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가 주전 외야수가 두 명이나 빠진 가운데서도 대승을 거뒀다.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조수행과 김태근이 완벽하게 공백을 메웠다.
두산은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9차전에서 10-1로 승리하면서 4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상대전적 2승 6패로 '디펜딩챔피언' SSG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던 만큼 더 값진 승리였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 곽빈(8이닝 4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이었지만, 공격에서 '리그 최고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흔든 김태근과 조수행의 활약도 중요했다.
데뷔 첫 리드오프 중책을 맡은 김태근은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왼쪽 종아리 상태가 좋지 않은 정수빈 대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조수행은 9번타자 겸 중견수로 경기를 시작했다. 부진에 시달리는 김재환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정수빈까지 팀의 주축 외야수가 두 명이나 빠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김태근은 1회말이 시작하자마자 김광현의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안타를 쳤고, 빠른 발을 활용해 2루까지 내달렸다. 후속타자 김재호의 안타 때 3루로 진루한 김태근은 호세 로하스의 병살타 때 홈으로 향하면서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조수행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3회말 무사 1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치고 1루를 밟은 그는 김태근의 타석 때 SSG 포수 조형우의 패스트볼(포일)로 2루 진루에 성공한 데 이어 곧바로 도루까지 시도했다. 특히 조수행의 도루 과정에서 3루 베이스가 완전히 뽑히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조수행이 내야를 휘젓고 다니자 김광현이 흔들렸고, 볼카운트 2-2에 몰린 김태근은 김광현의 5구 직구를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렸다. 발로 만든 점수나 다름이 없었다.
두 선수의 활약은 공격과 주루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우익수 김태근은 4회초 2사에서 김강민이 밀어친 타구를 담장 근처까지 따라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매듭지었고, 5회초 2사에서는 중견수 조수행이 전의산의 타구를 쫓아가 포구하면서 선발투수 곽빈에게 힘을 실어줬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7회초에 나왔다. 2사 2루에서 한유섬의 우전 안타 때 2루주자 김강민이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으로 쇄도했고, 우익수 김태근은 주저하지 않고 홈으로 공을 뿌렸다. 송구는 정확하고 빠르게 포수 안승한에게 전달되면서 2루주자 김강민은 태그 아웃으로 물러났다. 무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뻔했던 곽빈도 한숨을 돌렸다.
4회말 5득점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태근과 조수행의 공·수·주 맹활약이 없었다면 김광현을 쉽게 무너트릴 수 없었다. 김태근의 경우 올 시즌 1군에서 100타석도 채 소화하지 못하는 등 많은 기회를 받았던 선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팀의 4연승에 기여했다.
두산으로선 9번 조수행-1번 김태근 타순 배치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면서 공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격 옵션을 발견한 점도 큰 수확이었다. 과거 '육상부'를 구축할 정도로 뛰어난 기동력을 자랑했던 두산이 조수행-김태근의 활약과 함께 남은 시즌, 더 나아가 단기전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두산 베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