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최희서가 ‘나무 위의 군대’에 출연 중인 소감을 밝혔다.
최희서는 서울 강서구 LG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에서 여자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나무 위의 군대'는 서울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두 사람은 적군의 야영지를 살피고 밤에는 몰래 나무 위에서 내려와 식량을 구하는 생활을 시작한다. 대의명분이 중요한 상관과 그저 소중한 삶의 터전인 섬을 지키고 싶을 뿐인 신병은 계속해서 대립한다.
일본 작가 故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극작가 호라이 류타와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합작해 완성했다. 2013년 도쿄 분카무라 시어터 코쿤에서 초연했다.
최희서가 맡은 여자 역할은 상관과 신병의 곁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다.
최희서는 27일 서울 강서구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에서 "여자는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면서 중간에 이야기의 흐름을 알려주고 신병과 상관의 상태를 알려주는 해설자다"라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설자 이상으로 나무의 혼령 역할도 하고 있다. 내레이션도 내레이션이지만 어떻게 무대에 서 있느냐가 걱정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섬을 지키고 싶은 청년과 자신의 체면과 본분을 지키려는 상관이 2년간 나무에서 보냈던 이야기를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그 외에 움직임이나 제스처를 활용했는데 나무의 혼령이다 보니 초인간적인 형태로 어떻게 이야기 끌어갈지 연구했다"라며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최희서는 오키나와 출신의 전쟁을 처음 겪는 신병 역을 맡은 손석구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14년 연극 ‘사랑이 불탄다’에서 손석구는 미술 감독과 남자 주인공을, 최희서는 제작 연출과 여주인공을 맡아 호흡했다. 이어 9년 만에 무대에서 협연하고 있다.
최희서는 "(손석구와의) 만남은 우연은 아니다. 9년 전에 대학로 바깥 외곽 있는 소극장에서 한 작품을 했었는데 연극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각자 100만 원씩 통장에서 꺼내 대관료를 내서 5일 정도만 공연했다. 돈도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재밌게 했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둘 다 각자의 길로 바빠지면서 가끔 연극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손석구 배우가 '나무 위의 군대'를 하게 되면서 여자 역할이 하나 있다며 연락을 줬다. 나도 대본을 읽었는데 재밌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함께하게 됐다"라며 재회한 계기를 들려줬다.
그는 "그때는 불과 50석 정도 있는 소극장에서 했는데 9년 만에 LG아트센터라는 어마어마한 좋은 공연장에서 훌륭한 스태프, 배우분과 함께 하게 됐다. 매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오게 됐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올리고 하는 중"이라며 감회를 드러냈다.
연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중하지만 중간 유머러스한 장면도 눈에 띈다. 극 중 여자 역은 상관의 대사에 반격하는 해설을 덧붙여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최희서는 "의도적으로 극을 라이트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는 아예 없었다. 원문 그대로 각색 없이 써져 있어 일본 관객도 웃었을 것 같다. 이도엽 선배와 첫 공연할 때 (관객의) 웃음이 너무 많아 놀랐다. 3장에서 묵직한 이야기와 엔딩으로 가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유쾌하게 봐주시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뿌리가 더 깊은 이야기인데 어떻게 하면 후반에 묵직하게 다가갈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원작자가 '진지한 것을 진지하게, 유쾌한 것을 유쾌하게'라는 말을 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웃다 나가면서도 집에 가면 씁쓸해지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는 연극이었으면 한다. 무게감이 너무 없다면 공연하면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일본을 배경으로 했지만, 대사에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등 원작의 토속성을 배제한 느낌을 준다.
최희서는 "원문 자체에도 오키나와, 일본이라는 말이 안 나온다. '이 섬', '본토'라고 나오는데 이 작품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2023년 서울에서 올려도 많은 관객에게 이해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기모노와 유카타는 입지 않겠다고 했다. 시대나 국가를 알 수 없게 하는 옷을 입었다"라고 밝혔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는 애초 8월 5일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매진을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어 연장을 결정, 8월 12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관객과 만난다.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