개)·싱커(9개)가 그 뒤를 이었다. 부상 이후 매 경기 안정적인 제구를 앞세워 제 기량을 뽐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위도 떨어졌고, 제구도 불안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89.4마일(약 144km)까지 찍혔지만, 평균 구속은 88마일(약 142km)에 불과했다. 냉정하게 빅리그 수준의 타자들이라면 쉽게 공략이 가능하다.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면 맞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교한 제구로 살아남는 류현진이 실투를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은 경기뿐만 아니라 팀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될 경우 류현진에 대한 파악이 끝난 다른 팀들도 집중적으로 그의 약점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예정대로라면 류현진은 오는 3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진행되는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 나선다. 이날 경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탬파베이를 상대로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토론토 타선은 좀처럼 경기 초반 다득점을 내지 못하면서 탬파베이 선발 잭 리텔에 끌려다녔다.

토론토는 1회초에 이어 2회초에도 2사 이후 주자가 출루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2사에서 데이비스 슈나이더가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밟았고, 후속타자 케빈 키어마이어가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리면서 2사 2·3루로 연결했다. 하지만 타일러 하이네만이 리텔의 초구를 건드려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토론토는 3회초 조지 스프링어의 뜬공과 비셋의 삼진 이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캐반 비지오가 각각 볼넷과 2루타로 출루하면서 리텔을 압박했다. 맷 채프먼은 몸에 맞는 볼로 1루로 향하면서 2사 만루를 만들었지만, 돌튼 바쇼가 친 땅볼 타구가 1루수에게 향하면서 그대로 땅볼이 됐다. 잔루 만루로 이닝이 끝났다.

토론토는 앞선 이닝과 마찬가지로 4회초에도 2사 이후에 출루가 나왔다. 하이네만이 좌전 안타로 출루하며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2사 1루에서 스프링어가 좌익수 뜬공을 치며 또 침묵했다.



5이닝 동안 1점도 내지 못하고 리텔에 끌려다니던 토론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반격의 계기를 만들었다. 6회초 2사에서 키어마이어의 평범한 땅볼 때 3루수 미드의 송구 실책으로 판정이 아웃에서 세이프로 번복됐고, 하이네만도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로 향했다.

득점권 위기에 몰린 탬파베이는 곧바로 올 시즌 최다 투구수를 소화한 리텔을 마운드에서 내렸고, 숀 암스트롱을 호출했다. 토론토는 리텔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조지 스프링어의 2타점 2루타로 0의 행진을 멈췄고, 보 비셋의 안타 이후 게레로 주니어와 비지오의 연속 적시타가 터져나오면서 두 팀의 거리가 4-5 1점 차까지 좁혀졌다.

2사 2·3루에서 채프먼이 친 타구가 1·2루간으로 굴러가면서 동점 혹은 역전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지만, 다이빙캐치를 시도한 아이작 파레데스가 포구 이후 1루로 공을 뿌리면서 실점을 막았다. 토론토는 턱밑 추격에 만족해야 했다.

탬파베이의 수비는 7회초에도 위태로웠다. 선두타자 위트 메리필드의 유격수 땅볼 때 테일러 월스가 송구 실책을 범했고, 그 사이 타자주자 메리필드는 2루로 갔다. 진루타가 두 차례만 나오면 최소 동점까지는 가능했다.



후속타자 슈나이더의 중견수 뜬공 때 3루로 내달린 메리필드는 1사 3루에서 키어마이어의 좌익수 뜬공 때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했다. 결과는 아웃. 좌익수 라미레즈의 정확한 송구가 먼저 홈에 도착했고, 베탄코트의 태그가 빨랐다. 토론토 벤치는 비디오 판독 요청 없이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

8회초는 달랐다. 선두타자 하이네만 대신 대타로 등장한 산티아고 에스피날이 2루타로 다시 불씨를 살렸다. 스프링어의 유격수 땅볼과 비셋의 헛스윙 삼진 이후 2사 3루에서 피터 페어뱅크스의 폭투로 3루주자 캠 에덴이 홈으로 질주하면서 5-5 균형을 맞췄다. 류현진의 패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동점에 그치지 않은 토론토는 게레로 주니어와 비지오의 연속 볼넷, 채프먼의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의 기회를 마련한 뒤 메리필드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피어뱅크스에 '4아웃 세이브'를 맡긴 탬파베이의 승부수가 '악수'가 돼 버린 셈이다.

리드를 잡은 토론토는 8회말 이미 가르시아의 무실점 투구로 위닝시리즈에 한 걸음 다가섰으나 연투를 소화하러 올라온 마무리투수 조던 로마노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두 타자 연속 안타 허용으로 흔들리더니 미드의 1타점 적시타로 6-6 동점을 허용했고, 2사 1·3루에서 로우의 안타로 무릎을 꿇었다. 그렇게 경기는 탬파베이의 시즌 11번째 끝내기 승리로 막을 내렸다.

중심타선의 한 축을 책임진 게레로 주니어가 안타 2개와 볼넷 2개로 4출루 활약을 펼쳤고, 비지오와 비셋이 나란히 2안타를 기록하면서 분전했다. 하지만 앞선 경기에서 류현진이 선발로 나올 때 활약했던 바쇼와 슈나이더가 무안차로 침묵했고, 채프먼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사진=USA투데이스포츠, 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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