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이선균이 '잠'을 통해 그동안 새로운 얼굴들을 꺼내보이며 차츰 더해가는 연기의 내공을 부담 없이 자랑했다.
작품 안에서 늘 편안함을 느껴 왔던 정유미와의 네 번째 만남까지, 신인 감독의 첫 데뷔에 힘을 모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선균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잠'(감독 유재선)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잠'을 연출한 유재선 감독은 2017년 개봉한 '옥자' 연출부로 일하며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봉준호 키드'로 불리며 영화계에 신선한 새 바람을 넣을 인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선균은 '잠' 출연을 결정하기 전 봉준호 감독의 전화를 받았던 일화를 전하기도 하며 "봉준호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 그 믿음을 갖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군더더기가 없었다"고 '잠'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이어 "이런 장르 연기를 많이 해보지 않아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또 (정)유미 씨와도 같이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 동안에도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얘기했고 실제로 그런 기회가 몇 번 왔는데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거듭 얘기했다.
영화의 장르에 대해서는 "호러라고 규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복합적인 장르라고 생각이 들었다. 흔히 공포영화라고 했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어떻게 잔인하게 보여질까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저희 영화는 이상하게 스며드는 공포가 장점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이선균이 연기한 현수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조금씩 단역으로 방송 쪽에도 얼굴을 내밀며 수진의 응원에 힘을 얻어 살아가고 있는 배우 캐릭터로 설정됐다.
어느 날 밤부터 자다 말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현수는 정작 잠에서 깬 뒤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렘수면 행동장애 진단 후 치료에 전념하지만 기행은 점점 심해지고, 급기야 현수는 자신의 가족을 해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영화 공개 후 귀신에 빙의된 채 공포스러운 표정과 발걸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어 생고기와 날계란, 날생선을 먹는 기괴한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해 낸 이선균의 연기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싱크대의 수돗물을 받아먹는 모습까지, 이선균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이선균의 연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던 정유미는 "(이)선균 오빠가 불쌍해보였다"고 애정이 담긴 솔직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는 신이 가장 어렵긴 했다. 스태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테이크도 많이 가지 않고 잘 촬영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날생선을 먹는 것은 솔직히 걱정이 됐었다. 어떤 생선을 먹어야 가장 괜찮을까 많이 얘기를 나눴고, 스태프 분들이 절인 생선을 가져다주셔서 뼈에 찔리지도 않고 잘 먹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은 배우로서는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이긴 했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줄 수 있지 않나"라며 '잠'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보일 수 있던 것에 만족했다.
이선균은 자신이 '잠'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촉매제'라는 말로 설명을 더하며 "(감정이 움직이는) 세심한 연기는 (정)유미 씨가 해야 하는 것이고, 저는 (날생선 먹는 장면 등) 초반의 장면들을 잘 책임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스스로도 그 장면은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상반기 영화 '킬링 로맨스'로 흥행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많은 마니아 팬들을 마주했고, '잠'과 개봉 예정작 '탈출: PROJECT SILENCE'로는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 '잠' 국내 개봉까지 쉴 틈 없는 시간을 이어오고 있는 이선균은 지난 달 '킬링 로맨스'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제22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 참석을 위해 뉴욕을 다녀왔던 일화를 꺼내며 "마무리를 잘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이어 "영화 스코어 적인 부분이 아쉬운 것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을 만나고, 같이 GV(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이원석 감독님도 그렇고 (이)하늬와 (공)명이까지, 정말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변해가는 영화계, 극장가 상황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체감하고 있는 이선균은 "환경이 너무 많이 바뀌었지 않았나. 음원 시장이 CD와 테이프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했던 때처럼, 그런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고 조심스레 얘기했다.
이어 "무조건 극장으로 다시 관객들이 올 것이라는 확신만 갖고 있을 것이 아니라 고민을 하면서 변화에 맞춰 잘 적응해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뭔가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그 느낌은 분명히 아직 남아있지 않나. 그런 것들을 요즘의 젊은 친구들도 더 많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