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프로 데뷔 후 12년간 우승이 없었던 해리 케인이 드디어 무관 탈출을 눈 앞에 뒀다. 바이에른 뮌헨 2차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치면서 오피셜만 남겨두게 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12일(한국시간) "케인이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한 후 뮌헨과 계약했다"면서 "뮌헨 시내에 있는 병원에서 1차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케인은 트레이닝 센터에서 2번째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케인은 RB 라이프치히와의 DFL-슈퍼컵 경기에서 데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케인이 뮌헨 소속으로 슈퍼컵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영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까지 명단에 등록해야 한다. 뮌헨과 라이프치히의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3시 45분, 현지 시간으로 오후 7시 45분이다. 만약 케인이 출전하고 뮌헨이 라이프치히를 꺾는다면 12년 동안 이어져 온 무관 지옥을 입단 5시간 만에 탈출하게 된다.
스카이스포츠가 정리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뮌헨이 아직 케인의 비행을 원하지 않았고, 케인은 뮌헨의 확실한 의사를 받기 위해 공항 근처 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40분에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갔고, 오후 12시 뮌헨이 'OK' 사인을 보낼 때까지 여전히 집에 마무르고 있었다. 오후 2시 50분 뮌헨으로부터 모든 게 정리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 공항으로 향했으나 교통 체증으로 비행 시간이 지연됐으며, 2시간 뒤 비행기에 탑승해 오후 6시 10분 뮌헨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 토요일 오전 1시 뮌헨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4년 계약을 체결했다.
뮌헨은 무려 4번의 제안 끝에 토트넘을 설득했다. 1차 제안으로 7000만 유로(약 990억원)를 제시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한 뮌헨은 옵션이 추가된 8000만 유로(약 1145억원)로 상향된 2차 제안을 건넸지만 이마저도 토트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3차 제안을 위해 얀 크리스티안 드레센 CEO와 마르코 네페 단장이 직접 런던까지 향했다. 다만 협상은 곧바로 합의까지 이뤄지지 못했고, 두 팀 간의 격차만 확인했다.
뮌헨이 1억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포함한 세 번째 제안을 건넸지만, 토트넘은 그 제안마저 거절하며 협상이 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뮌헨은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매체 벨트는 "뮌헨은 여전히 케인 이적 협상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소식에 따르면 뮌헨 수뇌부와 토트넘 경영진은 화요일 저녁부터 새로운 협상을 시작했다. 그들의 회의는 새벽까지 이어졌다"라며 뮌헨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도했다.
결국 토트넘은 케인이 재계약을 거절한 상황에서 무조건 그를 유지하는 결정을 고집할 수는 없었고, 뮌헨이 네 번째로 건넨 제안을 수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뮌헨의 네 번째 제안은 무려 1억 파운드(약 1677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트에 따르면 1억 유로의 기본 이적료에 2000만 유로의 성과 이적료가 포함됐다.
스카이스포츠 소속 기자 리얄 토마스에 따르면 이적료는 총 1억2000만 파운드(약 2029억원)로, 8600만 파운드(약 1455억원)가 선지급되며, 1400만 파운드(약 236억원)가 추후 지급된다. 그리고 시즌 성과에 따라 2000만 파운드(약 338억원)가 보너스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
연봉도 토트넘 시절보다 배 이상 받게 된다. 독일 빌트는 "케인은 뮌헨과 4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2500만 유로(약 360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토트넘에서는 고작 1200만 유로(약 174억원)만 받았다"며 "뮌헨은 케인에게 엄청난 수준의 연봉을 지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빌트는 케인의 슈퍼컵 출전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올 여름 이적한 김민재와 콘라드 라이머에 대해서는 "김민재는 벵자맹 파바르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선수 모두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으나 케인에 대해선 "뮌헨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마티스 텔이 최전방 공격수로 다시 한 번 출전할 수 있다"며 케인이 슈퍼컵에 출전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카이스포츠는 "케인은 토요일 뮌헨 데뷔를 희망하고 있다"며 선수의 출전 의지가 상당히 강해 데뷔전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케인이 제시간에 명단에 등록된 후 경기에 출전해 뮌헨의 우승을 돕는 것이다. 이 경우 케인은 토트넘에서 12년 동안 이어져 온 무관 징크스를 뮌헨 입단 5시간 만에 깨뜨릴 수 있다.
토트넘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2011년 프로 데뷔한 케인은 데뷔 초창기 임대 시절을 제외하고 줄곧 토트넘에서만 뛰었다. 지난 12년간 토트넘 소속으로 435경기에 출전해 280골을 넣으며 구단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산 213골을 넣어 1위 앨런 시어러(260골)에 이은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명실상부 토트넘과 프리미어리그, 나아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한 케인이지만 안타깝게도 우승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었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무려 15년 동안 무관에 그쳤고, 자연스럽게 케인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시즌도 있었다. 2016/17시즌 첼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을 기록했고, 2018/19시즌에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리버풀에게 패해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겪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2020/21시즌에는 리그컵 결승에 올라 드디어 무관에 탈출하는 듯 했으나 맨체스터 시티에 패해 눈물을 흘렸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30골로 맨시티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에 이어 리그 득점 2위를 기록헀으나 토트넘은 8위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우승컵을 갈망하던 케인은 계약 기간 1년이 남은 토트넘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토트넘과 달리 뮌헨은 최근 11시즌 동안 분데스리가를 제패한 독일 최강팀이다. 슈퍼컵도 10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케인이 슈퍼컵에 출전할 경우 우승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스카이스포츠 독일 기자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이번 이적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단순한 이적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슈퍼스타,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영입하는 것이다. 뮌헨과 분데스리가의 대대적인 이저이 될 것"이라며 "케인은 분데스리가를 넘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고 케인이 우승을 위해 뮌헨으로 이적했다고 주장했다.
케인 무관 탈출의 첫 단추는 라이프치히와의 슈퍼컵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DPA, PA Wire, EPA/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