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141년 역사를 새로 썼다.
손흥민이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새 주장이 됐다. 한국 축구 선수로서 그가 왼팔뚝에 주장 완장을 차게 된 것도 특별하지만 무대를 전세계로 넓히면 더욱 특별해진다. 비유럽 선수로는 처음으로 토트넘 주장이 됐고, 더 나아가 영국 국적 아닌 선수로는 3번째 캡틴이 됐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1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구단의 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애슬레틱'이 그의 새 주장 낙점을 보도한 것에 이어 토트넘 구단도 곧장 이를 인정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은 2014/15시즌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왔다. 2015/16 시즌부터 주장으로 임명된 위고 요리스로부터 이번에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소개했다. 요리스가 7년간 맡았던 주장이란 중책을 이제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이 지게 된 것이다.
손흥민 역시 같은 날 자신의 SNS을 통해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소감을 밝혔다.
당초 요리스 후임으론 리빙 레전드 공격수 해리 케인이 유력했다. 하지만 케인이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어느 덧 토트넘에서 9시즌을 맞는 손흥민에게 완장이 돌아가게 됐다.
손흥민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것은 큰 영광이다. 큰 놀라움이고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나는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느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라며 '캡틴'으로서 토트넘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지난 6월 토트넘에 부임한 호주 출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극찬하며 그의 주장 낙점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 자질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새로운 주장이 되기 위한 이상적인 선택이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어 손흥민의 영향력과 기량에 대해서도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라커룸에 있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선수단 내에서 그룹을 초월한다"라며 "단지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이곳에서 그리고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경기들에서 성취한 것들 덕분이다"라고 기량과 인성, 리더십, 경력 면에서 손흥민이 주장으로 손색없음을 설명했다.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이 된 손흥민은 이후 SNS을 통해서도 팬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그는 먼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특별한 순간이다. 우리의 아름다운 클럽의 주장이 되는 건 일생의 영광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난 여러분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들을 다할 것"이라며 "이제 시즌이 왔다. 우리에겐 훌륭한 선수와 지도자들이 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하나로 만들어 보자!"라며 각오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지난 1882년 창단된 토트넘의 41번째 주장이다. 그리고 유럽 대륙을 벗어난 국적 선수로는 첫 주장이다.
토트넘은 1882년 보비 버클이 첫 주장으로 선임된 것에 이어 잭 줄, 스탠리 브릭스 등 잉글랜드 선수들이 캡틴을 맡다가 1897년 웨일스 출신 잭 존스가 주장으로 낙점되면서 비잉글랜드 출신 첫 주장이 됐다.
하지만 영국 국적 외 선수들에게 왼팔뚝 완장을 허용한 것은 무려 132년이 지나서였다. 2014년까지 토트넘은 38명이 구단 주장으로 활약했는데 잉글랜드 26명, 스코틀랜드 7명, 웨일스 3명, 북아일랜드 2명 등으로 모두 영국 국적 선수들이었다. 그 만큼 영국 출신이 아니면 팀의 구심점이 되기 어려웠다는 뜻도 된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프랑스 국가대표 유네스 카불을 주장으로 낙점하더니 2년 뒤 프랑스 국가대표 골키퍼 요리스에 캡틴을 맡겨 7년간 뛰게 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비유럽 선수 최초 토트넘 주장이 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토트넘은 아시아 출신이 감독과 주장을 모두 맡는 신기원을 펼치게 됐다.
그러나 손흥민은 2010년대 케인 다음 가는 토트넘의 간판 선수로 활약했고 인성에서도 최고의 극찬을 받고 있어 토트넘 안팎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손흥민의 소감을 본 팬들은 모두 토트넘 주장이 된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 클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기를 기대했다. 팬들뿐만 아니라 손흥민 동료들과 지인들도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과거 토트넘에서 뛰었던 잉글랜드 골키퍼 조 하트(셀틱)는 "계속 가자 쏘니(Soony)"라고 작성했고, 토트넘 레전드 중 한 명인 아일랜드 공격수 로비 킨도 박수 이모티콘을 통해 후배 손흥민에게 축하를 보냈다.
구단과의 인터뷰와 SNS을 통해 주장으로 선임된 소감을 전한 손흥민은 앞서 동료들과 감독 앞에서 한 차례 연설을 통해 토트넘의 부활을 외치며 전진할 것을 외쳤다.
토트넘이 구단 SNS 계정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의 새로운 주장을 발표하기 위해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주장을 발표하기 전에 그는 새 시즌을 앞두고 있기에 짧은 연설을 진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곧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는데 첫날부터 말했듯이,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팀이 되기 위한 과정의 일부는 너희들이 환경이 만들고, 너희들을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라커룸은 너희들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환경을 보여줘야 하는지는 내가 말하기 보다 너희들이 주도해야 한다"라며 "이곳은 너희들의 라커룸이면서 집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가 매일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개선하며, 매주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라며 "이러한 맥락 속에서 책임의 상당 부분은 너희들에게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에게 "코치들이 너희들의 행동, 훈련, 경기 방식을 보게 될 테고, 이는 우리에게 지침을 줄 테지만, 난 진심으로 이러한 부분이 너희들에 의해 추진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짧은 연설을 마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 시즌이 다가오면서 리더십이 필요해졌고, 우리는 손흥민이 우리의 새로운 주장으로 삼기로 결정했다"라고 선수들에게 발표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나타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접 손흥민이 새로운 토트넘 주장으로 선임됐다고 발표하는 순간에 자리에 있던 동료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새로운 주장을 환영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손흥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과 감독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갔다. 단상 위에서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한차례 포옹을 한 뒤,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각오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여러분 내 생각에 이번 시즌은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고 운을 뗀 손흥민은 "주장으로서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좋은 행동을 보여주고 좋은 훈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캡틴 손'은 이어 "지금 이 공간(라커룸)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나로 뭉쳐달라.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시즌을 위해 나아가자"고 외쳤다.
오랜 기간 주장을 했던 요리스와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맡았던 케인이 없는 위기 속에서 하나로 뭉쳐야 이겨낼 수 있다는 감동적인 첫 연설이었다.
손흥민이 연설을 마친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말했듯이 리더십은 손흥민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성공적인 순간을 많은 겪어본 경험 많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리더십은 주장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 가장 어린 선수들로부터도 나올 수 있다"라며 "리더십은 행동이다. 훈련하는 방식, 설정한 예시, 경기에서 모두에게 자극을 주는 것까지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옆에서 도와줄 두 명의 부주장을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매디슨으로 낙점했다고 알렸다.
평소 손흥민과 절친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는 아르헨티나 센터백 로메로는 후방에서 수비진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름 새로 영입된 선수이지만 부주장이 된 매디슨은 공격력이 출중한 미드필더이기에 손흥민과 어떤 호흡을 만들어 낼지 기대되고 있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브렌트퍼드를 개막전을 치르면서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시작한다. 곧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손흥민이 개막전에서 토트넘의 새로운 캡틴으로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사진=토트넘 SNS,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