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박은석은 어린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22세 때 한국으로 왔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연기를 시작해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파우스트'를 통해 향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콤플렉스는 항상 있어요. 그래서 연극을 시작했고 연극을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콤플렉스 때문에 대사 연습을 엄청 많이 하죠. 자나깨나. 샤워할 때나 이동할 때나 차에서나 걸어 다닐 때나 운동할 때나 혼자 대사 연습을 많이 해요. 누르면 툭 튀어나올 정도로 많이 하는 게 저만의 콤플렉스 극복 방법이에요.”
박은석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파우스트’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실수 앞에서 좌절하던 인물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을 담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20대부터 집필을 시작해 죽기 직전까지 약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인생의 역작이다.
“확실히 말과 단어들이 후루룩 칠 수 없는 것들이에요. 환회의 전율, 희망의 이슬 같은 말을 표현할 때는 후루룩할 수 없고 단어 하나하나를 진정성 있게 뱉으려고 해요.”
박은석은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음을 얻은 뒤 그레첸(원진아)과 위험한 사랑을 하는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연출님이 저의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이나 성향을 미리 알고 계셨어요. 파우스트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지친 삶, 더 이상 쾌락을 즐길 수 없는 나이에 회색빛의 삶을 살아왔다면 젊어진 이후에는 다채롭고 밝은 기운을 보여요. 젊은 파우스트의 자유로운 부분을 잘 표현할 거로 생각하셔서 캐스팅해주신 것 같아요.”
그는 유인촌의 늙은 파우스트를 보면서 젊은 파우스트 캐릭터를 완성해나갔다.
“선생님이 서재신에서 하는 (무대 뒤에서) 연기를 귀담아들어요. 파우스트는 ‘난 늙었다’, ‘저주한다’라면서 그런 삶에 대해 죽고 싶은 심정이잖아요. 약을 먹고 젊음을 얻어 새로운 기운을 받는데 처음에는 마녀의 집에서 거울 속에 비친 여자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거든요. 단순히 젊어진 것도 있지만 큐피드의 장난처럼, 사랑의 마법 약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중점에 주고 2막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잘 풀리더라고요. 그레첸과의 첫 신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 박은석의 욕망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걸 몸으로 깨닫는다.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고 싶고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과감하게 사는 것이 내 욕망”이라고 털어놓았다.
“남의 눈치를 안 보는 것,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는 것, 누군가가 나에 대해 이야기해도 그런 말들이 나의 하루를 망치게 하지 않는 것을 바라요. 단순한 건데 다 지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더라고요. 누군가가 미워해도 평생 미워할 수 없고 누군가가 좋아해도 평생 좋아할 수 없는 거잖아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고 내가 중요하고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과감함이 있었으면 해요.”
대학로 아이돌로 불리던 박은석은 “이제 나이가 마흔”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도 젊다고 생각해요. (웃음)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좋고 과거의 뭔가를 바꿔 사회적으로 더 좋은 위치에 갈 수 있겠지만 그런 걸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지금부터 연기적인 인생과 개인적인 건강 면에서 관리해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너무 빠르게 흘러가더라고요. 부모님도 조금씩 노화되는 걸 느끼고요. 지금은 시간이 흐른다는 게 몸소 느껴지고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지금 있는 것들을 소중하게 갖고 가려고 합니다.”
'파우스트'에는 박은석을 비롯해 베테랑 유인촌과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인기를 누린 박해수, 연극에 첫 도전하는 원진아가 원캐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모든 배우들이 뼈를 묻어야 하는 작품이에요. (박)해수 형도 그렇고 방송을 병행하는 배우들이어서 모두가 바쁘고 연극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원캐스트가 된다는 것에 놀라웠어요. 인간의 본질을 굵직하게 다룰 수 있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작품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기보다는 작품 안에서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요.”
원캐스트인 만큼 배우들과의 호흡이 밀도 있고 작품의 퀄리티도 높아진다. 박은석은 “인내심, 팀워크, 절제, 사랑을 배운다”라고 말했다.
“팀원들이 보여주는 서포트와 사랑이 원캐스트가 아니면 못 느낄 그런 거였을 것 같아요. 원캐스트여서 그럴 수 있고 극단 시스템을 처음 해보는데 힘들면서도 반면에 사랑이 있는 공간이라고 느껴요. 매일 컨디션을 묵묵히 물어봐 주고 위로해주는 것들에 놀랐어요. 맨땅의 헤딩으로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말이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사진=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