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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 100홈런+역대 최장 3시간24분 우천 중단…KT, 한화 상대 DH 싹쓸이

기사입력 2023.09.18 06:13 / 기사수정 2023.09.18 06:13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팬들도, 선수들도 하염없이 기다렸다. KBO리그 40년 역사상 이렇게 우천 중단이 길어진 적은 없었다. 3시간 이상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경기가 재개됐고, 마지막에 웃은 팀은 KT 위즈였다.

KT는 1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면서 1차전 7-0 완승에 이어 2연승을 달렸다. 69승3무54패가 된 2위 KT는 3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를 1.5경기 차로 벌렸다. 반면 4연패에 빠진 한화의 시즌 성적은 50승6무66패.

앞선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7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앤서니 알포드와 김준태로 홈런포를 가동했고, '3타수 3안타' 박병호와 '5타수 2안타' 강백호가 나란히 멀티히트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1차전 승리로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2차전에 임한 KT는 김민혁(우익수)-황재균(3루수)-강백호(지명타자)-박병호(1루수)-알포드(좌익수)-장성우(포수)-이호연(2루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1차전에서 체력 안배 차원으로 선발 제외됐던 장성우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선발투수는 웨스 벤자민.


연패 탈출이 시급했던 한화는 이진영(좌익수)-닉 윌리엄스(우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김태연(1루수)-오선진(유격수)-이원석(중견수)-박상언(포수)-문현빈(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던 리카르도 산체스가 패전투수가 된 가운데, 한승주가 2차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1차전의 분위기를 이어간 KT가 2차전에서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회초 선두타자 알포드의 안타 이후 후속타자 장성우가 한승주의 초구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시즌 11호 홈런과 함께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105번째 기록.




3회에는 두 팀이 1점씩 주고받았다. KT가 3회초 김민혁과 강백호의 안타로 1사 1·3루를 만든 뒤 박병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 김민혁이 홈을 밟으면서 1점을 추가했다. 그러자 한화도 3회말 안타 없이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윌리엄스의 내야안타 때 3루주자 이원석의 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경기가 중반으로 향하면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5회초를 기점으로 빗줄기가 굵어졌다. 결국 벤자민이 5회말 문현빈을 상대로 7구째를 던진 뒤 심판진이 우천 중단을 선언했고, 그라운드에는 대형 방수포가 급하게 설치됐다.




원정팀 KT가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정식 경기가 성립될 수 없었고, 노게임 선언 이외에는 경기를 멈출 방법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비가 멈추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심판진은 그라운드 정비 이후 경기를 계속 이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천으로 취소된 16일 경기가 18일 재편성되면서 두 팀이 그대로 대전에 머무르기 때문에 조금 늦게 끝나더라도 노게임만은 피하고 싶었던 게 심판진의 생각이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그라운드 정비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방수포를 치웠으나 그 이후에도 보수 작업이 필요했다. 결국 오후 6시 33분 우천 중단 이후 3시간 넘게 팬들과 선수들이 대기했고, 오후 9시 57분 경기가 재개됐다. 중단된 시간만 무려 204분으로, 올 시즌 평균 경기시간(3시간 18분·연장 포함)보다 더 길었다.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출근과 등교 등을 앞둔 팬들은 하나 둘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역대 KBO리그 최장시간 우천 중단 경기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 23일 한화와 KT의 대전 경기로, 116분 동안 중단됐다가 결국 KT가 5-3(8회 강우콜드)으로 승리했다. 1987년 8월 15일 삼성 라이온즈와 빙그레 이글스의 맞대결도 두 차례 1시간 56분 동안 중단됐다가 재개된 바 있다.




규정상 경기 재개 이후 한 타자 이상 승부해야 했던 벤자민은 이미 어깨가 식은 상태였고, 2구 연속으로 느리게 볼을 던져 문현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손동현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KT 소속 투수 한 시즌 최다승 도전에 나선 벤자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화는 후속타자 이진영까지 안타로 출루하면서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윌리엄스와 노시환이 나란히 뜬공으로 물러난 데 이어 채은성이 2사 1·3루에서 3루수 땅볼을 치면서 득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양 팀 선수들의 피로도를 감안할 때 한화로선 극적인 반전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6회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스코어가 끝까지 유지됐다. 한화가 9회말 KT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안타 2개로 득점권 상황을 마련했으나 문현빈과 이진영의 연속 삼진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오후 5시 12분에 개시된 경기는 오후 11시 26분이 다 돼서야 막을 내렸다. 잔여 경기 수를 하나라도 줄이고 싶었던 심판진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정식 경기 성립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두 팀 선수들은 경기 중반 이후 제 기량을 뽐내기 어려웠다.



두 번째 투수 손동현이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고, 경기 후반 리드를 지킨 박영현(2이닝 무실점)과 김재윤(1이닝 무실점)은 각각 홀드와 세이브를 수확했다. 타선에서는 개인 통산 100번째 홈런을 기록한 장성우 이외에도 알포드, 김민혁까지 세 명의 타자가 멀티히트 경기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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