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아스널과 프리미어리그 전설적인 사령탑 아르센 벵거 감독한테 폭발한 사연을 공개했다.
프랑스 리그1(1부리그) AS모나코는 9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린스만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독일 축구를 이끄는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클린스만은 현역 시절에 1992년부터 2년 동안 모나코에서 뛴 적이 있다.
당시 클린스만은 모나코 데뷔 시즌인 1992/93시즌에 리그 35경기에 나와 19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팀을 리그 3위에 올려놓았다. 2년 차인 1993/94시즌엔 모든 대회에서 43경기 19골을 터트려 모나코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진출시켰다.
모나코와 좋은 기억이 있는 클린스만은 지난 1일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추첨식이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열리자, 추첨식에 참석하기 전 친정팀 모나코를 방문해 인터뷰를 가졌다.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질문을 받은 클린스만은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 레전드 사령탑으로 꼽히는 벵거 감독은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모나코를 지휘하기도 했다.
당시 모나코에서 클린스만 영입을 추진했던 것도 벵거 감독이었다. 이때 전무후무한 아프리카 발롱도르 수상자(1995년)인 조지 웨아가 파리 생제르맹(PSG) 이적을 앞두고 있었기에 벵거 감독은 대체자로 클린스만을 낙점했다.
문제는 벵거 감독이 클린스만을 영입할 때 이적을 앞둔 웨아와 함께 뛸 선수를 찾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모나코행을 앞두고 클린스만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웨아와 함께 뛰는 걸 기대하면서 팀을 옮겼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모나코에 도착한지 하루 만에 웨아는 PSG로 떠났다.
이 때를 회상한 클린스만은 웃으면서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라며 "난 이적하기 전에 벵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는 내가 웨아와 함께 공격수로 뛰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난 벵거 감독에게 알겠다며 이탈리아 인터 밀란을 떠나 이적하겠다고 말했다"라며 "그런데 내가 모나코에 도착한 다음날 조지 웨아가 PSG로 가버려 난 매우 화가 났다"라고 덧붙였다.
화가 난 클린스만은 곧바로 벵거 감독을 찾아갔다. 벵거 감독을 찾아가 "'아르센, 잠깐 이야기 좀 하자'라고 말했다"는 클린스만은 "난 그에게 웨아와 함께 뛰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상기시켰다. 만약 벵거 감독이 내게 웨아가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으면 난 이적하지 않았을 거다라는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웨아와 한 경기도 함께 뛰지 못했지만 이후 클린스만은 웨아와 인연을 나중에 한차례 갖게 된다. 1995년 발롱도르 투표에서 독일을 대표하던 공격수 클린스만은 수상까지 노려봤지만 웨아한테 밀리면서 발롱도르 2위에 그쳤다.
벵거 감독한테 속았지만 클린스만은 모나코에서 보낸 2년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난 처음부터 모나코가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라며 "벵거 감독은 환상적인 코치였고, 에마뉘엘 프티, 릴리앙 튀랑, 유리 조르카에프 등 내 동료들도 매우 특별했다"라고 설명했다. 프티와 튀랑, 조르카예프 모두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멤버들이다.
시간이 흘러 현역에서 은퇴한 클린스만은 지도자로 변신해 많은 클럽과 대표팀을 거쳐 지난 2월부터 파울로 벤투 감독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태극전사들을 이끌게 된 클린스만은 데뷔전이었던 3월 A매치 2연전(콜롬비아-우루과이)에서 1무 1패를 거뒀고, 6월 A매치 페루-엘살바도르 2연전 역시 1무 1패를 기록하면서 부임 후 4경기 동안 첫 승 신고에 실패했다.
지난 8일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친선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클린스만의 첫 승은 또 한 번 뒤로 미뤄졌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에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2차전을 치른다. 부임 후 6번째 경기인 사우디전에서 클린스만이 첫 승을 챙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모나코 홈페이지, EPA,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