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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논쟁 끝, 이제는 기술력 싸움 [K-응원봉 흔들어 봤니?①]

기사입력 2023.06.10 14:50 / 기사수정 2023.09.12 18:02

이슬 기자


넓고도 어두운 공연장 속, 우렁찬 함성과 박수만으로는 온전히 다 전할 수 없던 그 '팬심'은 '응원봉'을 만나 비로소 온몸으로 빛을 냅니다. 이 응원봉은 언제부터 공연의 필수품으로 자리했을까요? 고유의 색만을 담던 응원봉이 중앙 제어로 무대 연출의 효과를 내기까지의 역사, 아이돌 팬덤을 넘어 중장년 팬층으로 확장된 문화, 직접 흔들어 본 후기까지 'K-응원봉'의 모든 것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슬 기자) 1990년대 아이돌 팬덤은 고유색의 풍선을 흔들며 열띤 응원을 전했다. 2000년대 공식 응원봉의 등장부터 2010년 원격 제어 응원봉, 2020년 '응원봉 꾸미기' 유행까지, 응원봉의 역사를 짚어봤다.

◆ 1990년대: 풍선 색깔로 나뉘던 팬덤



풍선 색깔로 정의되던 1세대 아이돌 팬덤. H.O.T 팬들은 하얀 풍선을 흔들어 다양한 아이돌 팬들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젝스키스는 노란색, god는 하늘색, 신화는 주황색 풍선을 흔들었다. 수많은 아이돌의 등장으로 차별성 있는 고유한 팬덤 색을 고르기는 쉽지 않아졌다.

풍선색은 팬덤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색을 사용할 경우 팬덤 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더이상 새로운 색깔을 찾는 데 한계를 맞은 팬덤은 풍선에 글리터가 섞인 '펄' 풍선을 만들어냈다. 보아는 펄 옐로우, 동방신기는 펄 레드, 카라는 펄 피치, 샤이니는 펄 아쿠아 색상을 사용했다. 또 팬덤색을 한 가지가 아닌 2~3가지를 조합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  2000년대: 풍선 시대 끝, 응원봉의 시작



더 눈에 띄는 응원도구와 풍선색 논쟁을 피하기 위해 팬덤들은 응원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풍선색과 유사한 스틱을 사용했다면, 2008년 세븐부터 지금 형태의 응원봉이 등장했다. 세븐은 "'7'자 모양의 라이트 스틱으로 국내 최초의 응원봉을 만들었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 그룹이었던 빅뱅도 노란색 왕관 모양의 응원봉 일명 '뱅봉'을 만들었다. 특히 '뱅봉'의 첫 디자인은 빅뱅 리더 지드래곤이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뱅봉'은 공연 도중 왕관 모양의 뚜껑이 무대 위로 날아가는 등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YG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보완해 업그레이드된 새 버전을 꾸준히 출시했다.

응원봉의 진화는 디자인과 발광력에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 박효신은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원격 제어 시스템을 처음 시작했다. 박효신이 관객들에게 제공한 LED 팔찌는 곡에 따라 색이 변경됐다. 이를 통해 팬들은 한층 더 다양한 볼거리와 유대감을 얻었다.


◆ 2010년대: 점점 발전하는 응원봉, 원격 제어의 등장



이후 SM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엑소의 콘서트를 기점으로 원격 제어 응원봉 특허를 냈다. 스마트폰에 좌석 정보를 입력하면 이에 따라 공연 연출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관객석의 응원봉을 무지개빛으로 물들이거나 다양한 색상, 점등, 소등 등에 관여하며 공연 연출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에이티즈는 세계 최초 응원봉에 모션센서 기능을 탑재했다. 따로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응원봉을 흔드는 빠르기에 따라 LED 회전과 깜빡이는 속도, 컬러까지 변경이 가능하다. 이렇듯 응원봉의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 중이다.


◆ 2020년대: 개성 살린 '커스터마이즈' 응원봉



소속사는 응원봉의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면, 팬들은 응원봉에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내고 있다. 응원봉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인형을 넣는 등 '응원봉 꾸미기' 열풍이 한창이다. 몬스타엑스는 응원봉에 씌울 수 있는 후드를 만들었는가 하면, 다른 소속사들은 응원봉 뚜껑이 열리는 디자인을 도입해 응원봉 내부도 스스로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

업계에서 응원봉 제작은 '팬덤 형성'의 의미를 갖는다. 발전된 기술로 인해 응원봉의 가격은 최대 5만 원에 육박하지만, 팬들은 이도 쉽게 못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데뷔를 하고 팬분들께서 팬덤명을 모집 받고 응원봉 이름도 여러가지 소중한 의견을 담아서 보내주시는데 그때부터 너무 감동이었다. 고심한 흔적들이 보이니까 그때 비로소 팬덤이 형성이 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 실제로 응원봉이 출시됐을 때 팬분들 만큼 우리도 감동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SM엔터테인먼트, 솔트이노베이션 

이슬 기자 dew8942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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