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이강인의 새 소속팀인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이 골칫거리였던 간판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와의 극한 대립을 극적으로 풀어가면서 팀 전력이 크게 달라졌다. 유럽축구계에선 PSG가 올 여름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한 점을 들어 음바페가 1군으로 돌아오면 유럽 정상권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SG는 14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음바페를 팀 훈련에 복귀시켰다고 발표했다. 구단이 공개한 사진에서 음바페는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또 훈련 전에는 이른바 '인디안 밥'으로 국내에 알려진, 동료들이 등을 두드려주는 복귀 세리머니까지 했다. 2달 넘게 진행됐던 음바페와 구단의 최악의 갈증이 한 순간에 술술 풀린 것이다.
PSG 구단은 "PSG와 로리앙의 개막전 전 음바페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음바페는 오늘 1군 훈련에 복귀했다"고 했다. 음바페 역시 1군 훈련장에 밝게 웃으며 나타나 2023/24시즌엔 PSG에서 뛸 수 있음을 알렸다.
프랑스 RMC 스포츠는 최근 "PSG는 음바페와 함께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지난 몇 주간 PSG의 제재를 받은 음바페는 리그 개막전에도 출전하지 않았지만 두 당사자 간 관계는 최근 몇 시간 동안 화해를 향해 가고 있는 추세다. PSG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현실화됐다.
지난해 여름 PSG와 2+1년 재계약에 합의한 음바페는 계약 완료 1년을 앞둔 올 여름 '+1'에 해당하는 옵션 행사를 거부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2023/24시즌엔 PSG에서 뛸 것이다"고 알렸다. 결국 올 시즌을 현 소속팀에서 뛴 뒤 내년 여름 자유계약 신분을 얻어 이적료 없이 다른 팀에 가겠다는 의사였다.
이에 PSG는 극렬 반발했고,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와의 사전 계약했다는 일각의 주장이 힘을 받았다. PSG는 음바페와 레알을 사전 접촉 혐의로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할 뜻까지 내비쳤다. 그러자 음바페는 한 시상식에서 "PSG는 분열의 팀"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적료 한 푼 못 받고 음바페를 보내야 할 처지에 놓인 PSG는 거액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을 유혹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 이적을 유도해 보기도 했지만, 음바페는 한국 돈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제안을 해온 알힐랄 관계자들을 '문전박대' 했다.
그러자 PSG는 음바페를 1군 훈련에서 제외하고 방출 대상 선수들의 훈련 프로그램에 집어넣었다. 최근엔 음바페가 이적료 없이 내년에 팀을 떠나면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정리해고도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협박'까지 하고 나섰다.
그러던 갈등이 눈 녹 듯 녹아내린 것이다. PSG를 경영하는 카타르 출신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은 당초 "이적료 없이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음바페를 강하게 비난했으나 최근 들어 음바페와 대화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 그의 1군 복귀를 성사시켰다. 영국 BBC는 "12시간 동안 모든 당사자가 논의한 끝에 음바페와 PSG의 재결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 전문 ESPN도 "음바페와 PSG가 계약 연장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PSG는 음바페의 잔류를 확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음바페가 PSG에 이적료 없이 떠나지는 않겠다는 확약을 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결국 음바페가 PSG와 재계약을 하면서 일종의 바이아웃, 즉 그를 원하는 팀이 지불해야하는 최소한의 이적료를 설정할 것이 유력하다.
음바페는 지난 12일 PSG가 홈에서 치른 로리앙과의 2023/24시즌 개막전에도 제외됐으나 밝은 표정으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으며, PSG 입단 예정인 프랑스 국가대표 FC바르셀로나 공격수 우스만 뎀벨레와 대화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현실적으로 PSG 역시 음바페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었다. 이적료 한 푼 받지 못하고 그를 보내는 것도 문제였지만 당장 이번 시즌 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지난 로리앙전 0-0 무승부에서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이강인이 부상을 털고 돌아와 문전을 휘저었으나 포르투갈 국가대표 곤살루 하무스, 스페인 국가대표 마르코 아센시오 등 새로 데려온 선수들이 부진해 이길 경기를 홈에서 놓쳤다.
PSG는 브라질 슈퍼스타 네이마르를 알힐랄로 이적시키기로 하고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 터라 음바페마저 없으면 숙원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당분간 꿈도 꾸지 못할 상황에 처한다.
하지만 음바페가 돌아오면서 PSG는 단숨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크해 볼 수 있는 전력을 갖춘 셈이 됐다. 게다가 음바페와 프랑스 대표팀에서 좋은 호흡을 선보였던 뎀벨레까지 입단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공격진 만큼은 지난 시즌 유러피언 트레블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리그 리빙 레전드 해리 케인을 영입한 바이에른 뮌헨과 견주어 전혀 손색 없는 상황이 됐다.
음바페가 복귀하면서 대한민국 테크니션 이강인과의 콤비플레이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둘은 이강인 입단 직후 SNS 친구를 서로 맺는 등 급속도로 친해졌으나 음바페가 1군 훈련장에서 쫓겨나고 아시아 투어에도 오지 못하면서 단 1분도 손발을 맞추지 못했다.
지난달 PSG가 르아브르와 구단 훈련장인 PSG 캠퍼스에서 치른 연습 경기 때 둘 모두 출전했으나 이강인은 전반 43분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교체아웃됐고 입지가 불안했던 음바페는 후반 중반 교체로 들어와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넣었다. 음바페가 이강인과 포지션이 겹쳐 이강인의 입지가 불안할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음바페 자체가 공격 전지역에서 프리롤로 활동하는 터라 이강인의 드리블 및 패스와 음바페의 스피드, 골결정력이 환상적으로 결합하는 장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팬들 입장에서도 이강인과 음바페가 같이 뛰는 모습은 그야말로 '만화'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과 손발을 맞췄고, 손흥민이 케인과 '손케 콤비'라는 닉네임이 붙을 만큼 47골을 프리미어리그에서 합작하며 국내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제는 이강인이 '포스트 메시'로 불리는 세계 최고 공격수 음바페와 서로 골과 도움을 주고받고 함께 세리머니하는 모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음바페가 1군 무대에 복귀하면서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판도도 확 달라질 전망이다. PSG는 지난 시즌 음바페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그리고 슈퍼스타 네이마르까지 데리고 있었으나 메시가 소속팀에선 큰 활약을 펼치질 못했고, 네이마르마저 부진해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힘 한 번 못 쓰고 탈락했다.
이번 시즌을 다를 수 있다. PSG는 세대교체를 위해 이강인, 아센시오, 하무스를 비롯해 마누엘 우가르테, 뤼카 에르난데스, 밀란 슈크리니아르 등 젊은 공격수들과 베테랑 수비수들을 줄줄이 영입하고 팀 재건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그럼에도 음바페 거취 때문에 리빌딩에 차질을 빚고, 한 때는 이런 팀내 뒤숭숭한 상황이 힘들어 갓 부임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전격 퇴단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제는 달라져서 올 여름 전력을 대거 확충했기 때문에 맨시티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팀이 됐다.
물론 음바페가 성실하게 팀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이번 이적 파동 전엔 음바페가 PSG 간판으로 괜찮을 활약과 리더십을 보인 만큼 유럽 무대에서도 자신과 PSG의 추락한 명성을 살리기 위해 힘을 낼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PSG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