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붉은색 '레드스타' 유니폼을 입은 황인범이 입단과 함께 곧장 맨체스터 시티에 선전포고를 했다.
5일 뒤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 팀에서 역대 최고 이적료로 둥지를 튼 이상 간판 선수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유럽 최강에 항전태세를 알렸다. 황인범이 입단한 팀 역시 유럽 챔피언의 역사를 갖고 있는 만큼 맨시티와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황인범이 A매치 브레이크를 마치고 드디어 세르비아 명문 FK 츠르베나 즈베즈다 입단식을 치렀다. 즈베즈다는 14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 미디어센터에서 우리 구단과 4년 계약을 맺고, 등번호 66번을 받은 황인범을 소개한다"라며 황인범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즈베즈다는 세르비아어로 '붉은 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유럽에선 통상 즈베즈다를 '레드 스타'로 부른다. 황인범은 이미 A매치 브레이크 전 즈베즈다 입단을 확정지은 상태로 클린스만호에 합류했다. 세르비아 이적시장 마감일이 서유럽(9월2일)보다 며칠 늦다보니 이뤄진 이적이었다. 세르비아 최강을 넘어 동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 구단에 황인범이 한국인 최초로 입단한 셈이다.
등번호 66번을 받은 황인범 계약기간은 4년이다. 이적료는 550만 유로(약 78억원)다.
즈베즈다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들의 산실이었다. 장거리 프리킥으로 이름을 날린 시니사 미하일로비치, 동유럽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일본 J리그 구단 감독 생활을 오래 했던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AC밀란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데얀 사비체비치 등이 바로 즈베즈다를 거쳐 대성했다.
황인범은 입단 인터뷰에서 "레드 스타에 와서 환상적인 팬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 신난다. 나를 영입해 이렇게 큰 클럽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즈베즈다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즈베즈다 합류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젯밤에 베오그라드(세르비아 수도)에 도착했는데 정말 기뻤다. 내 아내도 이 도시를 좋아할 거 같다. 이 자리에 있게 돼 정말 기쁘다"라며 기대감을 덧붙였다.
즈베즈다 팀 역사에 대한 질문에 황인범은 "즈베즈다는 세르비아에서 가장 큰 클럽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빅클럽 중 하나로 알고 있다"라며 "1991년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클럽인데, 유럽에서 이를 자랑할 수 있는 클럽을 많지 않다"라며 클럽 역사에 존경심을 보였다.
즈베즈다는 2023/24 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올랐다. 오는 20일에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와 조별리그 1차전을 가질 예정이다. 즈베즈다는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시티(잉글랜드), RB 라이프치히(독일), BSC 영 보이스(스위스)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황인범은 이점에 대해 "챔피언스리그는 내가 여기에 있는 큰 이유이다. 우리 모두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뛰고 싶어 한다"라며 "난 팬들에게 날 소개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즈베즈다에서 뛸 준비가 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챔피언스리그에서 쉬운 그룹은 없다. 우리는 좋은 팀이고, 맨시티 같은 유럽의 빅클럽들과 경기하게 돼 기쁘다"라며 "난 그 경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우리는 G조에서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즈베즈다는 당장 오는 20일 오전 4시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경기장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FA컵 등 3개 대회를 우승한 맨시티와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에서 격돌한다. 황인범 입장에선 모든 축구인들이 한 번씩을 출전하고 싶어하는 무대에서, 맨시티라는 최강팀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다.
황인범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맨시티를 상대하는 것에 앞서 손흥민, 황희찬 등 대표팀에서 뛰는 프리미어리그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황인범은 "맨시티에 대해 물어보니 모두 9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이겨야 하고, 수비를 통해 무승부를 위해 경기를 해야 한다. 난 팀을 도울 준비가 돼 있으며, 개처럼 뛸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있는 게 좋다. 난 빅클럽에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내가 가장 비싼 계약을 맺든 간에 이는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압박감이 있는 건 내가 돈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이 클럽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난 팀을 돕고, 개성을 보여주고, 도움을 통해 많은 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입단 공식 발표 이후 훈련 사진까지 공개되며, 곧바로 즈베즈다 팀 적응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 매체에서도 황인범과 관련된 소식에 주목하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르비아 일간지 다나스는 15일 "즈베즈다의 가장 비싼 영입"이라며 황인범 입단 소식을 전했다.
다나스는 "즈베즈다는 황인범 영입을 위해 역대 최고 비용을 지불했다. 황인범은 자신이 전 유럽 챔피언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과 열정적인 팬들 앞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했다. 그는 10번 역할로서 후방과 공격을 연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황인범은 토트넘 에이스 손흥민과 함께 유럽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수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황인범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황태자'라는 별명도 붙었다"라며 황인범의 대표팀 경력에도 주목했다.
앞서 세르비아 매체 '레푸블리카'는 황인범의 이력을 세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지난 5일 "레드 스타의 새로운 미드필더는 평범한 축구선수가 아니다"라고 전하며 황인범에게 주목했다.
레푸블리카는 "황인범은 매우 흥미로운 전기를 가졌으며,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그는 팀 역사상 가장 비싼 신입생이다. 그는 대전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대전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로 활약했고, MLS에서 밴쿠버 소속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후 루빈 카잔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고, 올림피아코스에서 즈베즈다에 도착했다"라며 황인범의 축구 선수 경력을 전했다.
매체는 황인범에 대한 디테일한 소식들까지 언급했다. 레푸블리카는 "황인범은 건물, 아파트 4층에서도 축구했다. 그의 아버지의 지지를 받아 공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아파트 안에서 축구를 할 수 있었다. 그의 반려견은 그가 캐나다 도시를 너무 좋아했기에 쿠버(coover)로 이름을 지었다"라며 황인범의 어렸을 적과 반려견까지 언급했다.
이어 "황인범은 사랑에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여자친구가 없지만, 아내가 있다. 이미 그는 결혼했다. 그는 오늘날까지도 행복하게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즈베즈다에서도 그의 반쪽에게 가장 큰 지원을 받을 것이다"라며 황인범의 결혼 생활에도 주목했다.
매체는 황인범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한 후 "황인범은 조국과 가족,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이 뛰는 클럽에도 충성을 다한다.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팬들은 그를 사랑하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가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과 팬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황인범의 활약과 충성심에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황인범이 붉은 옷을 입고 이제 '푸른 옷' 맨시티 앞에 설 날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강 팀을 향한 그의 당찬 선전포고가 실전에서 얼마나 플레이로 연결될지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즈베즈다는 맨시티 외에 독일 신흥 강호 라이프치히, 스위스 전통의 강호 영 보이스와 한 조에 묶여 있다. 각 조 1~2위는 16강 토너먼트에 오르고, 3위를 유로파리그로 내려가며, 최하위는 탈락하는데 황인범이 '언더독'으로 분류되는 즈베즈다의 파란 중심에 설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즈베즈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